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원한] 괴물예찬론

카테고리 없음

by 낯행 2024. 8. 25. 15:31

본문

 
 

 

 
GM. 나탱   KPC 김한서
 
PL. 샌누   PC 이주원
 
2024. 08. 18
 
 
해가 뜨지도 않은 새벽,
 
알람 소리가 잠을 깨웁니다.
 
버스로 20분,
 
한 번 갈아타서 지하철로 30분.
 
엘리베이터와 계단으로 이동하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지금 일어나야 회사에 지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건조한 눈을 문지르며 커피를 내리면,
 
뉴스에서는 아나운서가 심각한 표정으로
 
오늘도 한층 더 다가온 외계 행성에 관해 보도합니다.
 
육안에 보이는 정도의 크기에서
 
하늘의 반을 뒤덮을 때까지
 
그리 긴 시간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낯선 행성의 방문에 관해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인터뷰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시민 1:너무 무서워요.
 
시민 2:외계인의 침공일까요?
 
시민 3:지금이 우리에게 영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가볍게 흘려듣던 아크로는
 
문득 영웅이라는 말에 TV를 봅니다.
 
아크로:영웅?
 
척 봐도 수상해 보이는 사람들이
 
하얀 로브를 입고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뗍니다.
 
로브를 입은 사람:하지만 두려워 마세요, 영웅은 곧 돌아옵니다. 우리는 구원받을 것입니다.
 
우리는 구원받을 것입니다.
 
아크로:(...사이비 아니지?)
 
흐으음.
 
무언가 대책이 있나 싶었는데,
 
그냥 평범한 사이비 종교였나 봅니다.
 
아크로:말세네, 말세.
 
보온병에 커피를 옮겨 담으면,
 
나갈 시간입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면,
 
버스 시간표를 볼 수 있습니다.
 
늘상 타고 다니는 버스는
 
칼같이 3분 후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KP:관찰력 판정.
 
아크로:
관찰력
기준치: 25/12/5
굴림: 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벤치를 보면,
 
지나치게 큰 후드집업을 입고
 
모자를 뒤집어쓴 5살 남짓의 아이가
 
무릎을 껴안고 앉아있습니다.
 
아크로:(혼자?)
 
네, 혼자네요.
 
아크로:(아이 톡톡 두드린다.) 저기, 보호자는 안 계시니?
 
아크로가 말을 건다면,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듭니다.
 
어떤 의지가 보이지 않는 멍한 얼굴입니다.
 
아크로:(5살 얼굴이 왜 이래...?)
 
아이는 다른 곳을 응시하며 입만 뻐끔거립니다.
 
그나저나, 당신이 타야 할 버스가...
 
3분이 지나도 오지 않습니다.
 
버스 시간표 아래에 적힌 번호대로 전화를 걸 수 있습니다.
 
아크로:습... ... 지각하면 큰일나는데.
(얼른 시간표 아래에 적힌 번호에 전화 건다.)
 
전화를 걸면,
 
몇 번 신호음이 가더니
 
버스 관리 센터의 직원이 전화를 받습니다.
 
직원: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고객님.
다수의 버스 기사들이 파업을 선포하셔서 현재 해당 지역으로는 버스가 운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들 마지막 순간은 가족들과 있고 싶다고 그만두셔서….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상황입니다.
 
버스가 오지 않으면 40분을 걸어서
 
지하철이 있는 곳까지 가야 합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이라면 버스를 타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지하철에 잔뜩 몰릴 테고,
 
분명 끔찍한 포화와 연착이 지속되겠죠.
 
직장에 늦으면 사수에게 무슨 소리를 들을지까지 생각이 치닫습니다.
 
아크로:(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출근은 해야 하는데-!!)
 
슬픈 일이에요.
 
아크로:...택시 없나?
 
버스가 이 난리인데,
 
택시 기사라고 파업을 하지 않았을까요...
 
그냥 가지 말까.
 
그런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
 
아크로:우울한데...
 
그 때,
 
길 건너에서부터 하얀 로브를 입은 사람들 한 무리가 건너옵니다.
 
아크로:(어, 사이비다.)
 
그들은 아이와 당신을 발견하곤 가까이 다가옵니다.
 
로브를 입은 사람:여기 있었구나!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이 아이는 저희 소속입니다. 자, 가자.
 
그 모습은 굉장히 익숙합니다.
 
당신은 이들이 TV에 나왔던
 
사이비 종교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아크로:...? 잠깐. 잠깐만. (아이와 사람들 번갈아보더니,) 야, 너 이 사람들이랑 아는 사이 맞아?
(납치 아냐 이거...?)
 
아이는 그들을 보더니 안색을 굳히고
 
아크로의 옷깃을 살짝 잡습니다.
 
자세히 보니,
 
무릎이나 팔 곳곳에 멍과 생채기가
 
알록달록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아이는 미미하게 고개를 흔들기까지 합니다.
 
로브를 입은 사람:왜 이러는 거니? 이러면 착한 아이가 아니지. 또 교육을 받고 싶은 거야?
 
사이비 종교의 사람들은
 
아이를 엄한 투로 꾸짖습니다.
 
이어서 억지로 데려가고자 손을 잡아끌기까지 합니다.
 
아이가 이를 거부하자
 
가장 앞에 선 사람이 폭력을 휘두르려는 듯
 
손을 높이 듭니다.
 
아크로:(아이 앞 막아선다.) 뭐 하시는 겁니까? 싫다잖아요.
애가 싫다고 하잖아.
 
KP:이 기능치의 초기치는 30으로, 실패할 때마다 10씩 상승합니다.
용기 판정.
 
아크로:(잠깐만)
 
아크로:
용기 Roll
기준치: 30/15/6
굴림: 45
판정결과: 실패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KP:실패 시 당신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것'으로 처리됩니다. (용기 10 상승)
다시, 용기 판정.
 
아크로:
용기 Roll
기준치: 40/20/8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안아 들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로브를 입은 사람:이게 무슨 짓이죠? 이건 납치예요. 저희 아이를 돌려주시죠.
 
사이비 종교의 관계자들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손을 뻗습니다.
 
아크로:아니, 누가 봐도 당신네들이 더 수상해!
(아이 안아 들고 한 걸음, 두 걸음 뒤로 물러난다.)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눈앞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일단 달립니다.
 
뒤에서부터 당신을 뒤쫓는 소리와 짜증 섞인 욕설이 들립니다.
 
다가오는 종말,
 
엉망이 되어버린 하루,
 
부서진 쳇바퀴,
 
그리고...
 
