생의 시계가 제멋대로 멈추어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시간과 날짜의 개념이 제대로 서지 않은 지도 꽤 되었으니까요.
당신은 그저 어떻게든 한서가 쥐어 준 생을 움켜쥐고,
실낱과도 같은 호흡을 이어가고만 있을 뿐입니다.
이주원:(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본다...)
이주원:
듣기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58 |
| 판정결과: |
실패 |
평소와 같은 일과를 보내고 있던 당신의 귀에,
한서?
...거짓말.
이주원:
SAN Roll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2 |
| 판정결과: |
실패 |
이주원:(눈만 깜빡... 천천히 다가선다.) 그야, 넌 분명...
김한서:... (느릿하게 눈 깜빡인다.) 으응, 그 얘긴 천천히 할까.
들어가도 괜찮지?
(얼빠진 듯 물러선다...)
자신에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서] 외에도 음식 부스러기가 떨어져 있는 [소파],
마찬가지로 엉망인 [테이블]이라거나… 말이죠.
역시 청소부터 하자.
이주원:잠깐만, 잠깐... (한서 팔 조심스레 잡는다.)
이게 어떻, 게... 된 일이야?
김한서:(얌전히 팔 잡힌다. 그대로 만져지고... 잡히는, 실체가 있는 몸이다.) 어떻게라고 하면,
나도 잘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 눈을 떠 보니 현실이더라고.
이주원:(실체가 느껴짐에 따라 눈 크게 떴다. 아, 꿈은 아니구나, 환상을 보고 있는 건 아니구나 싶어서.)
(느릿하게 한서의 양 볼 감싼다...) 그럼, 다시 돌아온 거야?
...아니, 돌아온 거겠지. 응.
김한서:... (눈 감았다가 뜬다. 녹색 눈이 당신 마주한다. 제 볼 감싸쥔 당신 손 꼭 잡았다가 놓았다.) 아니... 아니야.
난 죽은 사람이야, 주원아.
할로윈 알지? 전직 퇴마사가 할 말은 아니지만,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는 하루 말이야. 이건... 그런 거야.
이주원:(제일 듣고 싶지 않았던 말이 귀에 똑똑히 박힌 탓에 눈 질끈 감았다.)
...잔인하네. 그냥, 하루만 너와 다시 함께할 수 있는 거야?
우리에게 우연찮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믿을까.
이주원:(고개 숙여 어깨에 파묻기나...) 그럼 뭘 하는 게 좋을까. 그러니까...
...너랑 하고 싶은 것들은 많았는데, 이렇게 갑자기 돌아올 줄은 몰라서 머리가 하얗게 돼버렸어.
김한서:나도 주원이 너랑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지금은... (말끝 흐리고는, 제 어깨에 파묻은 당신 머리나 가볍게 쓰다듬었다.) 으음, 일단 청소부터 할까.
내가 널 찾아온 이유는... 네가 남은 생을 너무나도 허망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거든. 나 하나 없다고 모든 인생을 망쳐버리기에는... 남은 네 삶이 너무 아깝잖아.
이주원:... (고개 푹 숙인 탓에 웅얼거린다.) 맞는... 말이기는 한데. 한서 너 없이 살아간다는 게, ...전혀 실감이 안 났어. 주변을 돌아봐도 온통 너랑 관련된 걸로 가득한데, 정작 너만 없으니까.
(고개 뗀다. 청소부터 할까, 한 마디 듣고 그제서야 집안 바라봤다. 시선은 자연스레 소파 쪽으로...)
채 버리지 않은 쓰레기 봉지가 굴러다니는 소파입니다.
청소기까지 뽑아와 차분히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이주원:
관찰력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42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꼼꼼히 청소 중인 한서가 저것을 발견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얼른 가서 병뚜껑 치운다...) ...그, 청소는 내가 할게. 넌 앉아 있어...
김한서:으음, 뭐라도 같이 하는 게 나을 걸.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기는 아깝지 않아? (주어진 시간이 많진 않으니까, 그 말 채 하지 못하고 삼킨다. 씁쓸한 웃음.)
이주원:(...뭔가 더 말하려다가 그만둔다.) ...알겠어, 그렇다면야.
...청소를 이렇게까지 안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김한서:(작게 웃었다.) 많이 바빴어? 밥은 제대로 먹었는지 모르겠다.
이주원:(거짓말해도 금방 들키겠지? ...) 으음, 그냥 되는대로.
다 네 잔소리가 없어서 그래...(하하.)
김한서:입맛 없어도 먹긴 해야 해, 그러다가 건강 다 버리는 수가 있으니까!
