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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한] Electric Border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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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행 2024. 9. 1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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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시간은 금이다.
 
아마도 그만큼 인생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뜻일 겁니다.
 
하지만, 고작 하루라고 생각하면 금이라고 쳐도 고작 한 톨이 아닌가요.
 
금은방에 가서도 딱 그 정도만 팔아달라고 하면 기묘한 시선을 받을 겁니다.
 
스물네시간이 지나면 다시 찾아드는 게 하루일 뿐입니다.
 
도시를 구성하는 일부의 하루.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거예요.
 
당신도 분명 어제라면 그 말에 인정했을 사회인입니다.
 
오늘만큼은 조금 다를 테지만.
 
그렇습니다.
 
까마득하게 느껴지던 꿈에 들어서게 된 첫날.
 
누구라도 가슴이 부푸는 건 당연합니다.
 
물론, 현실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과 매우 다르다는 건 알고 있더라도······.
 
그토록 노력해왔던 결과이지 않습니까, 한서?
 
어쨌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던 훈련도.
 
스탠드 불빛을 켜두고서 지새웠던 밤도.
 
지금처럼 가슴 한쪽에 경찰수첩을 넣어두기 위해 달려왔던 궤적입니다.
 
잘 해낸다면 가늠해오던 활약도 거짓말이 아닐 거예요.
 
당신이 바라던 가치를 실현하는 겁니다.
 
명예라든가, 헌신이라든가. 혹은 다른 무언가를.
 
적어도 학생이었던 때보다는 가능성이 큽니다.
 
그걸 위해서라도 오늘 만나게 될 파트너가 부디 좋은 사람이어야 할 텐데 말이죠.
 
세상에 유능하면서도 친절한 직장 동료는 없다시피 하다지만.
 
적어도 둘 중의 하나는 들어맞아야 해요.
 
...
 
도착하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습니다.
 
서울의 교통체증을 감당하는 틈에 할 수 있는 일이 적다는 게 불운이군요.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을뿐더러 휴대전화를 꺼내는 것도,
 
여러모로 좀 그렇죠.
 
경찰이 교통법규에 무지하다면 이상한 일이잖아요.
 
속도위반으로 카메라에 찍혔다가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할 겁니다.
 
자동차 회사에서 마련한 것을 사용할 수밖에 없겠어요.
 
한서, 여길 보라는 듯 운전석의 바로 옆에 붙어있는 라디오에 시선이 가지 않나요?
 
주파수를 한 번 맞추어보도록 합시다.
 
김한서:... 그래, 이제 경찰이니까. (라디오 조작해서 주파수 맞춘다.)
 
김한서: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43
판정결과: 실패
 
치직. 치지직.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로 주파수를 조정하려니 쉽지 않습니다.
 
언뜻 기상캐스터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리지만 전부 이해하기엔 어려워요.
 
치직.
 
아, 더 듣고 있을 필요는 없겠습니다.
 
어쨌든 날씨가 좋지 않을거라는 뜻이잖아요.
 
괜히 라디오를 켰을까요.
 
기분 전환을 위해서는 다른 게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은 완벽한 하루가 되어야만 하는데.
 
괜히 불길하네요.
 
날씨에 대한 소식이 지나갔을까요.
 
라디오에서는 새로 나온 음료수의 CF가 흘러나옵니다.
 
시원하고 달콤한 과즙이 제로 칼로리.
 
이런 소식을 들을 필요는 없겠죠.
 
차라리 노래를 틀었다면 나만의 공간이 좀 더 즐거웠을 텐데.
 
미묘한 기분으로 운전대를 쥐다 보면 목적지에 가까워집니다.
 
숨이 막힐 것처럼 빽빽하게 차 있던 차량이 좀 더 사라졌습니다.
 
빨간불에 기대어 차량을 멈추는 사이.
 
코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행인의 표정이 훤히 보이네요.
 
저 사람들도 빨리 색이 바뀌기를 바랄 테지만.
 
이쪽도 똑같이 초록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횡단보도를 딱 다섯개만 더 지나면 됩니다.
 
목적지가 바로 코앞에 있어요.
 
시계를 보면 아슬아슬한 시간입니다.
 
늦지 말아야 합니다.
 
차가 막혔다는 말은 변명이 될 수 없어요.
 
서두르는 게 좋아요.
 
...그런데, 어라?
 
저쪽에서 차가 멈춰섭니다.
 
운전석에서 인도로 막 내리는 사람이 아슬아슬해 보이는데······.
 
쉽게 내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심지어 도와주는 사람도 없네요.
 
김한서:... 넘어지시는 거 아니야? (그리 중얼거리며 주변 둘러본다. 도와드리고 싶은데, 잠깐 차를 댈 수 있는 곳이 없나...)
 
잠시 갓길에 주차를 할 수 있습니다.
 
도움을 주기 위한 정황이었으니 주변의 차량도 이해할 겁니다.
 
교통에 큰 방해가 되지 않을 거예요.
 
다만,
 
나 자신을 향한 영향만 따지고 보면 쉽지 않습니다.
 
곧 돌아오는 초록 불을 넘겨버리게 된다면 꼼짝없이 지각하게 될 테니까요.
 
김한서:... ... 물론 첫 출근도 중요하지만. 서두르면... 괜찮지 않을까. (갓길에 잠깐 멈춰섰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그냥 넘어가는 게 더 쉽지 않은걸. 경찰이니까, 사정을 이야기하면 봐 주실지도 몰라. (아슬아슬하게 내리는 사람 도우러 간다.)
 
선택도, 고뇌도,
 
오로지 당신의 몫이었습니다.
 
당신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기로 결정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두고 간다는 건 절대 변명할 수 없는 일이죠!
 
차량은 순식간에 인도와 가까운 가장자리에 멈춥니다.
 
차에서 내린 당신은 아직도 차량에서 내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향했습니다.
 
머리 위로 드리워진 그림자 때문일까요.
 
무수한 발소리가 뒤섞인 서울인데도. 운전석에 있는 사람은 고개를 들었습니다.
 
갈색 머리카락에 단정해 보이는 생김새가 눈에 띄네요.
 
아, 이럴 때가 아닙니다.
 
어서 내리는 걸 도와줘야죠.
 
당신의 도움으로 운전자는 무사히 내립니다.
 
인도에 깐 벽돌이 유독 높았던 탓일까요.
 
화단에 있는 덤불이 상하지 않기 위함이었던 걸까요.
 
곤혹스러워 보이던 그녀는 한숨을 내뱉습니다.
 
운전자:(고개 들어 한서 얼굴 보더니...) ...아, 감사합니다. 친절한 분이시네요...
저 때문에 괜히 번거로워지신 거 아닌가 몰라요.
 
김한서:아니, 괜찮아요. 힘들어하는 사람을 돕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까요.
... 이제 괜찮으신 거죠? 어디 불편하신 건 아닌가 걱정이 돼서.
 
운전자:요즘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드문 걸요.
다른 곳보다 인도의 벽돌이 높아 당황했을 뿐이에요. (고개 꾸벅...)
 
김한서: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47
판정결과: 실패
 
 
음... 키가 꽤 커 보이는 여성입니다.
 
단정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네요.
 
...잠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김한서:... 아, 출근!
제가... 지금 지각을 해서, 먼저 가 볼게요.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그리 말하며 고개 꾸벅 숙이고는 뛰어가서 차에 탑니다!)
 
...이럴 수가.
 
분명 지각입니다.
 
첫날부터 지각해버리는 희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야 눈치껏 자리에 앉았을 테지만.
 
이런 상황에는 어쩌면 좋죠.
 
간이 배 밖에 나와버린 꼴입니다...
 
김한서:(... 왜 하필 오늘!)
 
차는 다시 소리를 내며 서울청을 향해 출발합니다.
 
이 와중에도 기묘한 만족감이 배 속을 가득 채웠다면 착각이 아닐 거예요.
 
뭐...그래도.
 
곤란해하는 누군가를 돕는다.
 
곤란해하는 누군가를 돕는다. 다른 누구를 찾기보다 내가 먼저 나선다.
 
 
 
 
 
차량 사이를 지나며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서울청, 이 나라의 법과 질서를 수호하는 요충지.
 
앞으로 당신의 직장이 될 곳.
 
이곳에 들어섰다는 사실에 감격하기 전에······.
 
빨리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다.
 
주차장에 들어섰으니 적당한 곳에 차를 대도록 해요.
 
김한서:... (일단 빈 자리를... 아무 데나 찾아서 차 대고 내린다.)
 
기수와 그들이 사용하는 본부는 4층에 있습니다.
 
아, 저기 엘리베이터가...
 
막 닫히고 있네요?!
 
김한서:... 잠, 잠시만요!
민첩
기준치: 70/35/14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무사히 사이에 손을 끼워 넣었습니다.
 
먼저 탄 승객들의 눈초리에 괜히 민망하더라도...
 
일단 올라탑니다.
 
...
 
이른 아침부터 고생을 한 기분입니다.
 
고작 도착했을 뿐인데도 말이죠.
 
사방에 있는 책상과 바빠보이는 사람들. 통유리 너머로는 수많은 화면을 보고 있는 직원.
 
그리고······.
 
못마땅한 얼굴로 팔짱을 낀 남자.
 
이중에서 가장 늙어보이는 것만 보아도 감이 올 겁니다.
 
직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알려주듯이 남자는 다짜고짜 말합니다.
 
권대식:4기수 대장, 권대식이다. 자네의 소속은?"
 
아무래도 앞으로 대장님이라 불러야 할 사람은,
 
좀······.
 
아날로그 할지도 모릅니다.
 
김한서:네, 대장님! 오늘부로 4기수로 발령받게 된 김한서입니다.
 
저마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현대사회에서 삐삐라거나.
 
묵직한 벽돌 휴대전화의 느낌을 받는 것도 드물 텐데요.
 
고지식한 상사라니.
 
그러니까, 꼰대라니..........?
 
예측했어도 실제로 이루어지길 바라진 않았습니다.
 
어쨌거나 그 사람은 당신에게 무전기를 넘겨줍니다.
 
요즘은 휴대전화가 있음에도 이걸 사용하는군요.
 
왠지 영화나 드라마가 떠오르지 않나요?
 
이런 건 레트로함... 정도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권대식은 걸걸한 목으로 두어번 기침하더니 말합니다.
 
권대식:(큼, 큼.) 저 방 안에 앞으로 파트너 형사가 될 사람이 있다. 가서 인사를 하고. 그 친구에게 알려준 걸 똑같이 말해야겠군...
자네들의 콜사인은 405. 경찰 내선으로 무전을 할 때는 405로 수속을 밝히도록.
근무는 24시간. 다음 하루를 쉬는 교차 근무를 하니 참고하고. 전체 출동 명령이 떨어지지 않는 한 이 체재를 유지하니. 1기수를 보조하기만 해도 늘어지는 날은 없을 거다.
순찰차의 열쇠는 벽에 걸려있으니 출동할 때 챙긴다. 당연하겠지만 지급 받은 총은 되도록 쓰는 일이 없어야 할 거야.
알겠나?
 