생애 첫 일탈.
 
KP:용기가 10 상승합니다.
 
아크로:으으, 이런 오지랖 어쩔 거야~~!!! (냅다 달린다. 달리고...또...달리고.)
 
당신이 달리고, 달리다 보면.
 
당신의 품에 안긴 아이가 처음으로 입을 뗍니다.
 
아이:저기, 가야 하는 곳이 있어요.
그런데 혼자서는 갈 수가 없어서…….
 
아크로:(헉헉거린다;) ...어? 뭐? 어디로 가야 하는데?
 
아이는 묵묵하게 손목에 있는 기기를 조작해 좌표를 띄워줍니다.
 
여기서부터 3블럭 떨어진 거리의 가장 높은 건물입니다.
 
건물명은 X 제약회사라고 하네요.
 
아크로:네가 여길 가서 뭐 하려고?
보호자가 거기 있기라도 해?
 
아이:... 영웅을 깨우기 위해서.
 
버스는 운행하지 않고,
 
지하철이 있는 대로변에는
 
사이비 종교의 관계자들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달려서 갈 수 밖에 없네요.
 
아크로:뭔 소리를 하는 거람, 하... ... 네가 데려다달라고 한 거다?!
(방향 틀어서 X 제약회사로 달려간다!)
 
아이:종교에서 실험을 당하고 있어요.
반드시 거기로 가야 해...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누면
 
추격이 따라붙습니다.
 
아까와는 다른 인원이 두 사람을 쫓아옵니다.
 
아크로:평범한 직장인한테 이게 대체 무슨 시련이냐고...
 
빠르게 자리를 벗어나보지만,
 
그 중 한 명이 이쪽을 향해 총을 겨눕니다.
 
아크로:뭐? 총?
 
네, 총이네요.
 
아크로:(숨...숨을 곳 찾아본다.)
 
... 숨을 곳은 마땅히 없습니다.
 
사격 회피 불가,
 
왼쪽 팔에 5의 대미지가 들어옵니다.
 
탕!
 
그와 동시에 스파크가 튑니다.
 
총을 맞은 부분을 확인해보면,
 
내부의 회로와 부품이 드러나 흉한 모습입니다.
 
KP:용기가 10 상승합니다.
 
총알은 계속해서 쏟아집니다.
 
아무리 내구도가 높은 안드로이드라고 해도,
 
빗발치는 탄환 속에서 아이를 지키며
 
손상을 줄일 수는 없습니다.
 
아이:미안해, 나 때문에…….
 
여기서 선택의 시간입니다.
 
포기하고 아이를 건네준다거나,
 
하다못해 여기서부터는 따로 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모든 것에도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끝까지 목적지까지 데려다주겠다면,
 
KP:용기 판정.
 
아크로:
용기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사과는 나중에 다시 해-!!!
 
이미지
 
너덜너덜해진 안드로이드가 아이를 안고
 
X제약회사의 지하층에 돌입합니다.
 
보안을 해제한 것은 다름이 아닌 아이입니다.
 
...
 
안드로이드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곳은 없습니다.
 
눈앞에 거대한 실험관들이 보입니다.
 
진귀한 풍경입니다.
 
더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생물,
 
크리쳐가 용액 속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를 안은 안드로이드가 향한 곳은
 
가장 깊숙한 곳입니다.
 
아이가 그곳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이 갇힌 실험관까지 도달하자,
 
당신의 몸이 고장을 알립니다.
 
눈 앞으로 붉은 신호가 점멸합니다.
 
안드로이드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쓰러집니다.
 
아이는 울고 있습니다.
 
아크로:하............어떻게든 되겠지!
(손 뻗어 버튼 꾸우욱.)
 
마지막으로,
 
안드로이드는
 
전선과 회로의 덩어리로만 존재하는 검지로
 
실험관의 버튼을 누릅니다.
 
그러자,
 
실험관 내부에서
 
울컥,
 
하고 기포가 올라오더니
 
내부로 이어진 전선으로
 
전기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것으로 당신의 임무는 끝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드로이드 시스템이 종료됩니다.
 
송출되던 눈앞의 영상이 차츰차츰 흐려집니다.
 
지긋지긋하던 하루의 연속,
 
어쩌면 이것은
 
간신히 얻어낸 휴가일지도 모릅니다.
 
아이:있잖아,
이런 말…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아이는 안드로이드의 손을 잡고 말합니다.
 
아이:당신은 세계를 구한 거야.
내 이름은 오데트,
 
오데트:당신의 이름은?
 
신체를 구성하는 은빛 부품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아갑니다.
 
아크로:그래? ...방금 나 좀 멋있었나?
내 이름은, 아크로.
 
그 원심력을 따라 돌아가는 것은
 
프로그래밍된 일과,
 
약간의 전류,
 
그리고 당신.
 
아크로.
 
어쩌면 수백억분의 일의 확률로 발생된 오차.
 
전원을 구동하던 마지막 바퀴가
 
원을 그리며 느릿하게 굴러갑니다.
 
-
 
이미지

 

 

 

 

 
W. 청서
 
GM. 나탱   KPC 김한서
 
PL. 샌누   PC 이주원
 
2024. 08. 18
 
 
호흡을 도와주는 산소 마스크,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쓰디쓴 액체,
 
전신에 엉겨 붙은 전선,
 
양손을 구속하는 쇳덩이,
 
그리고,
 
터질 듯 빨리 뛰는 심장.
 
덜컹,
 
덜컹, 소리와 함께
 
실험관이 열리고,
 
주원은 액체와 함께
 
앞으로 쏟아지며 바닥을 구릅니다.
 
갑작스럽게 들이차는 산소에
 
폐가 아려와 숨쉬기가 힘들고,
 
억지로 뜯겨져 나가는 전선이 따갑습니다.
 
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이나 헐떡인 끝에,
 
주변의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
 
이곳은 실험관이나 연구 자료로 가득한
 
어딘가의 실험실입니다.
 
푸르스름한 빛이 실내에 고여 주기적으로 깜빡거립니다.
 
어두운 종이로 뒤가 덧대인 유리창에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당신 역시 환자나 입을 법한 옷을 입고 있습니다.
 
창백한 인상입니다.
 
그리고 당신의 앞에는 아주 어린 아이가 서 있습니다.
 
아이는 죽은 듯이 누워있는 안드로이드 옆을 지키고 있습니다.
 
주원이 몸을 일으키자,
 
아이는 안드로이드의 눈을 감겨주곤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오데트:정신이 들어?
 
주원:(...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아이의 얼굴은 굉장히 낯익습니다.
 