이주원:...그래, 그래야지. (자연스럽게 허리 숙여 바닥 본다... 내가 뭔 짓을 했더라 또? ...)
머리카락과 먼지들이 한데 뭉쳐져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이제는 무엇이었는지도 모르겠는 끈적한 자국도 있네요.
오랜만에 온 집이 이 꼴이라... 하하, 미안해.
그렇게 청소를 하고 있다면 한서가 입을 엽니다.
주원아.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개판이 된 집안 꼴을 본다면 알 법도 합니다만,
이주원:(한숨...) 잘 지냈다고 하면... 안 믿을 거지?
김한서:(가볍게 어깨 으쓱하고는 눈 마주쳤다. 말해 보라는 듯이.)
이주원:...그냥, 일 잠깐 그만두고... 집에서 잘 안 나오고... 그랬던 거지. 이렇게 말하니까 은둔자라도 된 것 같네. (괜히 제 뒷목 쓸었다.)
김한서:일은, 그만뒀구나. 하긴... 그 일이 있고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느릿하게 눈 깜빡였고.)
그럼 당분간은 뭘 할 생각인데? (고개 슬 기울였다.)
이주원:제일 보고 싶은 사람 못 보는 퇴마사가 말이나 돼? (웃어넘긴다...) 그리고 너랑 같이 일했었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글쎄, 앞으로 뭘 할지... 는, 생각해본 적 없어서. 생각해봤자 머리만 아프길래. ...(입꼬리 억지로 밀어올렸다.)
김한서:... 으음, 새 퇴마사 파트너를 찾으라는 말은 차마 못 하겠다. (실없이 웃으며.) 그럼 지금 같이 생각해볼래?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내기에... 인생은 길잖아.
이주원:그래도 처음이랑 마지막은 네 것으로 남겨두는 게 좋지 않아? 적어도 내가 욕심냈던 건 그거였어서.
좋아, ... 언젠가는 생각해봐야 할 거였겠지.
김한서:내 자리가 비어 있다면, 그래도 좋겠지. 하지만 네 삶을 엉망으로 만들면서까지 흔적을 남겨두고 싶은 건 아니니까... 나와의 추억에 너를 가둬두진 마. (네 감옥이 되고 싶진 않아. 그리 말하며 옅은 미소 지었다.)
으응, 그러니까. 퇴마사 일 말고, 좋아하던 거 있었어? 학창 시절 장래 희망이라던가, 그런 거...
이주원:감옥이라니, 절대 그렇게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어. 이건 그냥, ... 너를 떠나보낼 준비가 아직 덜 됐던 거지. 으레 모든 이별...(뜸...)이 그렇듯, 준비 기간이 조금 더 필요했던 거라고 하자. (의미 없는 웃음소리나 흘려보냈다.)
평범한 학생이었던 것 같은데. (가물가물...) 친구들이랑 노는 거 좋아하고, 재미 없는 수업엔 딴짓도 하고... 조금 생각 없이 살았단 말이지? 물 흐르는 대로 살았지 뭐야. ...배우 데뷔라도 해? (농조.)
김한서:응, 그러니까... 떠나보낼 줄도 알아야 하잖아, 때로는.
그리고... 시간이 아주 오래 지나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설령 다른 세상일지라도? 함께 여행을 가고 있을지도, 아니면 괴물을 잡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장난스럽게 웃었다.) 준비 기간은 얼마나 주면 돼? 벌써 세 달이나 지났잖아. 이러면 내가 걱정이 되겠어, 안 되겠어! (농담조.)
배우 데뷔라, 뭐어... 네 마스크면 못 할 건 없다 싶긴 하네. (그리 말하며 어깨 으쓱였다.) 연기도 못 하는 편은 아닌 것 같고. 능청스럽기도 하고. ... 으음, 이건 콩깍지인가? (멋쩍은 듯 제 목 쓸었다.)
아니면 다시 퇴마사 일을 시작할 수도 있겠지. 마음 정리가 되면 본업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겠어?
이주원:내가 여유롭게 사는 사람인 걸 알면서도 그래. (마음 조금 풀린 듯 농담 이어진다.) 너한테서 걱정받는 건 좋은데... 당분간만 더 이러면 안 되나? 어리광 좀 부려보겠다 이거지...
...그래, 다시 만날 거라고는 믿고 있어. 나란히 걸어가는 결혼식도 좋고, 저 바다 건너 해변에서의 여행도 좋고. 우리의 연은 생각보다 더 오래 이어져 있을 거라 확신하거든. 운명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자연스레 손가락 엮어 들어온다.)