김한서:... 네, 알겠습니다!
 
권대식:그래, 그럼 나는 이만 가보지.
 
권대식이 떠나기 전 가리킨 벽면에는 열쇠가 걸려있습니다.
 
그중에서는 405라는 라벨링이 붙어있는 자동차 열쇠도 있어요.
 
지금까지 도로에서 고생을 하고 오기도 했고.
 
자차가 있는 입장에서 자동차 열쇠를 보고 설레는 건 드문 일입니다만,
 
어쩌면 조금은 그랬을지도요.
 
김한서:... 안 설렌다고는 말 못 하지.
 
자, 하나가 더 남아있기도 합니다.
 
저 문 너머에 파트너가 있을 테니까요.
 
먼저 도착한 걸 보면, 성실한 편인가?
 
앞으로 오래 마주할 만큼 첫인상부터 잘 남겨야 할 텐데 말이에요.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문을 열어봅시다.
 
김한서:... 늦어서 죄송합니다. (그리 말하며 문 열었다.)
 
문고리를 잡아 돌리자 문이 열립니다.
 
사과가 떨어지면 땅 위를 뒹굴고.
 
닭이 알을 낳으면 달걀이듯이.
 
매우 자연스럽고 명백한 사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왜 그 사실의 끝이 이상한 겁니까?
 
두 눈을 감았다가 뜨고.
 
천장의 백열등을 올려다보았다가 고개를 내리고.
 
별의별 짓을 해보아도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착각이 아닐 겁니다.
 
애초에 저 얼굴과 똑같은 도플갱어가 존재할 리도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한 건 이쪽도 마찬가지였었나 봐요.
 
이주원:한서? 네가 왜 여기 있어?
 
김한서:... 응? 그야 여기로 발령받았으니까.
주원이 네가 여기 있다는 건... (고개 슬 기울였다.)
 
이주원:우리가 파트너라는 뜻이겠지?
 
김한서: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어깨 으쓱하곤 웃었다.)
 
이주원:와, 너를 여기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경찰대 졸업하고 나서 한참 못 볼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같은 곳으로 발령받은 걸 보면, 운명인가 봐. 그렇지?
 
김한서:... 그러게, 진짜 운명이라는 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다시 보니 좋다. 누구랑 파트너가 될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왔는데 말야.
 
이주원:어때, 그럼 네 기대에 부응할 정도의 사람이었을까? (꽃받침; 하고 물어본다.)
 
김한서:(꽃받침한 당신 볼 검지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 당연한 말을. 물어볼 걸 물어봐야지?
 
이주원:(만족스러운 미소...) 당장이라도 파트너가 누군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자꾸 뭘 그렇게 물어보냐고 핀잔을 들어서 말이야.
그럼, 앞으로 잘 부탁해?
 
김한서:내가 할 말이야, 잘 부탁해... 파트너.
 
반복하는 두 번의 기계음이 뒷덜미를 붙잡습니다.
 
두 사람의 음성을 막아 세우듯이 무전기에서 호출이 울립니다.
 
"4기수에게 알린다."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사고 발생."
 
"차량 충돌로 인한 전봇대 파손. 피해 및 사건 사실을 파악 바란다."
 
...
 
이럴 때가 아닙니다.
 
 
 
 
 
 
 
출근하자마자 바로 나가야 할 일이 생기다니.
 
서울청의 하루가 쉽지 않다는 걸 실감하기엔 충분합니다.
 
괜히 망설이는 일은 없도록 해요.
 
이런 바쁜 삶이 꿈이었잖아요.
 
물론, 시간이 지나면 당신도 무뎌질지도 모릅니다.
 
적응이라는 건 그런 거니까요.
 
불씨가 꺼져버린 열정이란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누군가의 가능성이란 곧 나의 가능성이지 않습니까.
 
중요한 건 이 순간이 아니라는 것뿐.
 
적어도 지금만큼은 호승심을 안고서 경찰수첩을 품에 둡시다.
 
심장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어차피 주머니에 넣어두었으니 빼냈다가 다시 넣을 필요는 없을 테지만요.
 
그러므로 이건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아주 쓸데없는 짓이라는 점.
 
두 번째로는 당신이 아직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는 점.
 
이주원:한서야, 안 갈 거야?
 
그 사이에 주원은 문을 열었습니다.
 
예의상 말한 건지. 깜박 잊었던 건지.
 
아니면 재촉하려던 건지는 몰라도 당신이 움직이기엔 적절한 도화선이었을 겁니다.
 
김한서:... 아니, 가야지!
(주원 따라 발걸음 옮겼다.)
 
뒤따라 나오면 주원은 재미있다는 듯 웃고서는 휘적휘적 걸어갑니다.
 
하나도 안 변했어요.
 
어쨌든 순찰차의 열쇠를 챙겨볼까요?
 
위치를 잊지 않았기를 바라요.
 
벽으로 다가가서...
 
김한서: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98
판정결과: 대실패
 
습... 뭐였더라?
 
대충 이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손을 뻗어 하나를 집어 들면,
 
...동시에 손을 뻗어 오던 남자가 뭐하냐는 눈으로 바라봅니다.
 
슬쩍 열쇠를 뒤집어보면,
 
아뿔싸!
 
이거, 405가 아니라 다른 라벨링이 붙어 있습니다.
 
얼른 돌려주고 제대로 된 걸 챙겨갑시다.
 
김한서:... 앗, 죄송해요. (돌려주고... 405라고 적힌 열쇠 찾아 들었다.)
 
이주원:한서야, 얼른 타! (엘리베이터 버튼 꾸욱.)
 
김한서:으응. (그리 말하고 후다닥 뛰어와서 주원 옆에 섰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갑니다.
 
계기판의 숫자가 하나씩 내려가다 보면 지하 1층에 도착하게 되네요.
 
기수가 타는 순찰차가 나열되어있는 모습은 장관입니다.
 
기둥에 새겨진 구획과 순서를 살펴보면 어디인지도 뻔히 알 수 있지요.
 
4열 다섯번째 차량.
 
당장 올라타기 전에 먼저 정해야 할 것도 있습니다.
 
그걸 먼저 알아차린 듯 주원은 말합니다.
 
이주원:한서야... 내 운전을 믿기 vs 네 운전을 믿기.
어느 쪽이 낫겠어?
 
김한서:... 나도 운전을 할 수는 있는데.
너가 더 잘... 하나? 안 탄지 좀 돼서.
 
이주원:하하, 그럼 일단 나 믿어 봐. 최고의 기사님 해줄 테니까.
 
그렇게... 주원은 운전석에, 당신은 조수석에.
 
얼렁뚱땅 자리가 정해지고 말았습니다!
 
자... 아무튼 사고 지점까지 이대로 운전을 해야 하는데.
 
서울의 거리가 좀 복잡하던가요?
 
네비게이션을 검색하는 게 좋겠습니다.
 
화면 위로 지문을 누르고 있는 사이,
 
주원은 태평스럽게 콜사인을 말합니다.
 
이주원:기수 405. 1기수 본부 응답 바람.
사고 지점의 초동수사 즉시 이동 예정. 20분 사이로 도착합니다.
 
뭐지? 묘하게 신나 보입니다.
 
...지금 저걸 듣고 있을 때는 아니고,
 
지도를 보며 입력을 마쳤으면 기로를 살펴봐야죠.
 
김한서: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56
판정결과: 보통 성공
 
보고 있으니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겠습니다.
 
가는 길에 지름길이 있잖아요?
 
20분은 무슨. 바로 출발한다면 10분 안에 갑니다.
 
어떻게 가야 하는지는 파악을 마쳤으니 이제 시동을 걸어봅니다.
 
김한서:주원아... 이거, 이쪽으로 가면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지? (조수석에 타서는 옆에 앉은 주원에게 네비게이션 가리켜 지름길 알려준다.)
 
이주원:(지름길 빤히 보더니 씩 웃는다.) 오케이, 시작부터 죽이 착착 맞네.
 
그리 말하곤 기세 좋게 주원은 핸들을 잡고...
 
유려한 후진과 전진!
 
우리들의 차는 지하 주차장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갑니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이 시대의 베스트 드라이버?
 
아무튼 그렇다고 칩시다.
 
 
 
 
 
출근하는 시간대를 벗어나니 도로는 덜 막히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좀 더 조심히 달리는 기분도 드네요.
 
나란히 운전석과 조수석을 차지한 채로 두 사람은 앞 유리창을 바라봅니다.
 
이주원:(빤히 앞쪽 바라보다가,) 이렇게 출근하자마자 출동이라니.
우리나라 경찰도 참 바빠~.
 
김한서:대한민국 직장인들 중 안 바쁜 사람 찾는 게 더 어려울 걸?
뭐어, 경찰이 바쁘다는 말에는 동감이지만. 도와야 할 사람들이 많으니까.
 
이주원:그래,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완전 모범 경찰 다 됐는데? (생글생글... ... 반대로 본인은 영 껄렁하다.)
아, 오늘 아침에는 왜 늦었어? 네 성격에 지각을 할 것 같진 않았는데.
 
김한서:아, 맞아. 분명 지각할 정도로 늦게 나오지는 않았는데... 여기 근처 횡단보도 쪽이던가? 차에서 내리는 걸 힘들어하시는 분이 계셔서 도와드리느라 조금...
물론 덕분에 지각하긴 했지만, 그래도 경찰인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이주원:하필 출근 시간이었다는 점이 안타깝긴 하지만... 그게 바로 경찰이 할 일이니까! 아무도 뭐라 못 할 거야.
(잠깐 대장 생각함...) 음, 그래. 아마도.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다시 대학생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습니다.
 
이주원:아, 여긴가?
 
어느새 도착했을까요.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노란 폴리스라인의 너머에서는 다 우그러진 자동차가 보이는군요.
 
교차로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크기가 막혔으니 도로 두 개의 통행이 막혔는데도.
 
주변 운전자들에게서 반발이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인도에 선 사람들은 저마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습니다.
 
SNS에 올리기라도 한 걸까요.
 
순경들이 밀어내며 호루라기를 연신 불어대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들이 노란 테이프를 넘어가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이군요.
 
이제는 동경에서 벗어나 현실을 걸어봅시다.
 
매캐한 내음.
 
요란스러운 현장.
 
그리고 하얀 장갑을 낀 두 명의 경찰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검은색 [사고 차량]일 겁니다.
 
우그러진 범퍼는 [전봇대]와 맞닿아 있고요.
 
[도로]를 지나면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습니다.
 
[주변] 역시 조사할 수 있겠어요.
 
김한서:... 일단 먼저 차량부터 봐야겠지. (사고 차량 쪽으로 걸음 옮겨 자세히 확인한다.)
 