채도가 낮고 밝은 머리,
 
그리고 푸른색 눈.
 
자세히 살펴보면,
 
오데트(델타)와 굉장히 닮았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외형이 한참 어려보인다는 부분이겠죠.
 
...
 
그 얼굴을 본 순간,
 
당신은 아주 예전의 일을 떠올립니다.
 
오데트와 콘라드,
 
승급전,
 
그리고 한서.
 
그러고 보니 한서는 어디에 있죠…?
 
오데트:너를 구하러 왔어.
 
주원:...나를?
 
이래저래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네요.
 
주원:...그보다 밝은 머리색에 녹색 눈 가진 여자 못 봤나?
 
오데트:그렇게 말할 필요 없는데. 나도 기억 안 나?
 
주원:아는 사람이랑 닮긴 했는데...
설마?
 
오데트:설명해 줄게. (손가락 폈다.)
첫째. AOC에 의해 악신이 소환됐고, 너는 아자토스의 찌꺼기와 싸우다가 죽었어.
둘째, 이후 남은 사람들끼리 신 정부를 수립해 이어나가다가... 테러가 발생했지.
셋째. 나는 잡혀가서 능력을 추출하는 실험을 당했어. 그 결과로 생명력을 잃고 체구가 작아졌지.
내 파트너인 콘라드랑, 네 파트너인 한서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
 
오데트:넷째. 네가 어딘가에 산 채로 포획되어 있다는 정보를 얻고 조력자를 얻고자 내가 탈출을 감행. (이 몸으로.)
마지막으로... 악신은 퇴치됐는데, 원인 불명의 멸망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 정도.
나도 실험실에만 갇혀 있어서 정확히는 몰라. 우릴 납치한 사이비 종교는 뭔가 알고 있으려나...
 
주원:(미간 꾸욱...) 어질어질하군... ... 그래, 기억 났어.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
 
오데트:기억났다니 다행이네.
 
주원:그렇다면 그 사이비 종교 쪽을 찾아가봐야 하나?
 
오데트:글쎄...
 
KP:실험실 내부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주원:일단... ...주변 좀 보자. 나도 상황은 좀 알아야지.
 
KP:연구 자료, 좌측 실험관, 우측 실험관, 특별 보관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원:(좌측 실험관 본다.)
 
금속형 크리쳐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파편별로 조각난 크리쳐,
 
통째로 포획되어 가사 상태에 빠진 크리쳐,
 
의식이 있는 크리쳐…….
 
그 중 하나가 안구로 추정되는 부분을 데로록 굴려 이쪽으로 시선을 둡니다.
 
어쩐지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듭니다.
 
주원:... ...
(이번에는 우측 실험관 쪽 다가선다.)
 
생체형 크리쳐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잘려나간 크리쳐의 일부부터,
 
포획되어 가사 상태에 빠진 크리쳐,
 
의식이 있는 크리쳐…….
 
그 정체를 아는 당신으로서는
 
인체 실험으로밖에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듭니다.
 
주원:...나도 계속 있었으면 저 꼴 났으려나.
(연구 자료 뒤적거린다..........)
 
주원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결과가 나와있습니다.
 
키, 체중, 이름, 신변에 관한 모든 정보 뿐만이 아니라
 
세포 단위로 당신을 분석했습니다.
 
물론 대부분이 ‘불명’으로 나와있습니다.
 
가볍게 훑어 보는 도중 형광펜으로 강조된 문장을 발견합니다.
 
주원:...무슨 전? (자세히 본다...)
 
... 알아볼 수 없습니다.
 
주원:... 기록을 할 거면 제대로 하든가. (특별 보관실 가본다.)
 
엄중한 소독 절차를 거친 뒤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실 평수는 굉장히 좁습니다.
 
크리쳐와 관련된 물건과 증거품이 보관되고 있습니다.
 
KP:관찰력 판정.
 
주원: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67
판정결과: 실패
 
KP:재판정이 가능합니다.
 
주원: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깨끗하게 복원된 제복과 무기를 발견합니다.
 
환자복은 활동하기 불편하니,
 
갈아입을 수 있습니다.
 
주원:제복도 참 오랜만이네. (제복 갈아입고 무기 챙긴다.)
얼마 만이냐...
 
그러게 말입니다.
 
전부 돌아보고 나오면,
 
주원은 오데트가 창백한 안색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주원:...? 잠깐, 무슨...
 
상태를 확인하면 오데트가 기침하며 말합니다.
 
오데트:괜찮아. 실험 후유증 때문이니까...
나는, 여기에 두고 가.
방금 통신기를 찾아 예전에 사용했던 AOC 전파에 잡히도록 연락을 넣었으니, 운 좋으면 지원이 올 거야.
지금 AOC로 가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조심, …….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 채,
 
오데트는 기절해버립니다.
 
자세히 보니 입술에 각질이 일어나 있고,
 
야윈 팔다리 곳곳에 멍자국이 있으며,
 
영양 상태가 굉장히 나쁩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전혀 알 수 없네요.
 
오데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결국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 시기의 AOC라고 하면…….
 
주원이 죽은 이후의 한서,
 
안대를 착용한 채 전광판에 나오던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습니다.
 
주원이 X제약 회사 밖으로 나오면,
 
바깥의 풍경은 예전에 본 미래와 확연히 다릅니다.
 
푸른 빛을 발하는 중앙관리체제가 떠 있고,
 
안드로이드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긴 하지만,
 
공통점은 그것뿐입니다.
 
군데군데 폐허가 된 건물,
 
길거리에 앉아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
 
천공에 거대하게 드리운 행성의 그림자,
 
파손된 도보.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전광판에서는 아나운서가 불안한 표정으로
 
입을 열어 말하고 있습니다.
 
낯선 행성의 방문에 관해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인터뷰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시민 1:너무 무서워요.
 
시민 2:외계인의 침공일까요?
 
시민 3:지금이 우리에게 영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척 봐도 수상해 보이는 사람들이 하얀 로브를 입고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며 입을 뗍니다.
 
로브를 입은 사람:하지만 두려워 마세요, 영웅은 곧 돌아옵니다. 우리는 구원받을 것입니다.
 
우리는 구원받을 것입니다.
 
문득 주원의 등에 소름이 돋습니다.
 
정신을 잃기 전,
 
테러가 일어난 안전지대에서 눈을 떴을 때
 
주원을 공격한 사람과 목소리가 완전히 똑같습니다.
 
AOC라고 해서 그렇게 깨끗한 상태는 아닙니다.
 