그렇지? 원래는 너한테만 보여주려 했는데, 나중엔 정말 대중들 앞에 서야 할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유명해지면 네가 내 소식 듣기도 더 편하지 않을까? (...이런 말이나.) ...물론 장난이었어. 내가 제일 잘하고 오래 했던 일로 돌아가야지. 굳이 이렇게 허무하게 그만두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김한서:뭐어, 그렇게 해서 네 마음이 편해진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해. (흘러내린 네 머리 쓸어 넘겨주었다.) 너무 오래 하진 말고, 적당히. (옅게 웃었을까.)
응, 우리가 아는 것보다 많이,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온 연이니까... 그 인연의 실이 끊기는 일은 없을 거야, 앞으로도. (깍지 껴서 잡았다. 따뜻한 체온을 이렇게 느낀 지도 꽤 오래됐는데.) 내 운명은 너를 만나기 위해서 길을 만들어 왔으니까... 다시 찾으러 올 수 있겠지. 아니면 하데스에게 빌어 보는 건 어때? 절대로 뒤돌아보지 말고 나를 다시 데리고 오는 거야. 믿는 건 우리가 제일 잘 하는 거잖아. 으음, 이것도 퇴마사가 돼서 할 말은 아니지만. (하하.)
그냥 장난이라기에는, 나쁘지 않을지도 몰라. 꼭 퇴마사 일이 아니어도 되니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해. 보고 싶은 것들을 보고, 그 끝에 나를 만나러 와서, 어떤 것들을 했는지... 이야기를 들려줘. 난 줄곧 너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해사하게 웃었다.)
이주원:내 쪽이라고 다를 건 없네. 그냥, 내가 바라보는 방향엔 항상 네가 있었으니 앞으로도 그러리라 믿는 거지. 잠깐 멀어지더라도, 이번에는 내가 먼저 찾으러 갈 테니 기다려줘야 해?
넌 너무 멋진 사람이라 안 그래도 다른 사람이 채갈까봐 영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거든. 이 나이 먹고 유치한 짓일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네가 너무 좋은 걸 어떡해. (한껏 풀어진 표정 보인다. 그냥, 이런 대화가 너무 그리웠거든. 네 목소리도, 웃음소리도, 표정과 눈빛도.)
그렇다면 당분간은 모아 놓은 돈으로 여행이라도 다녀 볼까. 최대한 많은 걸 보고 경험해야 나중에 네게 전할 이야기도 많아지지 않겠어. (마주 보고 따라 웃는다.)
김한서:응, 앞으로도 그래야지. 언제까지고 기다릴게. 다른 사람이 채 가기는 무슨? 너 하나만 바라보고 있는 걸로도 나는 충분히 바쁜데. 나도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것만큼, 어쩌면 그보다 많이... 널 좋아하니까 그런 걱정 안 해도 되거든, 뭐어... 이제는 내가 더 걱정해야겠지만. (웃었다.) 앞으로는 시간이 많을 테니까.
아, 여행도 좋지.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 일하느라 바빠서 여행을 자주 가지는 못했잖아. 네가 전해줄 이야기가 궁금해. 내가 함꼐할 수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쉽지만. (슬 웃었다.) 네가 먼저 가서 보고... 나중에 나한테 설명해주면 되겠지. 그땐 가이드가 필요 없겠다. 안 그래?
이주원:아니, 말마따나 너무 바빠 특별히 가보고 싶은 곳도 못 골라놨었네. 언제 한 번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타이밍을 놓쳐버렸달까... 이왕이면 아주 먼 곳이 좋겠다. 최대한 다양한 곳으로. 네 취향이 어떨지 모르니 사전 조사라도 열심히 해야 하지 않겠어.
(이내 한서 꼭 껴안는다.) 네가 기다려 준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뻐. ...그러니까, 너무 급하게 헤어져버려서 못 물어봤던 것들을 알게 돼서. 당장은 정말 충분해. (끝 길게 늘였다.)
김한서:응, 나도 잘 모르니까... 다양하면 좋겠지. (잠깐 뜸.) ... 그래도, 주원이 너랑 함께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좋을 거야, 그거 하난 분명해. 진짜로. (꼭 안겼다. 안긴 채로 잠깐 떨어져서, 까치발 들어 가볍게 당신 볼에 입 맞췄다.) 정말 그걸로 충분해? (장난스러운 말투, 그리고 미소.)
이주원:(예상 못 했다는 것마냥 눈 크게 떴다. 한 바퀴 데굴 굴리고... 웃는다.) 하하...... ... ....장난치지 마. 오랜만에 돌아오더니 조금, 능청맞아진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얼마나 참고 있는 줄 모르지? (한 손 뻗어 앞머리 살짝 넘기더니 입 붙였다 뗀다.)