범퍼가 죄다 우그러진 게 눈에 띕니다.
 
[타이어]가 용케 붙어있군요.
 
창문도 남아난 게 없어요.
 
열쇠가 없더라도 쉽게 손을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범퍼 앞을 보아하니 둥근 기둥의 폭만큼 패인 흔적이 있는데요.
 
들이박으며 터진 에어백이 [운전석]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김한서:으음, (타이어 살펴본다. 찢어지기라도 했나...)
 
구멍이 나거나 찢어진 흔적은 없습니다.
 
적어도 이 사안에서 타이어 바퀴는 문제가 없었다는 걸 테죠.
 
다른 원인이 있던 걸까요.
 
다른 곳을 살펴봅시다.
 
김한서:(운전석 문 열어 확인한다.) 블랙박스 같은 거라도 남아 있으면 도움이 될 텐데.
 
깨진 창문으로 손을 집어넣어 손잡이를 당기면 문이 열립니다.
 
에어백이 퍽 거슬립니다.
 
군데군데 핏물이 묻어있는 걸 봐서는 부상을 입었나 봅니다.
 
축 늘어진 몸을 겨우 끌어내어 구급차에 실은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
 
실제 현장을 마주하니 속이 메슥거리는 듯합니다.
 
김한서: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1
 
인내하고서 시선을 옮겨 봅니다.
 
핸들과 페달, 그리고 기어를 살펴보았을 때 별다른 문제는 보이지 않습니다.
 
블랙박스가 있기는 하지만 파손이 큽니다.
 
칩을 빼낸다고 하더라도 복구는 어려울 것 같아요.
 
바란다면 [트렁크]와 [조수석]을 더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김한서:(바로 옆자리니까... 조수석 먼저 확인한다.)
 
동승자가 있었던 건 아닌 걸까요.
 
유리 조각이 떨어져 있지만 사람이 탄 흔적은 없습니다.
 
누군가 있었다면 운전석처럼 핏물이 묻어있어야 할 테니까요.
 
바로 앞에 붙어 있는 글로브 박스를 열어 보면...
 
그 안에는 지갑이 들어 있습니다.
 
재차 확인을 거듭하니 오만 원짜리 지폐들과 [주민등록증], [운전 면허증]을 발견합니다.
 
김한서:(장갑 낀 채로 주민등록증 들어 읽는다. 신원 파악은 이걸로 할 수 있겠네.)
 
실려갔다는 응급실로 가보기도 전에 이름부터 알게 되었습니다.
 
서태준. 만 26세.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신분증과 동일한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두 가지 사실을 알 수 있겠네요.
 
서울에서 발급받았다는 것,
 
2020년에 발급받았다는 것.
 
큰 정보는 아니더라도 피해자가 서울에서 쭉 생활했다는 건 알겠어요.
 
김한서:... 일단 그 정도면 충분하지. (문 닫고는 트렁크 열어본다.)
 
안에 들어있는 건 차량 정비용 물품과, 커다란 골프 가방입니다.
 
열어보니 아마추어라기엔 값비싼 골프클럽이 들어있는 게 보여요.
 
그 외로 눈에 띄는 건 없습니다.
 
김한서:아직은 잘 모르겠네. 그럼... (차량이 들이받은 전봇대로 시선 옮겼다.)
 
차량이 그대로 들이박은 걸까요.
 
전선에 겨우 매달려있듯이 기울어진 게 보입니다.
 
주변 전기가 싹 내려갔을 테니 직장인들의 공포가 그대로 느껴지는군요.
 
미처 파일을 저장하지 못했다면······.
 
음.
 
괜히 공감할 필요는 없겠죠.
 
전봇대가 기울어진 방향을 보면 차량이 들이박은 그대로 파손된 듯 합니다.
 
전기에 문제가 생긴 시간을 본부 측에서 전달받는다면 발생 시각을 알 수 있겠군요.
 
전봇대 위에는 CCTV가 붙어있지만 제 역할을 기대하지 맙시다.
 
깡통일 가능성이 크니까요.
 
멀쩡히 제 기능을 했다면 초동수사를 올 일도 없었겠죠.
 
김한서:... (한숨 내쉬었다.) CCTV는 달아둬서 뭐 한담.
 
주원이 도로 쪽에서 손짓합니다.
 
가 볼까요?
 
김한서:아, 응! (답하고 가볍게 뛰어 도로로 이동한다.) 스키드마크 같은 거라도 있어?
 
아스팔트가 깔린 도로 위를 살펴봅니다.
 
하얀 선과 검은 바탕.
 
어딘가에서 나는 매연의 내음.
 
도시의 길.
 
이주원:여기, 뭔가... 갑자기 커브를 튼 흔적이 있어. 오른쪽 길에서 위쪽 길로.
 
김한서:... 그러네. (자세히 살펴본다.)
 
김한서: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73
판정결과: 실패
 
별다른 건... 보이지 않습니다.
 
다른 곳을 조사해볼까요?
 
김한서:... ...
(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시선 돌렸고.)
 
어쩌면 목격자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대화를 나누어볼까요.
 
[교복을 입은 소년], [운동복을 입은 남성], [구두를 신은 여성]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들은 각각 휴대전화를 든 채 현장을 촬영하고 있습니다.
 
김한서:(교복 입은 소년에게로 다가간다.)
 
다가서자마자 소년은 미간을 찡그립니다.
 
교복을 입은 소년:다들 찍고 있는데 왜 그래요. 혹시 지우라고 할 거예요?
어차피 다들 영상 올릴 텐데 저만 잡는 것도 쓸데없는 짓 아닌가.
 
김한서:아, 네. 많이들 찍으셔서 뭐라 할 생각은 없고요. 혹시 사고 현장 관련해서 목격하신 게 있나 싶어서 여쭤보려고 하는데...
 
교복을 입은 소년:...그냥, 사람들이 시끄럽게 굴길래 구경이나 해볼까 싶어서 온 거예요.
제가 왔을 땐 이미 사고 난 지 한참 뒤였다고요.
 
김한서:...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운동복을 입은 남성에게로 이동했다.)
 
운동복을 입은 남성:아,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청년이 머쓱하다는 듯 휴대전화를 내립니다.
 
사건 현장을 대놓고 찍는다는 게 부끄러운 줄은 아는 기색이네요.
 
꽤 민망해보이는 기색입니다.
 
김한서:아무래도 그렇긴 한데... 뭐어, 요즘 이런 게 잘 되어 있어서 다들 찍으니까요.구경하고 계셨던 거예요? 혹시 사고 현장은 못 보셨을까요.
 
운동복을 입은 남성:예에, 사고 현장은 저도 못 봤습니다. 그냥 러닝하다가 사람들이 웅성거리길래요.
아, 외제차가 이렇게 된 걸 볼 일이 흔하지는 않잖습니까?
 
아, 그 말을 듣고 차를 다시 보니...
 
주변에 엠블럼이 떨어져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차량이 파손될 때 떨어졌던 걸까요.
 
독일제 B사의 것으로 상당히 비싼 차입니다.
 
적어도 서민이 타기엔 무리가 있어요.
 
다 부서진 이후로는 알아보지도 못했지만.
 
김한서:... 그러네, 저거 외제차구나. (중얼.) 도움이 됐어요. 감사합니다. 대놓고 찍는 건 그래도 좀 자제하시구요! (그리 말하고는 구두를 신은 여성 쪽으로 이동했다.)
 
휴대전화로 촬영을 이어가던 여성은 주원과 당신을 발견합니다.
 
폴리스 라인 너머에 있었으니 경찰이라는 걸 알아보았을까요.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호들갑을 떨며 말합니다.
 
구두를 신은 여성:여기에서 실려 간 사람, 많이 다친 것 같던데! 어쩌면 좋아, (두 손으로 입 가리고...) 뭔가 찾은 건 없나요?
 
김한서:네, 보통 사고가 나면 있는 흔적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서...
(음.) 혹시 사고...가 난 분과 아는 사이신가요? 아니면 보신 게 있다거나.
 
구두를 신은 여성:막, 차에 문제가 있던 건 아니래요? (눈 한 번 데굴...)
그러니까 사실... 지나가다가 들었거든요. 멈춰! 라고 외쳤던 소리를.
브레이크라도 고장난 거 아녜요?
 
김한서:... 분명 보기에는 기능에 문제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다시 확인해볼게요. 증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듣고 다시 조수석을 살펴 봐도,
 
역시, 브레이크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변이나 살펴 볼까요.
 
김한서:... (주변 둘러본다.)
 
출근이 거의 끝난 시간에는 한적하기 마련인 사거리입니다.
 
다만 크고 작은 교통사고는 늘 있어 왔던 곳입니다.
 
...단순히 그 사고들과 다를 바 없는 사안일까요.
 
...
 
초동 수사를 마쳤습니다.
 
적어도 이 현장에서는요.
 
지금까지 살핀 것으로 내릴 수 있는 결론이 있을까요?
 
이주원:아무리 봐도 차량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김한서:근데 목격자 증언을 들어 보니 멈추라고... 했던 것 같더라.
차량 문제는 아니고... 뭔가 있었던 건 맞는 것 같지.
 
이주원:대낮부터 음주 운전인가, 싶었는데... 멈추라는 말을 한 걸 보면 또 그건 아닌가.
다른... 교통사고가 날 만한 요소가 있나?
 
김한서:... 일반적인 교통사고라면, 다른 차량...?
네가 아까 도로에서 갑자기 커브를 튼 흔적이 있었다고 했잖아.
 
이주원:그렇긴 하지만... (들고 있던 폰 휘적...) 애초에 사고 시각으로 추정되는 때, 차량이 정말 안 다니는 시간대거든.
가벼운 접촉사고야 많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이렇게 속도를 내고 달렸다는 건 역시 이상하네.
 
김한서:... 그러니까, 단서가 더 있으면 좋을 텐데.
 
김한서: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사고라기엔 이상하잖아요.
 
우연하게 일어난 일을 사고라고 하는 반면,
 
이 사안은 구린 냄새가 납니다.
 
무언가의 의도성이 보이지는 않나요?
 
그러니까 이건,
 
김한서:... 사건?
 
입 밖으로 내놓고서도 거짓말 같을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드라마 속의 인물이 된 듯한 기분을 느꼈을까요.
 
칠판에 올바른 답을 적어낸 성취감이라도 겪었습니까?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당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
 
 
나 자신의 확신이 두터워진 순간.
 
비슷한 감정을 공유한 건 옆에 선 사람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주원은 난처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말합니다.
 
미처 치지 못한 폴리스 라인의 밖.
 
사람들이 돌아다니느라 지워지고 있는 바퀴 자국.
 
소거되는 도로 위의 물증을 바라보면서요.
 
이주원:그래, 나도 너랑 비슷한 생각을 했어.
사고가 아니라면 범인 또한 있겠지. 하지만... 사진을 찍던 사람들은 이미 돌아갔으니 영장을 내밀어 찾아낼 수도 없겠네.
물증이 있었다는 걸 아는 경찰은, 우리 둘뿐이라는 거지.
 