입구를 지키던 세큐리티까지 전부 도망쳤는지,
 
건물은 텅 비어 있습니다.
 
주원:...
 
어디로든 가볼 수 있지만,
 
소장의 방을 제외하고는 전력도 돌지 않는 데다가,
 
쥐가 들끓어 다니기 좋은 곳은 아닙니다.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폐건물입니다.
 
회귀라는 사실이 지금도 크게 실감나진 않지만,
 
어떻게 봐도 주원이 겪었던 일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원래대로라면 한서가 안전지대를 크게 부흥시켜서,
 
주원이 올 때까지 평온하게 안전지대를 수호해야 하지 않나요?
 
지금 상태로는 당장 멸망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AOC 역시 망한 지 오래고요.
 
주원:...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러게 말입니다.
 
소장실로 가볼 수 있습니다.
 
주원:(자기가 기억하던 소장실 쪽으로 향한다...)
 
엘리베이터도 운행하지 않으므로,
 
최고층까지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소름 끼치는 물소리,
 
그리고 문을 열 때마다 귀를 자극하는 녹슨 소리를 이기고
 
최고층으로 향합니다.
 
섬뜩한 기분과 함께 복도를 지납니다.
 
낯선 기시감이 스쳐 지나가고,
 
소장실의 문을 열면…….
 
누군가가 거대한 전면창을 등지고 서 있습니다.
 
전신에 딱 달라붙는 롱 코트,
 
깔끔하게 고정한 안대,
 
꼿꼿하게 선 자세,
 
그리고,
 
하나로 올려 묶은 붉은 머리.
 
나타샤 폴 블레인:AOC의 전 영웅이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주원은 안대를 착용한 나타샤와 마주합니다.
 
짙게 다크써클이 내려온 눈가,
 
초췌해질 대로 초췌해져 움푹 패인 양뺨이
 
씰룩거리며 반항적인 미소를 지어냅니다.
 
나타샤 폴 블레인:독이 들은 와인이라도 대접할까요?
 
주원:...그걸 어떻게?
아니, 애초에 당신이 왜 여기 있는 겁니까.
 
나타샤 폴 블레인:제가 여기 있으면 안 될 이유라도 있습니까?
제가 AOC의 관리자니까요.
에보니의 유언을 따라서 안전지대를 지키려 했지만, 보다시피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손을 놓았습니다. 때로는 어쩔 수 있는 부분도 있는 법이니까요.
소장을 비롯한 대다수의 AOC 대원은 사망했고, 크리쳐는 멸절했습니다. 콘라드와 한서는 행방불명이라 잘 모르고... 당신은 죽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왜 여기 있냐고 물어야 하는 쪽은 접니다.
 
KP:전부 들으면 이성 판정 1/1d3,
 
주원:
SAN Roll
기준치: 64/32/12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KP:이성치 1 감소.
 
당신은 대화 도중에 위기감을 느낍니다.
 
KP:심리학 판정.
 
주원:
심리학
기준치: 10/5/2
굴림: 29
판정결과: 실패
 
나타샤는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KP:이어서. 관찰 판정입니다.
 
주원:
관찰력
기준치: 60/30/12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득 나타샤의 옆으로 시선이 옮겨갑니다.
 
아무렇게나 밀려난 소장용 테이블,
 
그 위에는 서류가 놓여 있습니다.
 
그 서류에 찍힌 문양은
 
당신이 연구소에서 본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 연구소는,
 
사이비 종교의 것이었죠.
 
눈치챈 순간,
 
품에서 단도를 꺼낸 나타샤의 기습입니다.
 
거리를 단숨에 좁혀와, 장거리 탄환을 쓸 겨를이 없습니다.
 
대 크리쳐 살상용 무기는 근접 모드만 사용 가능합니다.
 
ROUND 1
 
나타샤 폴 블레인:마음 같아선 그냥 보내드리고 싶었는데요.
 
숨결이 닿을 듯 가까워진 거리에서 단도를 쥔 손에 힘을 주며 나타샤가 웃습니다.
 
그 얼굴에 보이는 광기는 분명히 익숙합니다.
 
그야,
 
주원은 그 손으로 똑같은 표정을 지은 한서를…….
 
나타샤 폴 블레인:이대로 두면 계획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단도
기준치: 95/47/19
굴림: 9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5
 
하지만 망설일 시간은 없습니다.
 
KP:TFR에서 습득한 스킬, 눈의 검 얼음 방패 사용이 가능합니다.
회피, 스킬 사용이 가능합니다.
 
주원:
(빠르게 거리 벌려 회피 시도한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이번엔 당신인가?
회피
기준치: 49/24/9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주원:(근접 모드 무기 들고는 나타샤 향해 휘두른다.) 정신 좀 차려 보십시오⋯
대 크리쳐 살상 무기
기준치: 75/37/15
굴림: 2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7
4
 
나타샤 폴 블레인:... (말 없이 단도 휘두른다.)
단도
기준치: 95/47/19
굴림: 6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반격 실패,
 
나타샤 HP -11.
 
ROUND 2
 
나타샤 폴 블레인:그동안 놀기만 한 건 아닌가 보군요. 감을 다 잃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단도 사선으로 그었다.)
단도
기준치: 95/47/19
굴림: 35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3
 
KP:회피, 스킬 사용이 가능합니다.
 
주원:
최강 타이틀은 괜히 얻는 게 아니라서요. (하하⋯⋯ 이번에도 거리 두어 피한다.)
회피
기준치: 49/24/9
굴림: 31
판정결과: 보통 성공
5
 
회피 실패,
 
스킬 사용으로 겨우 막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주원:그러니 난 당신을 저지해야겠어. 여기서 시간 뺏기면 곤란하거든요. (몸 돌려 나타샤 쪽으로 무기 꽂아넣는다.)
대 크리쳐 살상 무기
기준치: 75/37/15
굴림: 3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8
4
 
나타샤 폴 블레인:... (단도 들어 막아보려 시도한다.)
단도
기준치: 95/47/19
굴림: 5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6
 
반격 실패,
 
나타샤 HP -12.
 
나타샤는 입에 고인 침을 뱉고 살벌한 눈으로 이쪽을 응시합니다.
 
맞닿은 칼날 사이로 끼기긱,
 
스산한 소리와 함께 스파크가 튑니다.
 
그때, 나타샤의 나머지 손에서 무언가가 나옵니다.
 
단숨에 거리를 다시 벌린 나타샤가 던진 것은…….
 
수류탄입니다.
 
KP:주원, 회피 판정.
 