김한서:으음, 안 하려고 했는데... 그 표정을 보니 장난을 안 칠 수가 없어서. 그리고, 네가 입 맞추고 싶을 만큼 사랑스러워서. (눈 예쁘게 접어 웃었다.) 그리고 오늘이 가면 오래도록 못 볼지도 모르니까... 으음, 그래도, 싫진 않지?
이주원:(고개 느릿하게 젓는다.) 아니, 싫을 리가 있겠어. 설마. 하루종일 이래도 좋을 만큼 좋은데.
...그럴 순 없나? (으쓱.)
김한서:으음, 역시 조금? 청소하고 있었잖아, 우리. (눈 깜빡였다.) 이젠 저기지.
그 위에 얼기설기 놓인 것들은 더욱 엉망입니다.
이주원:
관찰력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8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한서는 그걸 집어들더니, 반갑다는 듯이 웃습니다.
김한서:아, 이것도 오랜만이다. (슬 웃었다.)
당분간은 여행 다녀올 거라고 했지만, 그래도 관리는 해 줘야 하지 않겠어? 이렇게 아무렇게나 놔 두고. 분명 다시 쓸 일이 생길 텐데. 네 말대로 네가 잘 하고, 오래 했던 일이잖아.
이주원:아, 거기에 있었구나. ...잔뜩 꼬였을 것 같은데? (한서가 들고 있는 것의 다른 끝 집어올린다. 오랜만에 들리는 금속 마찰음.) 알겠어... 잘 보관해 둘게.
김한서:응, 추억이고... 일이니까. 혹시 녹이라도 슬면 어떡해. 쓰다가 다치면 안 되잖아?
다 비워져 두서없이 굴러다니는 술병이라던가요.
한서는 이미 병부터 분류해서 차곡차곡 옮기고 있네요.
이주원:
운
| 기준치: |
50/25/10 |
| 굴림: |
17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은 빠르게 그 위에 놓인 것들을 치우기 시작합니다.
이주원:(멀뚱히 보기만 하다가...) 잠깐만, 나 손 좀 씻고 와야겠다.
한서를 잃은 후 자신을 돌보는 것에 퍽 소홀해졌으니까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눈 아래에 드리운 다크서클이라거나,
이주원:(이렇게 자세히 스스로를 본 것도 오랜만인지라... 조금 어색하기도.)
...걱정할 만했던 것 같기도?
이주원:(화장실에서 고개만 빼꼼...) 한서야, 잠깐만 쉬고 있어. 샤워 좀 하고 나갈 테니까...
김한서:(주방 쪽에서 고개 들었다.) 응, 여기도 얼추 끝났으니까 조금 쉬고 있을게. 천천히 해도 돼~
이주원:(챙길 거 챙겨서 샤워하러 들어간다.......)
물기를 털어내고 옷을 입으면, 이전보다 깔끔한 모습입니다.
물이 떨어지는 고무장갑을 방금 막 정리한 한서가 다가옵니다.
김한서:으응, 청소는 끝났어. (옆에서 수건 뽑아서 머리 자연스럽게 털어준다.)
이주원:쉬고 있으라니까... (얌전히 그 손길 받는다.)
김한서:으응, 충분히 쉬었으니까. 이 정도는 일도 아니지.
그러고 보니 냉장고가 비어 있던데. 같이 장 보러 다녀올래?
이주원:(그래도... 한참을 중얼거린다. 이어지는 말 듣고서야 퍼뜩.) 아, 그것도 좋지.
장 안 본 지 오래됐거든.
김한서:... 당당하긴. 마침 씻었으니까 얼마 안 걸리겠다.
준비하고 나올래? 기다릴게.
당신이 씻는 동안 집안을 깨끗하게 만드느라 퍽 고생한 것 같지만,
아무렴 어떠냐는 듯 엷게 웃은 한서는 당신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무언가를 해 먹은 것도 까마득하게 오래된 기분입니다.
이주원:자꾸 신세만 지는 기분이네. (영 마음 불편하긴 하지만... 더 오래 기다리게 할 수도 없는 노릇, 제 방 들어가서 준비 시작한다.)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구겨진 옷이 대부분입니다.
이주원:(하... .... 그나마 괜찮은 거 탈탈 털어서 주워입는다...)
구석에서 찾아낸 검은색 폴라 니트를 찾아 입습니다.
김한서:갈까? 그러고 보면, 같이 장 보는 것도 오랜만이네.
이주원:그러게. 세 달이 넘었으니까... (...)
신혼부부냐는 말도 꽤 많이 들었는데. (추억팔이나 한다. 날조일지도?) 아무튼, 갈까?