김한서:... 그렇다면 역시 범인을 찾아야겠네.
 
발자국 사이로 물증은 사라져갑니다.
 
저게 인정받을 가능성은 극도로 낮아요.
 
두 사람의 책임은 아닙니다.
 
순경이 더 넓은 폭으로 노란 테이프를 두르지 않았을 뿐이니까.
 
그저, 그저 아쉬운 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경찰에게 쏟아지는 건 사건입니다.
 
활약하는 상황은 언제라도 있을 거예요.
 
앞으로 두 사람은 많은 일을 겪게 될 테니까······.
 
그럼에도 만일,
 
물러나고 싶지 않다면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결정해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바로 오늘.
 
스물 네 시간의 골든 타임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이 사안에 배정되어있는 데다,
 
순찰차 열쇠를 주머니에 넣은 단 하루뿐입니다.
 
이주원:한서, 이 사건... 수사하고 싶은 거야?
 
김한서:... 당연한 거 아냐?
 
이주원:(활짝 미소 머금고.) 그래, 이게 내가 아는 한서 네 모습이니까. 믿고 있었어.
 
내일이면 다른 사건을 수사해야 합니다.
 
한 가지 일에만 붙어있을 수 없어요.
 
그러라고 세금으로 월급을 받지 않으니까.
 
스물 네 시간 안에 사고로 마무리가 되어버릴 일.
 
어디로도 확률은 0%에 가깝지만 완전한 제로는 아닐 겁니다.
 
두 사람이 여기에 있으니까요.
 
적어도 0.2%라고 할 수는 있어요.
 
0.1이 아니라는 건 당신도 알겠죠.
 
한서, 당신의 곁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주원을 봤잖아요.
 
이렇게 서 있으니 새삼, 파트너가 되었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신참에 초짜인 둘일 테지만.
 
이주원:가자, 한서야. 피해자가 증언할 수 있는 상황인지 확인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
 
김한서:... 그래, 가야지. 근처 병원으로 갔으려나... 얘기 들은 거 있어?
 
이주원:방금 연락 받았어. 일단 차에 타자.
 
주원은 등을 돌려 걸어갑니다.
 
폴리스 라인 너머에 세워진 경찰차를 향해서요.
 
노란 테이프를 두른 안쪽만 살피면 되는 일이었습니다만,
 
걸어야 할 기로는 선택으로 인해 넓어졌습니다.
 
아직은 까마득하기만 한 길입니다.
 
어쩌면 헛수고로 끝나버릴지도 몰라요.
 
이걸 후회하게 될까요.
 
가능성은 사라지지 않아요.
 
그럼에도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겪는 후회만큼은 겪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러 갈까요!
 
 
 
 
 
 
 
순찰차에 도로 올라탑니다.
 
현장을 방문했음에도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 결론.
 
오히려 발이 잠기는 듯한 기분을 느꼈을까요.
 
발치에 감겨드는 게 있다면 털어버려야 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앞으로 나아가야죠.
 
목적지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합니다.
 
김한서: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세브란스병원이랬죠.
 
골목길로 들어선다면 훨씬 빠르게 도착할 수 있을 듯합니다.
 
이주원:(운전대 잡고 있다가...) 그러고 보니까, 배는 안 고파?
 
김한서:으응? 그러고 보니까 조금 고픈 것 같기도 하고.
우리한테 시간이 그렇게 많진 않은데. 가볍게 먹을 게 있나?
 
이주원:(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 짓고... 에너지바 하나 내민다.) 짠. 이거라도 하나 물고 있어.
배고파서 쓰러지면 안 되잖아?
 
김한서:잠깐 세워 주면 핫도그라도 사 올까 싶었는데... 역시 지금은 좀 사치지? (주원이 내민 에너지바 받으며 작게 고맙다 말하고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쓰러지진 않을 걸! 경찰은 체력도 챙겨야 하잖아. (뜸...) 그나저나 에너지바, 네 건 있어?
 
이주원:내 거는... (음.)
괜찮아, 병원 쪽 가면 간단하게 먹을 걸 살 수 있을 테니까.
 
김한서:으음. 그럼 이따가 같이 사 먹고, 지금은 이거 나눠 먹자. (제가 한 입 베어문 에너지바... 운전대 잡은 주원 입 쪽에 대 준다.)
 
이주원:(그제서야 앞 쪽 창문에 고정하고 있던 시선 돌려 한서 바라본다.) 아, 너무 다정한데. 반해버리겠어.
(한 입 물고는 우물우물.) 좋아, 그럼 다시 가 보자고.
 
바퀴가 몇 번을 굴러갔을지.
 
몇 대의 차를 추월하였으며 몇 대의 차에 길을 내어주었을지.
 
그런 걸 가늠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도착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휠체어를 탄 환자들과 간병인이 드문드문 보입니다.
 
이주원:(두리번거리다 접수 맡고 있는 간호사에게 성큼성큼 걸어가선,) 경찰입니다. 금일 입원한 서태준 환자, 몇 호에 있습니까?
 
간호사는 잠시 우리를 물끄러미 보더니,
 
VIP 병동인 1402호에 있다, 그리 말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봅시다.
 
이주원:(버튼 꾸욱 누른다.) 오, 생각해 보니까 나... VIP실 들어가보는 건 처음인 것 같네.
 
김한서:그렇지, 보통 우리 같은 사람들이 VIP 병동에 들어갈 일은 잘 없으니까?
(잠깐 뜸 들였다가.) 이 일을 계속하다 보면 종종 생길지도 모르겠지만.
 
이주원:으음? 꽤 무서운 소리를 하네. 그럴 일 없도록 잘 지켜줘야겠어. (이런다.)
 
어느새 층은 14에 도달합니다.
 
환자 침대를 가로로 밀어도 될 정도로 넓은 복도.
 
어쩐지 쓸데없을 만큼 현대적인 인테리어.
 
그 흔한 CCTV조차 없이 말끔한 내부.
 
두 번째 병실에 멈춰 서면 1402호입니다.
 
우리가 찾고 있는 그 사람의 병실이 맞습니다.
 
똑똑,
 
노크를 하고 나면 안에서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울립니다.
 
문을 열자, 사과를 깎고 있던 남성과 눈이 마주칩니다.
 
조용한 병실.
 
얼굴에 거즈가 붙어있는 환자는 곤히 잠들어있습니다.
 
사과를 깎던 남성은 고개를 숙여 인사합니다.
 
간병인:(고개 들고...) 혹시 도련님의 지인이십니까?
 
김한서:음, (경찰 공무원증 꺼내 보여준다.) 경찰입니다. 시청역 교차로 사고로 입원하신 서태준 씨가 계시는 병실이 맞을까요?
 
간병인:(힐끔, 공무원증으로 시선 옮겼다가 표정 살짝 굳는다.) 맞습니다만, 현재 도련님께선... 사고 이후의 충격이 크니 자극하지 말아주십시오.
나중에 다시 방문해주시죠.
 
김한서:아뇨, 그렇게 단순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해당 사고가 우연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모종의 이유를 근거로 이루어진 고의적... 그래요, 사건이라 말하는 게 좋겠네요.
저희는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자 합니다. 그렇다 보니 피해자 분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고요.
 
사건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남성의 목소리는 날선 음성으로 변합니다.
 
간병인: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실 거면, 당장 나가주시죠.
 
어째서인지 사건 수사를 거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요.
 
...
 
병실에서 내쫓기듯 나와버리고 맙니다.
 
시작했던 다짐이 흐려지는 기분이 들었을까요.
 
협조하지 않는 게 답답했을까요.
 
세상에는 이런 식으로 사장되어버린 사건이 얼마나 존재할까요.
 
생각처럼 되는 일이 없습니다.
 
입 안의 살을 질겅이다가 보면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정선아:저기요.
 
고개를 돌려보면 뺨에 생채기가 난 여자가 있습니다.
 
환자복을 입은 채로도 마스카라를 칠한 게 인상적이네요.
 
한 손으로 목발을 움켜쥔 사람은 말합니다.
 
정선아:밖에서 들었어요. 그러니까, 이 미친 짓거리. 사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거죠?
 
김한서:... 네, 혹시 관련해서 아시는 부분이 있다거나...?
 
정선아:(...) 내 말이 틀리지 않다면 따라와요. 복도에서 얘기할 수도 없으니까.
 
절뚝거리며 앞장서는 걸음을 뒤따라가야겠죠.
 
지금 당장은 다른 수가 없으니까요.
 
주원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발걸음을 옮깁니다.
 
정확히 네 개의 병실을 더 지나친 1406호에 도착했을 때.
 
여자는 목발을 쥐지 않은 손으로 미닫이문을 열었습니다.
 
오렌지색의 소파와 벽걸이 TV.
 
테이블과 양쪽으로 여는 냉장고.
 
좀 전에 서태준의 병실에 갔을 때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VIP 병실의 내부를 마주합니다.
 
여자는 소파 위로 주저앉으며 맞은편에 앉으라는 듯 자리를 권합니다.
 
정선아:난, 정선아라고 해요.
 
그는 덜덜 떨리는 입술을 엄지로 눌렀습니다.
 
김한서:(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네, 서울경찰청 소속 형사 김한서입니다.
 
고개를 끄덕거린 정선아,
 
어딘가 두려운 모습을 숨기지 못 합니다.
 
아예 손톱을 물어뜯는 줄도 모르나 본데...
 
시선이 꽂히자 그제서야 주먹 안으로 엄지를 말아쥐어 감춥니다.
 
수치심 어린 얼굴로 정선아는 말합니다.
 
이런 행동이 튀어나오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느껴지네요.
 
정선아:정유 제과를 알아요? 우리 집 거예요. 전문 경영인도 두지 않은 채 굴리고 있죠. 서태준도 비슷해요.
...걔도 골프선수라고는 하지만 아버지가 더 유명하고.
 
김한서: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86
판정결과: 실패
... 아버지가요?
 
이주원:아, 어쩐지 이름이 익숙한 것 같더라니... (골프 얘기 들으니까 알겠네. 한서에게 속삭인다.)
 
정선아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합니다.
 
정선아:걔 아버지, 이번 총선에 출마하시게 될 분이시거든요? 이쯤 되면 당신들도 알겠죠.
 
아하, 그러고 보니 서 씨 성을 가진 후보가 한 명 있었습니다.
 
유력 후보라며, 뉴스에서 떠들어대기도 했고요.
 
정선아:우리만큼이나 아버지들이 친하세요. 그래서, 별 소란이 일어나도 덮어주겠다는 거죠.
자식들이 똑같은 짓을 당해서 이 모양 이 꼴인데.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름? 호의적이잖아요?
 
김한서:... 똑같은 짓이라고요. 혹시 선아 씨도 사고를 당해서 입원해 계신 건가요?
 