주원:
회피
기준치: 49/24/9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주원은 재빠르게 몸을 날려 수류탄에서 거리를 두고 바닥을 구르지만,
 
수류탄이 폭발하며 전면창이 깨집니다.
 
굉음과 함께 큰 여파가 발생합니다.
 
AOC 건물 창문 밖으로 튕겨져 나온 주원의 뒷목을 타고 식은 땀이 흐릅니다.
 
잊고 있었나요?
 
소장실은 최고층입니다.
 
그리고 AOC는 지상 37층까지 있는 빌딩이었죠.
 
KP:교육 판정.
 
주원:
교육
기준치: 50/25/10
굴림: 18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무언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타이밍이지만,
 
살던 집 근처의 37층짜리 아파트가 125m 가량이었다는
 
쓸모없고 무서운 정보만 깨우칩니다.
 
주원은 아무 장비도 없이 125m를 그대로 추락합니다.
 
거꾸로 된 세계가 빠르게 스쳐지나고,
 
눈을 질끈 감은 그때…….
 
누군가가 당신을 잡아 채 옆건물 창문을 깨고 그대로 난입합니다.
 
사방으로 창문 파편이 파티클처럼 날립니다.
 
팽팽하게 한계까지 당겨진 로프가 탄력 있는 소리와 함께 풀리고,
 
누운 당신의 위로 엎어진 사람이 크게 어깨를 들썩입니다.
 
익숙한 백금색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흩어지더니,
 
숨을 들이쉬며 몸을 일으킵니다.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에 코와 코가 가볍게 맞닿습니다.
 
주원, 한서와 재회합니다.
 
짧은 침묵,
 
‘생전'의 한서와 만나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러니까,
 
당신이 AOC 옥상에서 손 하나만 붙잡고 매달려 유언을 남기던 순간이었나요.
 
주원:...한서야?
 
감회에 젖을 시간도 없이,
 
한서는 주원의 멱살을 쥡니다.
 
한서:어떻게... 살아있었다고 연락 한 번을 안 할 수가 있어?
 
날 구하러 왔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나를 죽이러 온 것 같습니다.
 
주원:잠깐, 잠깐만 한서야.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말하자면 길어. 근데 나, 다시 살아난 지 몇 시간도 채 안 됐다고?
 
한서:... 오해는 무슨 오해. (이어지는 말에 눈 동그랗게 뜨고는.) ... 다시 살아났다고?
 
주원:어..........응. 말하자면 그렇지.
깨어나보니 실험관 안이었어.
 
한서:... (한숨 느릿하게 내쉬고.) 그래, 네가 거짓말을 한 건 아닐 테니까... 마지막이 어땠는지는 기억 나?
 
주원:... ... 내가 네 손 놓아버린 거?
(........) 맞나?
 
한서:... (주원 볼 죽- 잡아 늘이고는.) 한 번만 말해줄 테니까 잘 들어, 바보야.
 
한서는 주원의 마지막을 말해줍니다.
 
고개를 들은 주원,
 
문득 깨닫습니다.
 
한서가 들려주는 과거는 당신이 알던 이야기와 궤가 다릅니다.
 
한서:그렇게 됐다는 거야.
 
KP:정신력 판정.
 
주원: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65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당신과 한서의 이야기가
 
에보니와 나타샤의 이야기와 바뀌었음을 깨닫습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한서는 당신의 안드로이드를 곁에 두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이 이야기대로라면…….
 
주원은 정말로 죽었어야 합니다.
 
조금의 생존의 여지도 없이.
 
그런데 어째서 테러가 발생한 순간으로 타임리프할 수 있었을까요?
 
아무튼, 잠시 재회의 시간을 나눕시다.
 
주원:(와락, 끌어안는다.) 보고 싶었어. 진짜 일부러 연락 안 한 거 아니야.
 
한서:알았어... 믿을게.
 
주원: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한서:사이비 종교가 있는 건 알지? 그쪽과 나타샤가 같은 편이 되어서. 말하자면 반기를 들 준비하고 있었어.
 
주원:그랬구나. ... ... 그럼 네가 여기 있는 이유도?
어째 그렇게 영화 주인공마냥 날 구해줬을까. (하하.)
 
한서:으응, 네가 살아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연구소로 널 구하러 갔는데.
거기에는 오데트만 쓰러져 있더라고. 오데트를 적당한 장소로 옮기고 너를 구하러 바로 달려온 거야. (어깨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주원:아, 다행이다. 오데트도 무사해서.
덕분에 살았네.
 
한서:응, 그러고 보니 우리 기지가 있는데. 일단 그쪽으로 이동할까...
아마 익숙한 얼굴도 있을 거야. (어깨 으쓱.))
 
주원:익숙한 얼굴? ...아, 설마 그... (콘라드?)
그래, 일단 이동하자. (자연스레 한서 손 잡고!)
 
한서:아마 네 생각이 맞을 테고... 장소도 익숙할 걸.
 
주원:어딘데, 거기가?
 
한서:우리가 예전에 살던 집.
아무튼 가자. (주원 손 잡아끌었다.)
 
가는 길은 그립고도 무척 익숙합니다.
 
여전히 어수선한 길거리 곳곳에는 그리운 가게나 건물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거대한 행성이 나타나고,
 
지구 멸망이니 뭐니 세상이 어수선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분명히 있네요.
 
낯선 연립 빌라 안으로 들어와서 4층,
 
가장 안에 있는 룸의 문을 열면
 
벽을 억지로 허물어 두 집을 합친 듯한 공간이 나옵니다.
 
일반 대원으로 보이는 사람 열 명 남짓,
 
콘라드,
 
그리고 침대 위에 누운 오데트가 있습니다.
 
한서:나 왔어.
 
한서가 주원을 데리고 그 안으로 들어옵니다.
 
콘라드가 주원을 보고 가볍게 눈짓합니다.
 
옛 동료를 만나니 감회가 새롭네요.
 
비록 좋은 사이는 아니었을지라도!
 
콘라드 신:어서 오세요.
 
콘라드는 눈을 피하며 인사합니다.
 
한서가 겉옷을 벗어 걸어두며 콘라드와 대화합니다.
 
한서:오데트는 좀 어때?
 
콘라드 신: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주원:뭐... 이것저것 연구? ...때문에 많이 고생한 모양이던데요.
 
콘라드 신:그게 무슨 말입니까? (자세히 말해달라는 듯.)
 
주원:그 사이비 종교 인간들이 우리를 납치해서 여러가지 실험을 하려 했던 모양인가 봐요.
그쪽은... 능력 추출 실험을 당했댔나.
그래서 그런 모습이라고 들었어요.
 