마트는 당신의 집에서 차를 타고 10분 거리입니다.
이주원:(차 키 가지고 나왔지... 자차 운전해서 간다.)
김한서:외출은 종종 했어? 운전도 오랜만인 거 아닌가 몰라.
이주원:차를 탈 정도로 멀리 가는 건 오랜만이네.
그닥... 외출을 자주 했던 편도 아니고, 가더라도 가까운 곳만 갔었거든.
김한서:으응, 오랜만이라 불안하면 내가 운전할까.
이주원:하하... 아냐, 그 정도로 감을 잃은 건 아니니까.
넌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그래. 청소도 네가 거의 다 했더만.
김한서:어쩌다 보니 운전은 늘 네가 하는 것 같지만? 그게 편하면 그렇게 하자. (슬 웃었다.)
이주원:(웃더니 조수석 문 열어준다...) 으응, 그럼.
한서와 차를 타고 밖에 나가는 것도 오랜만이네요.
이렇게 다시... 장 보러 가게 될 줄은 몰랐네.
그러니까, 한서 너랑.
부드러이 손을 쥐어 매만지던 한서의 상이 이지러집니다.
(고개 돌려 주위 살핀다...)
상, 하, 좌, 우, 모든 것이 백색으로 가득 차
자신이 앉아 있는 곳이 바닥인지조차 의심이 갈 정도로 기이한 공간입니다.
이주원:
SAN Roll
| 기준치: |
69/34/13 |
| 굴림: |
41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주원: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6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주원:(손 두어 번 쥐었다 폈다 반복한다. 이내 앞쪽 향해 발걸음 옮긴다.)
백색 일색의 공간에서 이것이 테이블이라는 사실을
이주원:... 왜 이런 게 하필 내 앞에 있는 건지.
한서가... ... (...) 이런 걸 좋아할까.
어렴풋하면서도 익숙한 소리가 당신을 흔들어놓으며,
이주원:...아, 미안. 다른 생각을 좀...
당신의 옆에서는 한서가 걱정스럽게 당신을 보고 있습니다.
이주원:(어색한 미소나 내보이더니 이내 전화 받는다.) ...여보세요?
주원의 어머니는 주원이 걱정되어서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네 삶에 너무 큰 참견을 하는 것 같아서 많은 고민을 했지만,
너에게는 항상 가족들이 있으니 믿어보라는 말 또한 합니다.
이제 정말 괜찮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괜찮아요.
...조만간 뵈러 갈게요.
이주원:(끄덕거리곤 운전대 꺾어 한서가 말해준 곳으로 들어간다.)
김한서:좋아, 그럼 갈까! (주원 손 꼭 잡고 걸음 옮긴다.)
이게 나을지 저게 나을지 고르는 것이 고작인 장소.
이주원:(자연스럽게 카트 하나 꺼내서 밀기 시작한다.) 먹고 싶은 건 없어?
김한서:으음, 별로. 네가 먹고 싶은 걸로 할까.
이주원:아니, 그래도 오늘은 네가 먹고 싶은 걸 먹는 게 맞지 않나.
오늘뿐이라면서...응?
김한서:... 글쎄. 아, 이게 여기 있네. (견과류 믹스 한 봉지 집어들었다.) 주원이 네가 좋아하던 거잖아. 담을까?
이주원:...(잠깐 침묵. 다시 웃는다.) ...그래, 오랜만이네 그런 것도.
집에서 영화나 한 편 볼까. (농조...)
그보다는 지금 이게 급하잖아. 내가 텅 비어 있는 냉장고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이주원:음... (시선 피한다.) 아니, 막 챙겨 먹기도 애매했었거든.
한 명이라... 그냥 다른 곳에서 먹고 들어오거나 진짜 간단한 것만... (...) ...먹었지.
김한서:그게 제대로 안 먹었다는 뜻이잖아. ... 속상하게.
네가 어떤 음식을 좋아했더라.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맨날 나한테 맞춰 주기만 한 것 같아서.
이주원:에이... 그렇게 말하지 마. 딱히 가리는 것도 없었을 뿐더러 너랑 같이 먹었던 거니까 다 좋았어.
(눈 굴린다...) 으음, 그래도 굳이 고르자면 그냥... 평범한 집밥?
김한서:으음, (빤 바라보다가.) 집밥 좋지... 해주는 사람이 있어야 먹지 않을까 싶어서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재료를 사 두면 밥 정도는 할 수 있을 테니까. 우리 부엌에 밥솥은 있잖아? 쌀이 남아 있던가...