정선아:맞아요. 세 달 전에!
서울을 벗어나서 부산으로 여행을 갈 생각이었어요. 별장에서 지낼 생각으로 SNS에 샴페인 사진도 올렸고. 기분 좋았죠. 지금 생각하면 웃기네. 이렇게 될 줄도 모르고······.
 
이주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정선아:미친 듯이 쫓아왔어요. 금방이라도 도로에서 밀어버릴 것처럼. 이를 악물고 피해 봐도 다시 따라오고······. 도망치다가 어디로든 들이박은 거예요.
기분 탓 아니냐는 말이라면 꺼내지도 마요. 다 같은 걸 겪었으니까. 망할. 차종이나 색깔도 기억 안 나요. 도망치느라 뒤를 볼 겨를도 없었어. 우리는 사냥을 당한 거예요. 과속이 아니야, 아니라고요.
 
김한서:... 그 사건으로 얼마나 다치셨죠?
 
정선아:발목이 으스러졌어요. 원래 하던 일은 할 수도 없게 됐고요. 걸을 수는 있겠지만...
아, 난 전통무용을 했었거든요? 그럴듯하고 고풍스러운 교양이나 갖고 살라고 해서 했던 짓이고······. 지금은 다 지난 일이지만.
 
이주원:다른 경찰은 뭐라고 했습니까? 그러니까, 이런 얘기를 했던 게 저희가 처음은 아닐 테니까요.
 
정선아:항상 여기로 오기도 전에 되돌아가던데요. 여기까지 온 경찰은 처음이니까 내가 당신들을 데리고 온 거예요.
솔직히, 난 당신들이 사기꾼이래도 상관 없어요. 이런 짓거리를 한 새끼만 찾아내고 싶을 뿐이야.
 
김한서:... 정선아 씨와 서태준 씨는 어떤 사이십니까? 같은 적이 있다거나. 의심되는 사람이 아예 없진 않을 것 같아서요.
 
정선아:이미 말했지만 아버지들끼리 친하고. 그 이전에는 우리끼리 친한 것부터 시작했어요. 같은 학교를 나왔거든요. 그 사이 좋던 그룹이 죄다 이 모양이니······.
아, 그래도 걔는 살만 찢어졌다면서요? 재수 좋은 자식.
 
이주원:같은 학교를 나왔단 겁니까? 다른 사람들은 없고요?
 
정선아:대림 사립 고등학교. 예술, 스포츠 특기생 몰려있는 거기 말이에요.
다른 애들도 있었죠. 두 명 더 있었어요. 남현규랑 유서현이요. 한 쪽은 팔을 못 쓰게 됐고, 한 쪽은 손가락이 부러졌고.
하하, 이제 만나서 술잔 집어 드는 일도 없겠지!
 
김한서:으음, 혹시 나머지 두 분도 집안이...?
 
정선아:뭐, 걔들 집안도 잘 사는 거 맞아요. 애초에 예술이랑 스포츠 하는 게 보통 돈 잡아먹는 거 아니잖아?
 
이주원:(고개 가볍게 끄덕...) 그럼, 마지막으로... 가해자로 의심되는 사람은 없습니까? 원한이 얽혀 있을 수도 있는 사건이다 싶어서.
 
정선아:(눈 가늘게 뜨고...) 있어요. 너무 많아서 문제지.
내가 착하게 살지 않았거든, 그 중에 누군지 몰라서 얌전히 처박혀있잖아. 콱 죽여버리지도 못 하고!
(목 뻑뻑하다는 듯 두어 번 기침 하고.) 하... ... 아, 열 뻗쳐.
이제 곧 간병인이 돌아올 거라서요, 이만 가봐요. 큰 기대를 하는 건 아니라도... 잡으면 뭐라도 보답할게요. (가만 안 둘 거야, 그 새끼... 중얼거린다.)
 
이주원:(한서 바라본다.) ... ...일단 나갈까?
 
김한서:... 일단, 그러자. 협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인사하고는 문 열었다.)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다 얻은 것 같습니다.
 
단순한 교통사고가 고위층 자녀들을 노린 테러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군요.
 
미닫이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엘리베이터로 향히봅니다.
 
...되도록 은밀하게 가는 게 좋겠죠.
 
김한서:
은밀행동
기준치: 45/22/9
굴림: 78
판정결과: 실패
 
때마침 주변의 병실에서 나오던 의사와 마주칩니다.
 
아, 습... 성공할 뻔 했는데.
 
더 의심을 사기 전에, 얼른 튀어봅시다.
 
이주원:하하, 잠깐 병문안을 왔을 뿐입니다. (넉살 좋게 웃어넘기고는 얼른 한서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들어간다... ...)
 
엘리베이터를 타고 순찰차로 되돌아오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자, 그럼... 우리가 향해야 할 다음 목적지는 어디죠?
 
김한서: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대림 사립고.
 
네 명의 피해자는 고위층 자녀라는 걸 제외한다면 단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대림 사립 고등학교를 재학했었다는 거요.
 
그곳에선 무언가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으면, 뭐라도 남기기 마련 아니겠습니까.
 
마치 물 밑에서 굴러다니는 조약돌처럼.
 
우리는 이제부터 손을 집어넣어서 그것들의 모양을 확인해야 합니다.
 
뾰족한지. 반들반들한지.
 
아예 다른 생김새인지.
 
네비게이터에 대림 사립 고등학교를 입력합니다.
 
가장 빠른 경로는... 20 분.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벌써 늦은 오후가 되어가네요.
 
이주원:(창 밖 변하는 풍경 보다가 문득,) 고등학교에 이렇게 빨리 돌아갈 줄은 몰랐네. 물론 모교는 아니지만.
 
김한서:하긴 그래. 경찰대 졸업하고 학교 갈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주원:하하, 이런 말 하니까 네 고등학생 시절 모습 궁금하다. (<무맥락.) 나중에 사진 있으면 한 번 보여줄래?
 
김한서:재미없을 텐데. 한 번 찾아볼게... 대신 네 것도 보여 줘야 해?
 
이주원:알겠어, 알겠어. 오랜만에 갤러리 좀 뒤적거려봐야겠구만...
 
창 밖으로 도시의 풍경이 끊임없이 지나가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도착입니다.
 
커다란 건물...
 
보통 학교보다 건물이 두세 개는 더 붙어 있습니다.
 
이주원:부자 학교, 그런 건가... (실없는 소리나.)
 
수업의 막바지에 이르던 중일까요.
 
창문 밖으로 순찰차를 목격한 학생이 있나 봅니다.
 
고개를 내밀고서 시끌시끌한 목소리가 울리네요.
 
여기에서 굳이 손을 흔들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옆에 있는 주원은 이미 손을 흔들어준 상태지만요?
 
아무튼, 그런 건 넘어가고.
 
용건을 해결하기 위해 교무실로 가봅시다.
 
중앙 현관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게 되면 나이가 든 교사가 다가와서 묻습니다.
 
"혹시 보호자이십니까? 무슨 일로 와주셨을까요."
 
김한서:(익숙하게 경찰 공무원증 꺼내들었다.) 경찰입니다. 해당 학교 졸업생들이 당한 사고와 관련하여 얻을 수 있는 단서가 있을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협조해주실 수 있을까요?
 
자초지종을 들은 교사는 어느 한 쪽에 앉아 있는 교사에게 손짓합니다.
 
“박 선생님. 이쪽으로 와주시겠어요."
 
아무래도, 그 피해자들의 담임이었던 교사 같습니다.
 
건너편에서 이야기를 들었을까요.
 
안경을 벗고 자리에서 일어난 남자는 썩 좋은 표정이 아닙니다.
 
엄지와 검지로 눈가를 문지르더니 말합니다.
 
박신일:박신일이라고 합니다. 그 네 명이라면 1학년이었을 당시 모두 제 반이었어요.
제가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쪽으로 와주시겠습니까?
 
그는 교무실의 중앙에 있는 캐비넷을 열어젖힙니다.
 
안에는 종이로 된 수백개의 파일이 있어요.
 
그중에서 몇 개를 꺼내는군요.
 
피해자들의 재학 당시 [1학년 C반 학생 기록부]입니다.
 
파일을 열어보면, 아까 말한 넷의 학생 기록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각자 골프, 전통 무용, 야구, 피아노를 진로로 잡고 입학했습니다.
 
성적이 낮은 편도 아니었어요. 다만,
 
문제가 있다면 동급생을 괴롭히는 일이 잦았다는 겁니다.
 
김한서: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자세히 살펴 보니,
 
교내 처벌의 수위도 매우 낮네요, 이거.
 
교내 청소, 반성문 쓰기 정도.
 
상습적으로 일어난 상황인데도 처벌 강도는 맨 처음과 달라지지 않았어요.
 
이주원:아~... 별로네.
 
김한서:... 그러게. 돈이 엮인 학교는 대체로 이런 식이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이주원:학교폭력 피해자, 많이 힘들었겠어.
 
불쾌합니다.
 
경찰이라는 직종을 가진 당신이기에 더더욱 그렇지 않나요?
 
그런데,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김한서: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잉크가 말라붙어서 들러붙어 있던 걸까요.
 
두 장이 하나로 겹친 것을 발견합니다.
 
조심스럽게 떼어내면 미처 읽지 못했던 학생 기록부를 발견합니다.
 
피해자들의 문서는 전부 확인했지만 이 김에 읽어봅시다.
 
대림 사립 고등학교 1학년 수영 특기생.
 
학기 초까지만 해도 성실하게 출석했습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자유형으로 헤엄치는 경기 종목의 선수이지만,
 
싱크로나이즈 선수들이 하듯이 젤라틴을 머리에 덮은 적도 있다고 하네요.
 
더 빠르게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하나로요!
 
여러모로 열정이 넘쳐났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교내 상담을 받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일곱 번의 상담을 받은 이후로는 입원을 하게 되고······.
 
자퇴 절차를 밟았습니다.
 
교내 상담실.
 
이곳에 기록이 남아 있을까요.
 
한번 가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왠지 모를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거든요.
 
여태껏 보지 못한 이름인데도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건 그런 이유일 테고요.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있지만요.
 
이 학생 기록부에 있는 앳된 얼굴. 어디에선가 봤나요?
 
이주원:음? 왜 그렇게 얼굴을 뚫어져라 봐?
아는 사람인 건 아니지?
 
김한서:그럴 리가. 연이 없을 텐데. 그냥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그래. 대체 뭘까...
 
이주원:(따라서 사진 보더니...) 아, 아무튼.
교내 상담실이라면 올라오면서 봤어. 1층 중앙현관 주변에 있더라.
 
주원이 말합니다.
 
괜히 지도를 찾거나 돌아다닐 필요는 없겠군요.
 
교무실에 더 남아있을 이유는 없습니다.
 
나무로 된 문을 밀어내고서 복도로 향합니다.
 
계단을 내려가는 때면 이따금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아이들.
 