콘라드 신:... 그렇군요.
 
한서:일단 오데트는 쉬게 두고...
나타샤와 종교의 낌새가 좋지 않아.
그래서... 잠입을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주원:...그래, 그쪽 상태 꽤 안 좋아 보이더라고.
잠입해서... 계획은 뭔데?
 
한서:응. 다음 임무에 관해 설명할게...
여태까지 우리가 조사한 결과, 지금 다가오는 행성과 종교는 밀접하게 관련되어있을 확률이 높아.
최우선은 다가오는 멸망의 진상 규명 및 대처 방안 모색이지. 최악의 경우에는…….
 
행성은 한층 더 가까워진 것 같다는 착각이 듭니다.
 
아니, 착각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한서는 빈 탄창을 바닥에 던지며 말합니다.
 
한서:전면전까지 각오하도록 해.
 
어쩌면 인류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전쟁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주원:(고개 끄덕인다.) ... ..
최대한 빨리, 원인을 알아내서... ... 막아봐야지.
 
두 사람은 밀린 회포를 풀며 식사와 대화를 하고,
 
불침번을 서거나 같은 방에서 눈을 붙일 수도 있습니다.

 

잠입 인원은 주원과 한서 두 사람으로,
 
콘라드는 의식을 잃은 오데트의 곁을 지키고자 숙소에 남습니다.
 
떠나기 전,
 
콘라드는 이야기합니다.
 
자신에게는 부채감처럼 오데트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다고요.
 
테러 당시,
 
오데트를 구하지 못하고 안전지대에 뒤늦게 도착해서 찾아 헤매던
 
지난 2년이 길고 후회스럽기까지 하단 말을 덧붙입니다.
 
콘라드 신:지키고 싶었던 사람이 내 손을 떠나서 크게 다치거나 망가져버렸을 때의 기분을, 누가 이해해줄 수 있을까요.
제가 괜한 말을… 잘 다녀오시길.
 
한서는 주원에게 종교인이 입을 법한 하얀 의복을 건네줍니다.
 
수수한 성당 성가대복 같은 옷인데,
 
몸통 부분이 넉넉할 뿐만 아니라
 
팔부분의 소매폭이 무척 넓고 하늘하늘거립니다.
 
굉장히 안 어울릴지도 모르겠네요.
 
대 크리쳐 살상용 무기는 분해해서
 
큰 부품별로 허리띠에 둘러줍니다.
 
브리핑이 시작됩니다.
 
한서:잠입 장소는 이곳에서 몇십km 떨어진 A시의 공터,
그 부근에 지하 벙커로 향하는 통로가 있다고 해.
 
둘은 가볍게 인사하고 숙소를 나섭니다.
 
놀랍게도 도착지는 주원과 한서에게 지나치게 낯익은 장소입니다.
 
빈 공터,
 
한서와 똑같이 생긴 크리쳐가 나왔던 곳,
 
기습당해 멀리 날아간 한서가
 
벙커의 입구를 발견해 시민들을 구해낸 그 장소와 거의 일치합니다.
 
...
 
주원:(...)
 
달라진 게 있다면,
 
벙커의 입구가 예전보다 훨씬 더 커졌다는 점일까요.
 
묵직한 쇳덩이로 된 문을 열면,
 
그 아래로 이어지는 계단은
 
제법 ‘제대로' 되어 있어,
 
예전의 벙커를 확장하고 재구축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오래된 성당이나 교회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납니다.
 
여러 갈래의 복도가 개미굴처럼 뚫려있는 데다,
 
수십,
 
아니, 수백 개의 방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봐야 할지
 
감이 안 올 정도로 말이에요.
 
그 때,
 
손목에 착용한 휴대용 PC가 반짝거리더니
 
작은 지도가 공유됩니다.
 
콘라드로부터 도착한 통신입니다.
 
KP:주원과 한서는 전해 받은 지도를 통해 역사자료실, 수행실, 신전, 간부실, 교주실에 갈 수 있습니다.
 
주원:다행이네, 하마터면 하나하나 다 둘러볼 뻔했어.
(지도 본다...) 역사자료실 한번 가볼까?
 
한서:확실히 그건 위험하니까... 응, 그러자. (역사 자료실로 향한다.)
 
크리쳐 사건 발발 이후,
 
등장한 모든 상급 크리쳐와 일반 크리쳐,
 
그리고 대부분의 크리쳐 사건에 관해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습니다.
 
크리쳐를 향한 광적인 열의와 연구는 AOC 못지 않습니다.
 
대부분 주원과 한서 역시 숙지하고 있는 지식입니다만,
 
주원이 아는 과거와
 
‘특별히’ 달라진 부분이 있지 않나요?
 
어떤 날을 기점으로.
 
주원:(...그때...)
(이쯤되면 내가 꿈을 꿨던 건지. 원...)
 
KP:행운 판정.
 
주원:
기준치: 83/41/16
굴림: 12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주원은 자료실에서 두툼한 파일 두 개를 찾아냅니다.
 
-
 
-
 
KP:오컬트 혹은 교육(어려움 이상) 판정이 가능합니다.
 
주원:
교육
기준치: 50/25/10
굴림: 87
판정결과: 실패
(음...)
 
전부 읽으면 한서는 파일에 붙어있는 주원의 증명사진을 떼어냅니다.
 
그는 풀칠이 된 듯 끈적끈적한 뒷면을 잠시 만지더니,
 
허리띠에 고정한 검날 손잡이에 그것을 붙여 보여줍니다.
 
한서:역시 이건 내가 데려가야겠다. 그 편이 낫겠지?
 
주원:하하, 그거 가져서 뭐 하려고.
실물 보면 되는 거 아니야?
 
한서:... 이러네. 실물이 너무 바빠서 항상 내 옆에 있는 게 아니니까?
너 없을 때 보면서 네 생각이나 하려구.
 
주원:(...) 그렇게 말하면 내가 할 말이 없네.
소중하게 간직해 줘. (이런다.)
 
한서:하하. 당연하지, 누구 사진인데? (어깨 으쓱.)
 
주원의 표정을 풀어주고자 하는 나름의 노력이었나 봅니다.
 
더 볼 건 없어 보입니다.
 
주원:그럼 이제... ... (수행실로 가본다.)
 
수행실
 
신도들이 기도를 올리고 정신을 갈고 닦는 방,
 
이라고 대외적으로는 소개되는 것 같습니다.
 
의외로,
 
문을 열면 친숙한 느낌의 휴게실 같은 분위기입니다.
 