이주원:(눈 게슴츠레... 자기 집 냉장고 사정 다시 한 번 떠올린다.) ... ....그냥 아예 새로 다 사는 게 낫겠다.
이제는, 음... ... 다시 해먹고 살 테니까.
(반찬 코너에서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 있는 반찬 몇 개 집어서 카트에 넣었다.) ... 반찬은 나도 잘 못 하니까. 어머니도 좀 찾아뵙고 여쭤 봐.
이주원:(반찬 빤히...) 그래, 어쩌면 이미 뭔가 잔뜩 만들어 놓으셨을 수도 있고.
특히 전엔 더 그러셨잖아. 워낙 너를 예뻐하셔서... (으쓱.) 아들보다 널 더 좋아했을 걸? 하하.
김한서:으음, 그러셨지. 또 어떤 거 먹고 싶어? 나온 김에 사 가자. 아직 바로 일 나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도와줄 사람 있을 때 잔뜩 사가는 게 낫잖아.
이주원:(으음.) 냉동식품이라도 조금 더 사갈까... ...
김한서:뭐든! 안 먹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 운동도 하잖아.
(느릿하게 카트 밀며 이동한다.) 짐이 꽤 많아질지도.
김한서:같이 들어줄게. (옆에서 따라 걸으며 생글 웃었다.)
이주원:너한테 어떻게 그래. 내가 다 드는 편이 낫거든. (흘깃 진열되어 있는 봉지들 몇 개 집어 카트에 넣는다.)
하고 싶은 거 하나 있는데. (슬 웃고...) 같이 요리해줄 거지?
김한서:네 손은 두 개잖아, 다 못 들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이어지는 질문에 고개 슬 기울였다가.) 그럼 조금 빨리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 같이 하자. (마주 웃었다.) 어떤 요리 할 건데?
이주원:마지막이라 하니 괜히 이런 게 해보고 싶었지 뭐야. (뜸...) 밥이나 찌개 같은... 정말 말 그대로 가정식?
네가 통 메뉴를 안 정해줘서 말아지. (입술 내민다... 물론 장난.)
김한서:으음, 네가 좋아하는 거라면 뭐든... (웃었다.) 더 살 거 없어?
지금은 그냥 빨리 들어가서 너랑 더 있고 싶어. (웃음..)
김한서:응, 그럼 그렇게 하자. 계산하러 갈까.
이주원: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당신의 시선에 쇼핑카트 속의 내용물이 담깁니다.
어느 것 하나 당신을 위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한서를 볼 수 있는 것은 오늘 하루뿐이라는 것.
김한서:아까부터 자꾸 뭘 그렇게 생각해? 계산해야지.
이주원:아, 응. 하하... 왜 이러지 자꾸.
(머뭇거리다가 카트에 담긴 물건들 계산대 위로 올려두기 시작한다.)
한서는 당신을 도와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습니다.
모든 물건을 담고, 카드를 내밀어 계산합니다.
김한서:(장바구니 꽉 채우자... 박스 가져와서 덜 담긴 음식들 넣었다.) 이 정도면 한동안은 안심이겠다. 차로 갈까?
이주원:진짜 내가 다 들었어도 된다니까... ... ...그래, 얼른 가자.
김한서:하하, 그러긴 미안하잖아. 그리고 이쪽은 가벼우니까! (천천히 걸음 옮겼다.) 진짜 괜찮아.
귀찮아도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한다며 가벼운 어조로 말합니다.
한서를 조수석에 앉힌 당신은 다시 운전대를 잡습니다.
주원은 집까지 오는 내내 심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홍빛의 노을이 차창을 타넘어 당신을 온통 적셔놓았으니까요.
이주원:(애써 눈앞의 도로에만 시선 집중한다.)
김한서:(옆에서 창밖 본다.) 주원아, 하늘 봐봐.
노을 보면서 집에 가는 게 얼마 만인지. 일하다 보면 맨날 밤에 돌아가곤 했잖아.
이주원:(그제서야 한서 쪽으로 고개 돌려, 노을과 함께 그 모습 담는다.) ... ... 그러게. 오랜만이다.
계속... ... 집에 있다 보면 노을을 볼 일도 적었거든.
김한서:이제 안 그럴 거라며.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당신이 제 쪽으로 고개 돌리자 눈 마주치며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해야 네가 더 이상 걱정을 안 하겠지?
김한서:당연히. 물론 네가 잘 하고 있어도 걱정을 아예 안 할 수는 없겠지만...
응, 그렇게 했으면 좋겠어.
이주원:(한참을 입 뗄까 말까 고민한다. ...어쩌면 괜한 말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으나.) ... ...한서야,
너를, 너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하면 어떻게 할 거야?