교복을 입고 있는 그들.
 
미성숙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은 청춘이라 말하곤 합니다.
 
그만큼이나 모두 순진했다면 좋았을 텐데.
 
...어쩌면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발소리가 이어지다 보면 문 앞에 멈추어 섭니다.
 
자물쇠가 달리지 않았으니...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광경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열린 창문으로 넘어오는 바람.
 
흔들리는 커튼.
 
떠도는 먼지 냄새.
 
어디에서든 마주할 법한 광경.
 
정면으로 보이는 [책상]이 있습니다.
 
뒤쪽으로는 [책장]과 [소파] 사이로 [창문]이 보입니다.
 
오른쪽에는 [컴퓨터]가 올려진 책상이 있고,
 
왼쪽을 보면 양쪽으로 문을 열 수 있는 [수납장]이 보입니다.
 
김한서:그럼 일단... 책상부터.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었다. 특별한 게 있나?)
 
책상 위로는 반쯤 찻물이 남아있는 주전자와 두 개의 컵이 있습니다.
 
퇴근하면서 치우는 걸 잊었을까요.
 
내부를 들여다보면 한쪽은 비어있지만 한쪽은 절반도 채 비우지 못했어요.
 
그만큼 이곳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고민은 다를 겁니다.
 
어린 마음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고민도 어리지는 않을 거예요.
 
다른 특별한 것은 없어 보입니다.
 
김한서:... 보통 이런 데 기록이 있지 않나. (컴퓨터 확인한다.)
 
구형 컴퓨터는 버벅거리지만 어쨌든 실행됩니다.
 
이 컴퓨터 안에 별다른 파일을 넣어둔 것 같지는 않아요.
 
구색을 갖추는 정도로 놓은 비품처럼 보입니다.
 
하긴, 이렇게 아무나 볼 수 있는 컴퓨터에 기록이 있을 것 같진 않아 보입니다.
 
다른 곳을 살피는 게 좋겠습니다.
 
김한서:으음. (동선상 바로 뒤쪽을 살피는 게 낫겠지... 그리 중얼거리며 소파로 시선 옮겼고.)
 
합성 가죽으로 된 소파입니다.
 
자리를 더듬어보면 패어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교실을 피해서 이곳으로 온 학생들이 많이 있었던 걸까요.
 
이 장소는 누군가에게는 피난처이자 휴식을 위한 장소였을 겁니다.
 
김한서:그래, 이런 곳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으니까. (창문 쪽으로 몸 돌렸다.)
 
이주원:아, 애들 하교하나 봐.
 
열려있는 창문 너머로 풀냄새가 납니다.
 
가로수의 가지가 기울어져 있어요.
 
그 너머로는 운동장의 전경이 보입니다.
 
귀가를 하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요.
 
아무도 이곳으로 시선을 주지 않습니다.
 
지켜볼 수는 있지만요.
 
섞이지 않는 청춘이라도 충분한 누군가가 있었을 겁니다.
 
조용한 삶을 그토록 바란 누군가가 있었을 거예요.
 
돌아서서 다른 곳을 볼까요.
 
김한서:그런가 봐. 좋을 때다~ (책장 쪽으로 걸음 옮겼다.)
 
나무로 된 책장에는 온갖 책이 꽂혀있습니다.
 
청소년 상담에 연관이 된 저서로군요.
 
이만한 수를 상담 선생님이 직접 모은 거라면. 그분께서는 직업에 열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가벼운 마음으로 임하지는 않았을 거예요.
 
김한서:
관찰력
기준치: 45/22/9
굴림: 90
판정결과: 실패
 
손때가 묻은 게 꽤 많이 있습니다.
 
더 볼 건 없어 보입니다.
 
김한서:그럼 남은 곳은 하나네. 여기부터 볼 걸 그랬나... (수납장 확인한다.)
 
수납장의 위에는 [파일]이 놓여있습니다.
 
그 밑으로 시선을 두면 양쪽으로 열 수 있는 [문]이 있네요.
 
김한서:(파일 펼쳐본다.)
 
애석하게도 이건 상담 일지가 아닙니다.
 
교내 학생들에게 나누어줄 통신문 초안인 것 같아요.
 
고뇌하는 사람이 있다면.
 
마음이 아픈 사람이 있다면,
 
무엇이라도 털어놓고 싶다면,
 
홀로 머무르지 않고서 이곳으로 와달라는 외침.
 
이게 누군가의 순간을 한 번이라도 바꿀 수 있을까요.
 
황폐하기만 했던 마음에 한 방울의 빗물이 되어줆까요.
 
그건 미지수의 일입니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 할 것입니다.
 
어쩌면 헛수고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당신은 비웃지 않을 테죠.
 
단 한 사람이라도 붙잡기 위해 살아가기에.
 
김한서:... 그렇지. (수납장 문 열어본다.)
 
 
수납장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보면 그 안이 꽉 차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카세트테이프]와 [구형 라디오]가 있네요.
 
어째서 이런 게 있는 걸까요.
 
이주원:오, 이건 꽤... 아날로그식인데 말이지.
 
김한서:... 그러게. 우리 대장님도 그렇고,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나 봐. (카세트테이프 확인한다.)
 
이주원:감성이지, 감성~ (헛소리.)
 
김한서:
자료조사
기준치: 50/25/10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이주원:한두 명이 아니네.
 
개교하고서 지금까지도 수많은 이름이 이어집니다.
 
해가 바뀌고 시간이 흐르더라도.
 
슬픔과 사람에 지쳐서 이곳을 찾은 학생들인 거예요.
 
그래요. 이건 나름의 묘수였을 겁니다.
 
멋대로 나쁜 마음을 품은 아이들이 쉽게 찾아볼 수 없도록 한 방법.
 
비뚤어진 마음에 가만히 머무르는 참을성은 없을 테고,
 
테이프를 훔쳤다가는 곧바로 들킬 테니까요.
 
마침내 당신은 [윤아사의 상담 테이프] 를 주워 듭니다.
 
이주원:(구형 라디오 톡톡.) 여기 넣으면 되겠네. 그렇지?
 
김한서:... 응, 한 번 넣어 보자. (카세트테이프 주워 라디오에 밀어넣는다.)
 
구형 라디오의 네모난 칸을 누르자 쩍 하니 입을 벌립니다.
 
그 안에 테이프를 밀어 넣었어요.
 
달칵.
 
곧이어 재생 버튼을 눌러봅니다.
 
머지않아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이것은 과거의 흔적.
 
누군가 숨을 흘려낸 순간마다 반복하였을 기록.
 
 
 
 
 
 
<첫 번째 상담>
 
 
 
<두 번째 상담>
 
 
 
<세 번째 상담>
 
 
 
<네 번째 상담>
 
 
 
<다섯 번째 상담>
 
 
 
<여섯 번째 상담>
 
 
 
<일곱 번째 상담>
 
 
 
 
 
평온하였던 음성은 점차 흐트러집니다.
 
때로는 애써 웃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고.
 
우울함에 잠긴 듯이 가라앉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은······.
 
어떻게 들렸을까요.
 
꿈이 무너져버린 인간의 목소리는 어땠나요.
 
어른들과 아이들의 악의로 무너진 슬픔이, 어땠나요.
 
상담 테이프의 작동이 멈춥니다.
 
더는 아무 목소리도 흘러나오지 않습니다.
 
주원은 입을 다문 채로 구형 라디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전말을 예측해가는 건 당신만이 아닌 듯 해요.
 
그러면서도 기시감에 빠졌을지도 모릅니다.
 
어디에선가 이 목소리를 들은 적이 있잖아요, 한서.
 
김한서: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아, 기억났습니다.
 
출근길에 봤던, 그 여자.
 
당신이 도와줬던 그 사람.
 
그때 들었던 목소리와 똑같습니다.
 
사소한 조건이 서서히 들어맞는 과정.
 
머릿속에서 퍼즐은 하나의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꿈을 잃었던 그는,
 
어른이 된 지금.
 
가해자들에게 똑같은 행동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세상은 좁습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기어이 마주치게 되는 삶이 있어요.
 
형사와 범인 또한 그럴 것입니다.
 
윤아사는 헤엄을 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꿈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런 다리로도 페달은 밟을 수 있다는 걸 이용한 겁니다.
 
네 사람을 노리고서 성공하였으니 만족할까요.
 
어린 나이에 들이닥치고 말았던 불운을 흘려내게 될까요.
 
어쩐지 복잡한 속일지도 모릅니다.
 
사건의 전말을 추리해냈는데도 후련하지 않습니다.
 
인생은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와는 다르다.
 
산타클로스가 세상에 없다는 것처럼 언제부터인가 알게 되는 사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건, 너무 입이 쓰지 않나요.
 
정적이 얼마나 흘렀을까,
 
주원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이주원:...복수는 끝나지 않았어. 서태준은 피만 흘렸을 뿐이야.
 
저 말에 오류가 있나요.
 
아닙니다.
 
서태준은 다량의 혈액을 흘렸습니다.
 
다른 세 사람이 저마다 불편을 새긴 것과 달리요.
 
주원의 말에 긍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자동차 안에서의 시도가 불가능하다는 것뿐.
 
그런다고 하여 멈출까요.
 
아닙니다,
 
분명 아닐 거예요.
 
한 번 저질렀다면 두 번은 쉬운 일입니다.
 
더 많은 횟수도 어렵지 않아요.
 
새로운 교복을 채 일 년도 지나지 않아 벗어야만 했던 윤아사.
 
꿈이 망가졌는데도 홀로 학교를 나올 수밖에 없던 소녀.
 
완벽한 동기는 그만큼 악의를 완전하게 만듭니다.
 
시작과 끝은 하나의 실과 같으니.
 
도로 위의 과실치사로 끝낼 수 있었을 복수극은 한 발을 더 나아가는 겁니다.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부상으로 멈출 수 있기는 할까요.
 
영영 다치게 한다고 해서 만족할까요.
 
과연, 지금을 행운으로 여기지는 않을까요······.
 
과거의 피해자는 손을 더럽히게 될 겁니다.
 
다시는 돌이키지 못할 너머로.
 
창밖으로는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하루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주원:...한서야.
늦지 않을 수 있을까.
 
주원이 말했습니다.
 
답잖게 어투에는 확신이 없습니다.
 
여기에서 대답할 사람은 오직 당신뿐입니다.
 
유일한 파트너.
 
오래, 함께하게 될 형사.
 
바로 당신이요.
 
김한서:... 당연하지.
늦어서는 안 되고.
... 할 수 있어. 같이 있잖아. (주먹 꾹 쥐었을까.)
 
확인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두 사람이 나란이 달렸을 거라는 사실.
 
이주원:...(다시 여상한 낯 지어 보인다.) 그래, 그렇다면 출발하자.
그 무엇보다도 빠르게, 닿아야지.
 
그렇게, 달음박질 칩니다.
 