현재 미사 중이므로 사람들은 없습니다.
 
벽면에 사진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습니다.
 
주원:(누구 사진들이지?)
 
아마 신도들이겠죠.
 
주원이나 한서가 입은 것과 비슷한 옷을 입고,
 
다양한 신도들과 가족처럼 다정한 표정으로 웃으며 찍은 사진들입니다.
 
이런 온기 어린 시선과 얼굴로
 
안전지대에 테러를 일으킨 종교라 생각하니,
 
어쩐지 소름이 끼칩니다.
 
KP:정신력 판정.
 
주원: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한서: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60
판정결과: 보통 성공
... 사진에 많이 찍힌 이 사람들, 얼굴이 조금... 낯익지 않아?
 
유달리 사진에 많이 찍힌 걸 보면 열렬한 신도들인가 봅니다.
 
한서의 말을 듣자, 무언가 떠오릅니다.
 
기억나는 것은 이쪽을 바라보던
 
일부의 선망 어린 시선들,
 
익숙한 얼굴은 아마,
 
당신의 손을 잡고 구출되던 벙커 속의 시민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AOC나 정부 조직이 아닌데도
 
주원이 크리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일반인들입니다.
 
그도 그럴 게,
 
모두의 앞에서 광기 발작을 일으켜 한서와 치고받고 싸웠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벙커에 종교 시설이 세워진 이유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절대로 죽지 않는 자신들의 구원자에
 
멋대로 어떤 기대와 어떤 열망을 품었는지는,
 
당신은 모를 일입니다.
 
주원:(... 뭔가 많이 잘못된 것 같은데?;)
 
한서:... 내가 비밀유지에 미숙한 탓이야.
 
주원:그으... ... ... 아니지. 내가 제정신이었으면 전부 문제 없었을 텐데.
다만 이걸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그렇습니다.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까요.
 
더 볼 것은 없습니다.
 
주원:어떻게든 되겠지. ... (신전으로 간다.)
 
신전
 
미사 중인 신전입니다.
 
그들의 기도와 미사 내용을 조금 엿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원:(가까이 붙어서 귀 대고 엿들어본다...)
 
KP:엿듣는다면 듣기 판정. 문단마다 진행합니다.
 
주원: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문 너머로 미사 내용이 들려옵니다.
 
KP:듣기 판정.
 
주원: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KP:듣기 판정.
 
주원: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미사가 끝난 모양입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끝나고 나오는 신도들과 마주칠 것 같습니다.
 
주원:(한서 손 잡고 신전 빠져나간다!)
 
한서:(으응? 얌전히 끌려간다.)
 
주원:(간부실로 가자...)
 
간부실
 
간부실입니다.
 
컴퓨터를 비롯한 다양한 사무용품이 놓여 있습니다.
 
주원은 컴퓨터의 바탕화면에 있는 폴더를 뒤질 수 있습니다.
 
주원:(폴더들 살펴본다. 특별한 거 뭐 없나...)
 
KP:자료조사 판정.
 
주원:
자료조사
기준치: 20/10/4
굴림: 92
판정결과: 실패
 
KP:행운 판정.
 
주원:
기준치: 83/41/16
굴림: 6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어떤 녹취록을 발견합니다.
 
나타샤와의 대화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간부:당신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나타샤 폴 블레인:주원 씨는 이미 죽었습니다.
 
간부:아닙니다. 분명히 데려올 수 있으니 저희를 믿어주세요.
... 에보니 씨가 두고 간 세상을 지키고 싶지 않습니까?
 
나타샤 폴 블레인:웃기는군요. 안전지대는 당신들이 저지른 테러로 인해 붕괴되었습니다.
 
간부:어쩔 수 없었습니다. 특이점의 영웅을 소환하기 위해서 그 정도의 희생은 불가결하니까요.
 
나타샤 폴 블레인:내가 당신들에게 협조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군요.
 
간부:그럼 이건 어떤가요, 나타샤 씨.
주원 님이 돌아온다면 당신은... 죽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을 죽일 수 있을 만큼의 강자는 이 세계에 더는 없으니까요.
 
나타샤 폴 블레인:……
 
간부:중앙 관리 체제를 빌려주세요.
 
다만,
 
-
 
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주원을 쳐다봅니다.
 
주원 역시 어쩌다 나타샤가 이렇게 되었는지 가늠할 수 없겠지만요.
 
간부실에서 더 얻을 수 있는 자료는 없으니,
 
빠르게 이동합시다.
 
주원:(...마지막.. 교주실로 향한다.)
 
교주실
 
두 사람이 들어서자마자,
 
무언가 잘못 밟았는지 자동으로 홀로그램 입체 영상이 재생됩니다.
 
방 전체에 검은 우주,
 
그리고 반짝이는 별들이 투영됩니다.
 
굵직한 중년 남성 목소리의 나래이션이 들려옵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하나의 행성이 끝이 아닙니다.
 
총 7개의 행성들이 차츰차츰 가까워집니다.
 
3D 그래픽 영상들이 두 사람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아가며
 
각기 다르게 생긴 행성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가오는 행성들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입수합니다.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들은 주원과 한서,
 
KP:동시에 이성 판정 1D3/1D5.
 
주원:
SAN Roll
기준치: 63/31/12
굴림: 9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한서: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51
판정결과: 보통 성공
 
주원 이성 3, 한서 3 감소.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정신이 아득해질 때쯤,
 
밖에서부터 사이렌 소리가 들립니다.
 
그와 함께,
 
나타샤의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두 사람은 의복을 벗어 던지고 황급히 거리로 나갑니다.
 
나타샤가 직접 무언가 공지하는 일은 없었던 건지,
 
당황한 표정으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저 멀리서부터 안드로이드 군단이 파도처럼 밀려옵니다.
 
표정 없는 얼굴의 안드로이드들이
 
어물쩍거리는 시민들을 하나씩 끌고 데려갑니다.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습니다.
 
나타샤와 저 대군을 제압해야 합니다.
 
다행인 점은,
 
주원이 중앙 관리 체제를 제압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것일까요.
 
주원:난장판이 따로 없군... ...
 
한서:... 그러게.
저걸 어떻게 해야 하지...
 
당신은 분명 알고 있습니다.
 
...라는 사실을요.
 
주원:(내가 이 짓을 다시 할 줄은 몰랐는데?)
 
한서:(응?)
 
하지만 이번에는 두 명이니까요.
 
주원:쉴드... 의 약점을 공략해야겠지.
AOC 건물, X제약 회사 건물의 옥상. 거기면 될 거야.
 