김한서:분명 아무런 대가 없이 돌릴 수 있지는 않을 텐데.
...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이주원:...내 삶을 대가로 하는 거야. 대신 그 주어진 시간 동안은 둘이서 함께할 수 있겠지.
(괜히 손에 힘 들어갔다.) 그렇게 한다면 일단 난 후회하지 않을 거야. 후회할 리가 없지.
다만, ...넌 어떻게 생각하려나 궁금해서.
김한서:결정은 너에게 맡기겠지만, 음... 꼭 무언가를 잃어야만 얻을 수 있는 행복이라면 포기하는 게 바른 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긴 해.
이야기하며 운전하다 보면, 어느새 집 앞입니다.
김한서:... 집에 가서 마저 이야기할까? 요리하고 싶다고 했으니까.
여러 가지 음식으로 가득 찬 장바구니를 내려두자,
김한서:정리는 이쯤 하면 대충 된 것 같은데... 요리, 할래? (눈 느리게 깜빡였다.) 도와줄게.
이주원:하하... 고마워. 더 늦기 전에 하는 게 좋겠지.
(느릿하게 가스불 켜고, 가장 익숙할 음식들 만들기 시작한다. 언젠가 그랬던 일상처럼.)
...너무 오랜만인데?
김한서:앞으로 자주 하게 될 테니까 익숙해져야지. 나는 뭐 하면 돼?
나머지는 다 내가 할게.
김한서:그럼, 알았어. (주원이 가리킨 야채 가져와 도마에 놓고 썰었다. 당신이 뭐 하는지 흘끗 보고는.) 이렇게 같이 요리하는 것도... 좋다.
이주원:으응, 나중에 돌아보니 이런 일상이 진짜 소중했던 건가 싶고.
(잠깐 손 씻더니 이내 한서 뒤로 다가가서 어깨 위에 제 머리 살짝 얹는다...)
김한서:(작게 웃고는 주원이 얹은 머리에 가볍게 기댔다.) 갑자기 어리광이야? 아마... 이 정도면 다 된 것 같은데.
이주원: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부려보겠어... 싫은 건 아니지?
다 됐으면 도마 이 쪽으로 주고.
김한서:(도마 건넸다.) 싫을 리가 없잖아, 네가 하는 건데...
이주원:(받아들고서야 한 걸음 물러선다.) 설마 내가 이러는 게 싫어진 거면 어쩌나 고민했지 뭐야.
김한서:으응, 나에 대한 믿음이 그렇게 없나. (눈 가늘게 뜨며 장난스레 웃었고.) 물론 농담이야. 얼마나 걸리려나?
이주원:십 분 안이면 될 것 같으니까... 이제 저기 가서 앉아 쉬어.
다 만들어서 가져갈게.
김한서:안 쉬어도 된다네요. 으음, 하지만 더 할 건 없어 보이고.
그럼... 네가 고생하고 있으니까. (뒤에서 다가가선 요리에 방해되지 않게 등 껴안았다.) 고맙다는 뜻의 백허그는 어때?
이주원:(웃음소리...) 서비스가 너무 과분한데 말이야.
그래도 기분 좋네. 계속 그래주면 안 되나?
(그렇게 가만히 안고 있다가.) 주원아... 아까 하던 이야기 있잖아. (뜸.) 아직 정리가 덜 된 거야?
...사실 그런 건 나보단 당사자인 네 의견이 중요하잖아.
그래서 마음 정리할 수 있도록, 확답이라도 듣고 싶었는데... (음.) 무리였을까.
김한서:... 아까 말했잖아. 네가 원하는 대로 해도 된다고.
... 너도 당사자니까.
하지만 꼭 듣고 싶다면... (안은 팔 풀고는 주원 얼굴 마주했다.) 말해줄 수는 있어.
너는 할 수 있는 일도 있고, 좋아하는 것들도 있고,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나는 네가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 살리고자 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말끝 흐렸다.)
이주원:(제 앞에 있는 한서 꽉 껴안았다.) ...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가령 못 누린 것 없이 모든 걸 즐기라든가, 앞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든가. ... ...그래, 그럴 거야. 네 빈자리도 언젠간 아프지 않게 느껴지는 날이 오겠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다면.
... ... 계속 생각해봤어. 만약 반대 입장이 된다면, 이미 죽은 나를 네 숨을 통해 되돌린다면 과연 기쁠까 하고. (간극.) 또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더라... ... (흐릿한 헛웃음.) 있잖아, 한서야.
내가 세상에 남은 흔적들을 하나하나 정리한 후에, 그때가 돼서 널 찾아가도 날 기다려줄 수 있어?