운동장의 가장자리에 있을 순찰차를 향해.
 
 
 
 
 
 
 
우리는 문을 열자마자 뛰어들었습니다.
 
보통이라면 본부에 보고를 한 뒤 협력을 바랄 테지만.
 
매번 무마시켰다는 말을 떠올려본다면,
 
윤아사의 케이스를 떠올려본다면...
 
쉽게 무전기를 들 수 없습니다.
 
허무하게 무마시킨다거나.
 
제대로 마무리짓는 일도 없을테니까요.
 
어른이 되었음에도 어른들의 사정에 휘말려서.
 
어른이 되었음에도 아이의 악의를 감당하지 못하고.
 
반복할 수는 없습니다.
 
바라던 끝이 있다면 직접 해내야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해는 완전히 저물었습니다.
 
사방이 어두컴컴해요.
 
심지어 문제가 있다면,
 
김한서:
듣기
기준치: 40/20/8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하늘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울립니다.
 
앉은 자리에서 깜짝 놀랄 만큼.
 
번개가 공기 중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천둥이 울리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웠던 터라 그만, 놀라버리고 말았습니다.
 
김한서: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주원:(자동차 기어 슬 움직인다.) 이야, 날씨 한 번 죽여주는구만...
 
슬슬 사람들은 퇴근하는 시간입니다.
 
심지어 날씨마저 이 모양이죠.
 
서울의 교통 체증은 이미 정해진 일이나 다름없습니다.
 
아침에 지각을 했던, 하지 않았던.
 
그때는 무엇이든 괜찮았을 겁니다.
 
상사에게 살짝 밉보였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늦지 말아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늦지 말아야 해요.
 
더는 돌이키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게 빛이라면 그보다 빨라야 하고,
 
지금 눈앞에서 가장 빠른 게 번개라면 그조차 추월해야 합니다.
 
주원이 핸들에 한 손을 올려 놓고는 말합니다.
 
이주원:가자, 파트너.
우리의 목적지, 병원으로.
 
김한서:... 응, 가야지!
 
달려 봅시다,
 
 
 
 
 
이주원:(주변 둘러보는 듯 하더니 엑셀 밟는다.) 빗길 운전은 하는 거 아니랬는데, 하하.
자동차 운전
기준치: 70/35/14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3 이동.
 
빗물이 투둑투둑 떨어집니다.
 
앞 유리창을 두드리는 걸 보아하면 오늘 날씨는 최악이겠어요.
 
천둥에, 번개에, 궂은 비까지.
 
그렇지만 하루의 끝마저도 그러지는 말아야 합니다.
 
집중해요, 나아갑시다.
 
김한서:영영 안 할 수는 없으니까. 힘내보자.
기준치: 70/35/14
굴림: 2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2 이동.
 
물 흘러가듯 움직였습니다.
 
좋아요.
 
여기까지 도달했다면 더 멈출 겨를이 없습니다.
 
앞도, 뒤도. 차량으로 꽉 막혀있어요.
 
틈이 생기자마자 바로 움직이는 거예요.
 
이주원:물론 추격전에 살짝 로망이 있긴 했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그래도 뭐...
너랑 함께니까 뭔들 좋지 않을 리가 있겠어? (웃음...)
자동차 운전
기준치: 70/35/14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실환가?)
 
음, 쉽지 않습니다.
 
이동 없습니다.
 
김한서:나도 너랑 함께면 뭐든 좋지만... 교통사고는 사절이야. (장난스럽게 마주 웃었다.) 조심해!
나보고 병원 안 가게 조심하라면서. 파트너 씨가 협조해 주셔야죠?
기준치: 70/35/14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1 이동.
 
하필이면 빨간불에 걸려버렸습니다.
 
오늘... 살짝 되는 일이 없는 것 같기도?
 
일단은 기다립시다,
 
저걸 무시하고 지나가버리기엔 영 무리가 있는 상황이니까요.
 
이주원:(민망한 듯 제 뒷목 쓴다...) 그건 정말 안 되지. 이거 원... 너랑 같이 있으니까 긴장했나?
자동차 운전
기준치: 70/35/14
굴림: 66
판정결과: 보통 성공
 
초록 불이 들어오고, 다시 이동합니다.
 
2 이동.
 
당장 눈앞에 커브 길이 있는 게 보입니다.
 
꽤 급격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요.
 
이 꽉 깨물어요.
 
이주원:(시선 앞쪽으로 고정하더니 핸들 꺾는다...)
자동차 운전
기준치: 70/35/14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오, 다행입니다.
 
부드럽게 커브를 꺾는 데에 성공했으니까요.
 
끼기기긱.
 
아스팔트 위로 바퀴 자국을 남기며 화려하게 유턴합니다.
 
차체가 반쯤 돌아가더니 도로 정면을 바라보는 과정.
 
경찰이 아니라 레이싱 했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김한서:나랑 같이 있을 때마다 긴장하면 안 될 텐데? (슬 웃었고.) 앞으로 계속 같이 있을 거니까.
기준치: 70/35/14
굴림: 38
판정결과: 보통 성공
 
2 이동.
 
자재가 산처럼 쌓여있습니다.
 
진작 좀 치워주면 좋았을 텐데.
 
이곳으로 들어설 수는 없습니다.
 
이주원:하하, 이거 쉽지 않네. (다시 방향 틀어 새로운 길로 들어선다.)
자동차 운전
기준치: 70/35/14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5 이동.
 
아, 꺾어야만 합니다.
 
만일 여기에서 실수한다면 오른쪽 사이드 미러가 날아가버릴 테니까요.
 
창문의 유리라고 해서 성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주원:...한서야, 나 믿지? (벨트 잘 메고 있나 확인한다...)
잘 붙들고 있어.
자동차 운전
기준치: 70/35/14
굴림: 93
판정결과: 실패
 
김한서:... ... 믿긴 하지만! 잘 붙들고 있어서 다행이다.
 
...쾅!
 
충돌음이 이어집니다.
 
음, 그러니까... 우리 사이드 미러 쪽은 보지 말기로 해요.
 
어쨌든 차는 잘 굴러가잖아요?
 
한 손으로 손잡이를 잡으며 몸을 지탱해봅니다.
 
바퀴가 반쯤 틀어지더니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합니다.
 
우리, 영화라도 찍는 걸까...
 
김한서:이거 고치는 건... 지원해주려나? (고개 슬 기울였고.) 안 다쳤지?
기준치: 70/35/14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1 이동.
 
눈 앞에 펼쳐진 건 직선으로 이어지는 도로입니다.
 
이 때를 놓쳐서는 안 되겠죠!
 
김한서:
기준치: 70/35/14
굴림: 1
판정결과: 대성공
 
3 추가 이동.
 
슬슬 차량이 밀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옆에서 끼어들기를 하려는 걸까요.
 
창문 너머로 흐릿하게 상대측 운전자의 낯이 보입니다.
 
이주원:다치지는 않았는데... 저 사람을 어쩌지.
그냥 확 밀고 들어가?
 
김한서:... 그러게. 경찰증이라도 보여줄까?
 
이주원:좋지. 네가 창문 열고 좀 말해 볼래?
 
김한서:(창문 내리고는 경찰증 꺼내들었다.) 서울경찰청 소속 형사입니다! 사건 해결을 위해 출동 중이니 협조 부탁드립니다.
 
상대측 운전자는 두 사람이 경찰임을 확인하자,
 
제 발이라도 저렸는지 금세 속도를 늦춥니다.
 
이주원:하하, 든든한데.
자동차 운전
기준치: 70/35/14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1 이동.
 
이주원:여기만 지나면 직선 통로던가.
 
마지막 커브 길이 바로 코앞입니다.
 
마음의 준비를 할 때입니다.
 
김한서:응, 조금만 조심해서... 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기준치: 70/35/14
굴림: 59
판정결과: 보통 성공
 
3 이동.
 
저 멀리에서 희미하게 새하얀 건물이 보입니다.
 
저 앞까지만 달리면 될 거예요.
 
목적지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둘은 알고 있을 테니.
 
이주원:...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어. 늦지 않아야 할 텐데.
자동차 운전
기준치: 70/35/14
굴림: 1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5 이동.
 
바로 옆에 번개가 내려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던가요.
 
차체가 그보다 먼저 앞으로 갈 거라는 생각.
 
망상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한순간이나마 꼭 이루어낸 듯한 기분이 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기이한 기분이죠.
 
자, 다시 나아갑시다!
 
김한서:좋아... 이제 진짜 곧이네. 마음의 준비는 했어?
기준치: 70/35/14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1 이동.
 
주원이 자동차의 디지털시계를 흘끗거리며 보고 있습니다.
 
시간이 촉박하게만 느껴지는 탓이겠죠.
 
이주원:... 물론! 그런 마음의 준비는 이미 마친 지 오래야.
자동차 운전
기준치: 70/35/14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말을 끝마치자마자,
 
주원은 핸들에서 손을 떼어놓습니다.
 
완전히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될 테지만,
 
고개를 듭시다.
 
창문 너머로 선명히 빛을 발하는 녹색 십자가를 바라봅시다.
 
 
 
 
 
억수 같이 내리는 비.
 
순찰차에서 내려서자마자 찰박이는 물웅덩이.
 
등 뒤로 떨어지는 천둥과 번개의 소리.
 
금방이라도 땅이 갈라질 듯한 날씨.
 
그 한가운데에서 두 사람은 다급히 순찰차에서 내립니다.
 
우리가 향해야만 하는 곳은 정해져 있어요.
 
그렇지 않습니까.
 
빗속에서 온몸이 젖어가는 와중에 주원은 당신을 응시합니다.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당신을 보았습니다.
 
마치 파트너의 뜻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김한서:... 가자. 1402호였지, 아마?
 
이주원:(고개 끄덕.)
 
온몸이 질척거립니다.
 
막 퇴근하던 레지던트가 흘끗거릴 정도로 온몸이 축축하기만 합니다.
 
잠시 서 있었을 뿐인데도요.
 
마치 우산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보이는 꼴입니다만.
 
망설임 없이 달려갑니다.
 
그래야만 한다는 직감이 차오르잖아요.
 
누군가의 내레이션이 들리지 않더라도.
 
누군가 의도한 대로 음악이 바뀌지 않아도.
 
이게 바로 현실입니다.
 
그토록 바라던 인생입니다.
 
권총을 드는 일은 없을 뿐더러.
 
주먹을 들고서 범인과 싸우는 일도 없지만.
 
 
 
 
 
 
 
거의 다 퇴근을 하고 있기도 하고.
 
응급실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대부분 흐트러진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두 사람의 행색도 사실 특이한 건 아닙니다.
 
온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고 있자니 청소부가 고생하겠다 싶을 뿐인 걸요?
 
엘리베이터 앞에 선 주원은 버튼을 눌렀습니다.
 
곧바로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은 나란히 들어섭니다.
 
붉은 디지털 숫자가 변해갑니다.
 