김한서:(얌전히 안겼다. 손 뻗어 네 등 두어 번 토닥이고는.) 응, 조금 허전하긴 하겠지만... 당연하지, 분명 괜찮아질 날이 올 거야. 언젠가 말했던 것처럼, 내가 죽었다고 너까지 불행하게 지낼 필요는 없으니까.
... (이어지는 말에 환하게 웃었다.) 당연하지.
그러니까, 행복하게 살아. 네가 보고 싶은 것들을 보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나는 우리가 다시 만날 그 날을 고대하고 있을 테니까.
(고개 들어 네 얼굴 마주 본다. 손 뻗어 목 끌어안고는 까치발 들어... 이번에는 제대로, 입 맞췄다.) 사랑해, 주원아. 정말로, 내 모든 생을 다해서.
이주원:...이기적일 말일지도 몰라. 하지만 정말 딱 한 번만, 다시 나를 기다려줬으면 좋겠어. 네게 내가 누렸던 행복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잘 살아볼 테니까.
(입 떼어지자 몇 초의 간극, 이번엔 저가 더 길게 입 맞췄다.) ... ...사랑해. 정말로. 이 말을 더 마음껏 해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어.
(그럼에도 결국은 웃었다.) 이번에는, 네 뒷모습만 보는 게 아니라 다행이야.
김한서:... 응, 계속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잘 살아. 밥도 잘 챙겨 먹고. (눈 느릿하게 깜빡이다 네 웃음 보고는 마주 미소지었다.)
아, 음. (시선 끝에 시계가 닿았다.) 요리는... 다 됐어? 아슬할 것 같은데.
이주원:...아. 하마터면 맛도 못 보여주고 보낼 뻔했네.
그러니까, 음⋯ 다 됐어. 타이밍 딱 좋게.
김한서:다행이다. 그럼... (걸음 옮겨선 수저 세팅했다.) 먹어볼까.
이주원:(자리 잡고는 한서 얼굴만 생글생글⋯ 바라본다.) 먼저 먹어봐.
김한서:네가 한 건데? 으음... (숟가락 들고는 잠깐 뜸 들였다가. 밥에다 찌개 떠서 제 입에 넣었다.) 맛있다, 네 정성이 가득 담겨서 그런가 봐.
(음식 놓인 식탁과 당신 얼굴 번갈아서 보고는.) 이 정도면 혼자서도 잘 차려 먹을 수 있겠는데. 그렇지?
이주원:⋯ 응, 아직 실력 안 죽었지? 혼자서도 잘할 수 있으니까, 더 이상 그런 걱정 같은 건 그만해도 괜찮아.
⋯ 정말로. 네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하길 바라니까. 마지막으로 듣는 말이 걱정보단 다른 것이었으면 해.
김한서:으음, 하고 싶은 말은 이미 충분히 했는데. 더 해볼까... (잠깐 고민하다가.)
있지, 내가... 그러니까, 김한서가 이주원을. 정말 사랑해.
... 할 수 있다면 다 먹고 일어나고 싶었는데. (시계 한 번 보고는 주저하다가.)
나는 이만 가볼게, 주원아.
마치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기라도 했다는 양,
이주원:⋯ 뭘 그런 새삼스런 말을. (뜸.) 나도, 이주원이 김한서를 정말 사랑하고 있어.
(슬 자리에서 일어난다.) ...배웅해줄게.
김한서:... 다 식을 텐데. (실없는 소리나 하면서... 일어나서는 천천히, 현관문으로 느릿하게 발걸음 옮긴다.)
이주원:그게 뭐가 중요해. 설마 너보다 중요할까. (따라 발걸음 옮겼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 애써 떼어버리고.)
김한서:... 응, 그렇지. (현관에서 신발 신고는 주원 꼭 안았다.) 계속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내가 보고 싶다고 너무 빨리 오진 말고.
... 살면서 이 말을 오늘 제일 많이 하는 것 같지만, 마지막이니까 한 번 더 할까. 사랑해.
이주원:몇 번을 들어도 좋은 말이고, 몇 번을 해도 부족한 말인 걸. (따라 팔 감싸 한서 꼭 안은 채로 말한다.)
사랑해.
보고 싶을 거야.
잘 지내야 해. (현관문 열고 발걸음 내딛기 전, 네 눈 마주 보며 당부하듯 말했다.)
이주원:(마지막 모습,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밝은 미소나 짓고 고개 끄덕거렸다.)
이토록 안과 밖이 선명하게 분리되었다 느끼기는,
자연스럽게 시선 속으로 들어찼다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 것 하나 한서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이렇게 많은 것들을 남겨두고 가면 어떻게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