1, 2, 3······.
 
마치 카운트다운이라도 되는 양.
 
슬쩍 옆을 돌아보면 주원의 시선이 닿습니다.
 
슬쩍 주먹을 들어 보이네요.
 
맞닿아내자는 건지.
 
이주원:(웃으며 고개 까딱.)
좀 유치한가?
 
김한서:아니, 좋지. (주먹 쥐고는 마주 댔다.)
 
그렇게 손이 마주 닿자,
 
곧바로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의 안내음은 두 사람이 14층에 도달했다는 것을 알립니다.
 
복도는 어둑어둑해요.
 
최소한의 조명만을 켜두었으니.
 
이른 잠을 청하는 환자들을 위함일 겁니다.
 
아래층에서 간호사들은 호출이 울릴까 봐 신경 쓰면서 야간 근무를 하고 있을 테고요.
 
유일하게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빗자루나 양동이가 들어있는 카트를 끄는 청소부입니다.
 
주원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는 듯 말합니다.
 
이주원:(대충 얼굴 물기 닦아낸다.) ...아직 조용한 것 같은데?
 
다만,
 
당신은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한서, 저 땋아 내린 갈색 머리카락을 봐요.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김한서:... 윤아사 씨?
 
윤아사.
 
당신이 부른 이름이었습니다.
 
그 발언은 몇 가지의 상황을 만들어내었습니다.
 
파트너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하였습니다.
 
카트가 이동하면서 굴러가던 바퀴가 멈춥니다.
 
식은땀을 옷에 대고서 닦아내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도 했고.
 
침을 삼켜내는 듯한 소리가 들리기도 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다시 밀어내는 걸음이 뒤를 잇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좀 더 서두른다는 걸까요.
 
1402호를 향해 가까워지기 직전에 주원은 말했습니다.
 
어쩌면 다급한 외침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주원:...윤아사 씨!
지금까지 저지른 건 단순한 교통법 위반입니다. 과속과 차량에서의 상습적인 위협. 죄목을 따진다고 해도 그것으로 끝날 수 있었습니다.
 
음절 하나하나가 떨어집니다.
 
이주원:비록 과속이 아니라 사냥이었다고 해도.
 
동시에 파란 바구니가 복도를 나뒹굴었어요.
 
이주원:사고가 아니라 사건이었다고 해도······.
 
커다란 식칼을 손에 든 여자가 이쪽을 바라보는 순간.
 
이주원:조서에는 그것만 남을 수 있었단 말입니다.
 
눈물에 젖은 낯이 일그러집니다.
 
이주원:...지금 그 문을 연다면 달라지는 겁니다.
 
그래요.
 
 
 
 
 
기껏해야 8M의 거리.
 
세 사람은 서로를 마주 봅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먼저 불렀던 당신을 바라봅니다.
 
똑같은 기시감을 느끼는 듯하더니 자조어린 웃음을 지어버렸어요.
 
그걸 정말 웃음이라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자기혐오의 일부일 뿐.
 
윤아사: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도움을 받지 않는 건데.
그게 제 불운이 될 줄은 몰랐네요.
 
윤아사는 손을 들어 보입니다.
 
식칼을 잡지 않은 손은 희미하게 떨립니다.
 
손가락을 말아쥐어 보고,
 
무언가를 쥐는 듯한 동작.
 
우리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핸들.
 
자동차의 핸들.
 
여태껏 무기가 되어주었던 것을 되새김질하듯 허공을 움켜쥡니다.
 
윤아사:...저는 이미 세 사람의 삶을 변하게 했어요.
 
수사搜査란,
 
범죄의 혐의 유무를 알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여 범인을 찾고자 하는 일.
 
그러므로 짧은 시간 내로 누구보다 상대를 파고들어야 합니다.
 
해묵은 일기장을 펼쳐내듯이.
 
오래된 인형의 가슴팍을 눌러보듯이.
 
실밥 하나의 근원까지도 파헤치지요.
 
어쩌면 이 행동은 알아간다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알아간다는 건 곧 이해를 끌어올립니다.
 
눈앞에 있는 범죄자는 세 사람의 신체적인 결손을 이루어냈습니다.
 
심지어 살인미수로 현행범 체포를 하더라도 될 상황입니다.
 
범죄 사실만 보면 그렇지만,
 
그럴 테지만······.
 
알아버렸습니다.
 
이 사람이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고 있잖아요, 한서.
 
윤아사:내게 사과도 하지 않고, 용서를 구하지도 않은 사람들.
 
이유 모를 적의에도 오해를 풀고 싶다던 아이.
 
윤아사:어째서 나만 멈춰야 하는 거죠?
 
물 밖에 있는 게 힘들다고 말하던 고등학생.
 
윤아사:내 꿈을 빼앗은 대가를 나라도 줘야 하잖아...!
 
청춘이라는 단어조차 괴롭게 물든 사람.
 
윤아사:나라도, 그렇게라도······.
 
스스로의 이름마저 미워하게 된,
 
 
 
 
 
여전히 품에는 경찰수첩이 들어있습니다.
 
뒷주머니에는 수갑이 들어있을 거예요.
 
부피와 면적이 달라진 건 없을 텐데.
 
유난히 무거웠을까요.
 
혹은 여전히 같은 무게일까요.
 
아무도 짐작할 수 없을 겁니다.
 
고객과 점원.
 
동전과 자판기.
 
달걀과 팬케이크.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들이 그러하듯이 범죄자와 경찰도 같을 것입니다.
 
두 역할 사이에도 순서라는 게 있습니다.
 
범행으로 물꼬를 트는 게 범인이라면,
 
마무리를 짓는 건 언제나 경찰이지 않습니까.
 
모든 드라마나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에서 그러하듯이.
 
체포하기를 바라나요.
 
혹은, 책임이 버거워서 포기하기를 원하나요.
 
무엇이든 선택은 당신의 몫입니다.
 
파트너와 함께 맞이하는 첫 번째 사건.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끝은······.
 
어떤 풍경일까요.
 
김한서:... 이해해요. 그렇게 화낼 수 있죠. ... 저였어도 화를 냈을 거예요.
그런데, 그래도, 저희는 경찰이라서. 윤아사 씨가 더 무언가를 하도록 놔둘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여기서 그만둬요, 그들은 가해자이자 피해자지만... 아사 씨가 체포되었을 때 증거로 상담 기록 같은 걸 제출하면 그들도 곤란해질 테니까요. 일단 그 정도는 어떨까요.
여기서 더 잘못된 선택을 하면 돌이킬 수 없어져요.
복수는... 그래요, 제가 당사자가 아니니까 불필요한 거라느니 하는 말은 못 얹겠어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다가가서 손 잡았다.) 아사 씨의 복수가 자기 자신마저 갉아먹고 있잖아요.
 
김한서:그러니까 지금은... 여기서. (수갑 꺼내고는 주원과 눈 마주쳤다.)
 
이주원:(한 걸음 뒤에서 둘의 대화 지켜보더니, 눈 마주치자 고개 끄덕이곤 가까이 다가온다.)
 
 
 
 
 
 
 
이해는 어쩔 수 없습니다.
 
사람이기에 겪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고 한들 책임과 의무를 놓을 이유는 되지 못 합니다.
 
무신경과 무모함으로 시달려온 사람에게.
 
당신마저도 똑같이 굴 필요는 없지 않나요.
 
동정은 만용입니다.
 
과거가 안타깝다고 해서 저지르게 될 비극을 막지 못한다니.
 
그러지 말아야 해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건 바로 당신이었을 겁니다.
 
한서, 수갑을 들고,
 
미란다 원칙을 말해 봅시다.
 
두 손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짓는 겁니다.
 
언제나 바랐던 꿈처럼.
 
김한서:윤아사 씨. 당신을 피해자들을 향한 과속과 차량에서의 상습적 위협을 근거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고, 당신이 하는 말은 당신에게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으며...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
(비록 경찰의 현실은 꿈과 달리 권선징악이기만 한 건 아니지만.)
 
윤아사:... ... ...
 
유리 깨지는 소리를 내며 식칼이 바닥을 뒹굽니다.
 
윤아사는 두 손목을 내어준 채로 고개를 틀었습니다.
 
무심결에 따라서 고개를 틀면,
 
저 멀리 떠오르는 해를 봅니다.
 
주홍빛이 얼굴 위로 번지고 있어요.
 
선연한 색이 비추었을 때 말했습니다.
 
여린 음성이 가까운 거리에서 울립니다.
 
윤아사:상담실의 소파에서 나란히 잠들었다가 깬 적이 있어요. 상담 선생님이 잠든 사이에 저 혼자 이른 새벽의 창밖을 보았죠.
아침이... ...
아침이, 오네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어떤 기분이 들까요.
 
온전히 이해할 방도는 없다만,
 
다시 칼을 집어 들지는 않을 겁니다.
 
전혀 논리적이지 않지만, 그래요.
 
직감이라 해 두자고요.
 
그때,
 
예고 없이 주원은 어깨동무하듯 팔을 둘러 옵니다.
 
이주원:너랑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파트너, 이거 받아.
 
손아귀에 잡힌 것은 무전기입니다.
 
한서도 갖고 있을 텐데 이걸 왜?
 
어떠한 말을 꺼내기도 전에 주원이 말을 잇습니다.
 
이주원:보고해야지, 사건 해결했다고.
콜사인은 기억하고 있어?
 
기수 405.
 
1기수 본부 응답 바람.
 
대장에게 직접 들었는데도 내뱉은 적이 없습니다.
 
처음 순찰차에 탔을 때는 주원이 콜사인을 말했죠.
 
이제는 당신이 뱉을 차례입니다.
 
김한서:기수 405. 1기수 본부 응답 바람.
사건 해결, 피의자 체포했습니다. 서로 복귀합니다.
 
 
 
 
 
정말 끝이라는 걸 실감합니다.
 
첫 번째 사건, 첫 번째 종결.
 
앞으로도 기억에 오래 남을 겁니다.
 
동시에 짐작했을 거예요.
 
오늘의 기억이 까맣게 지워질 만큼 두 사람은 수많은 장면에 들어서게 될 겁니다.
 
그건 영화라기엔 볼품없고,
 
드라마라기엔 극적이지도 못 하고,
 
애니메이션이라기엔 멋들어지지도 않을 테지만.
 
이주원:수고했어, 한서야.
 
김한서:... 너가 운전하느라 더 고생 많았지.
 
이주원:(하하...) 다음엔 조금 더 실력 키워서 와야겠네.
 
김한서:그러면 좋고. 복귀한 다음에 얼른 보고하고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갈까?
 
이주원:환영이지. 나 완전 출세했네, 너랑 같이 밥도 먹고.
앞으로도 잘 부탁해.
 
김한서:내가 할 말 아냐? (웃었다.)
잘 부탁해, 파트너.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시나리오 보상 : 체력 및 이성 2회복, 성과금으로 인한 재력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