한서:너는, 어떻게 그런 걸 알고 있는 건지...
두 명이니까 나눠서 가면 되겠지, 내가 AOC 옥상으로 갈게. (근처에 굴러다니던 주인 없는 바이크 하나 골라 탔다.)
 
주원:그래, 그럼 나는 제약 회사로 갈게. (주변 둘러본다. 나도 바이크....... 없나?)
(없으면 뛰어 가고.)
 
주인 없는 바이크야 많이 굴러다닙니다.
 
주원도 그 중 하나를 골라 탑니다.
 
헤어지기 전,
 
한서는 말합니다.
 
한서:제대로 된 인사도 못 나누고 헤어지는 건 이제 싫어. 그러니까 약속해.
두 번 다시 그냥 두고 가지 않겠다고.
 
주원:누가 할 소리를. ... 너랑 이렇게 헤어질 생각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무사히 돌아올게.
 
한서:... 응, 몸 조심해.
 
적당히 이별하고 나면,
 
거리 곳곳에서 총 소리가 들립니다.
 
콘라드와 통신이 연결됩니다.
 
콘라드 신:거기... 대체 무슨 일입니까?
지금 안드로이드 대군이 시민들을 끌고 가며, 거부하거나 저항하면 사살하고 있어요.
 
주원:... 긴급 소집에 불응하는 사람들은 즉각 처벌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한서랑 제가 그걸 막으러 가고 있고요.
 
콘라드 신:... 확인했습니다. 최대한 지원할게요.
 
서둘러서 X 제약회사로 가야 합니다.
 
주원:(바이크의 속도 더 올려 제약회사로 향한다.)
 
거리에는 안드로이드 군단이 가득합니다.
 
길거리 곳곳을 누비면서 안드로이드를 제압하고,
 
X 제약회사까지 도달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KP:분리해둔 무기는 쌍수 무기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주원은 자신의 턴에 2회 공격이 가능합니다. (각각 도검, 사격 판정) 별도의 페널티는 적용하지 않습니다. (반격 시 택 1)
 
안드로이드를 몇 기나 부쉈을까요.
 
제약 회사에 도착합니다.
 
쉴드를 파괴하기 위해 황급히 옥상으로 올라가던 중,
 
주원은 나타샤에게 기습당합니다.
 
굉음과 함께 벽이 부서지고,
 
당신을 옥죈 두 팔이 끝없이 아래로 끌고 내려갑니다.
 
두 사람은 건물 바닥을 뚫고 연구소까지 떨어집니다.
 
이 층은 주원이 깨어난 곳입니다.
 
차가운 바닥을 걸어오는 구두 소리가 앞 뒤에서 들립니다.
 
간신히 몸을 추스른 주원의 앞에는 나타샤가 있습니다.
 
인기척을 느껴 뒤를 돌아보면,
 
뒤에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있습니다.
 
교주:아아, 저를 기억하십니까?
정말로... 다시 만나고 싶었어요!
 
바로,
 
당신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본 사람입니다.
 
교주는 황홀한 표정으로 연구소에 있는 크리쳐들의 실험관을 매만집니다.
 
주원:(...허?)
 
교주:정말 다행히, 모든 크리쳐가 증발되어 사라질 때 이들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보호된 거죠.
아, 그렇지. 뭔가 궁금하신 거라도 있습니까? 성심 성의껏 대답하겠습니다.
 
주원:왜 이런 짓을 하는 겁니까? 지금, 피해본 사람만 몇 명인데.
 
교주:왜, 냐고요. 당신이 필요하니까!
이건 타임 리프 같은 게 아니에요. 이곳은... 어떤 선행 조건으로 인해 당신이 죽어버린, 영웅이 없는 세계.
평행 세계라는 말이 이해하기 쉬울까요?
 
주원:...그렇다면 원래의 세계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 흘러간 겁니까?
 
교주:아뇨? 이미 멸망했겠죠.
크리쳐가 지구에 나타난 모든 세계의 지구는 멸망했습니다.
정확히는 당신이 살아있는 모든 우주가 멸망했습니다.
아무튼, 우리들의 차원에서는 주원이 불의의 사고로 수명을 다해 죽어버렸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차원에서 다시 당신을 데려와야 했습니다.
당신은 특이점의 영웅,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크리쳐이자 인간이잖아요!
 
평행 세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주원은 메타적으로 정보를 습득합니다.
 
제복이 당신이 알던 디자인이 아니었던 이유,
 
무기의 사용 방식이 낯설었던 이유,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곳은 당신이 알던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의 다른 AOC입니다.
 
KP:이성 판정 1d3/1d5.
 
주원:
SAN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KP:이성치 3 감소.
 
원래의 당신이 있던 세계는 멸망했습니다.
 
그렇다면...
 
한서는?
 
주원:... ...
...한서, 도...
 
나타샤 폴 블레인:죽었겠지, 모두 멸망했다고 하니까요.
 
주원이 묻는다면 나타샤가 대꾸합니다.
 
KP:이성 판정 1d8/1d10.
 
주원:
SAN Roll
기준치: 57/28/11
굴림: 62
판정결과: 실패
 
KP:이성치 3 감소.
 
교주:그렇죠, 저희가 당신을 소환할 수 있었던 이유도 궁금하실 테니.
우리는 시간을 돌리는 능력의 상급 크리쳐였던 인간-오데트-로부터 능력을 추출, 종교 내 연구원들의 인력을 총동원해 시공간을 헤집고 열어 당신을 소환할 아티팩트를 개발해냈습니다.
다만, 이 아티팩트를 발동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안전지대 사람들의 목숨을 제물로 당신을 소환하기로 했고요.
 
KP:이성 판정 1d10/1d20.
 
주원:
SAN Roll
기준치: 54/27/10
굴림: 2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제정신이 아니야. 당신들...
 
KP:이성치 9 감소.
 
교주:소환에 성공한 뒤, 우리는 이변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원님을 아무도 찾아오지 못하는 연구소에 봉인했습니다.
아하하. 다가오는 것들의 정체는 크리쳐들의 진정한 신.
그들은 ‘특이점’ 그 자체인 당신을 화신으로 삼고 싶어합니다.
 
주원:화신?
 
교주:네에, 뭐.
우리도 당신이 모두의 죽음과 멸망을 발판 삼아, 외계의 신의 일부가 되어 영원히 군림해주기를 바라고요!
 
주원:내 의견은 단 하나도 들어가있지 않는데도?
 
교주:하하. 당신은 가장 강하니까. 그리고 아름다우니까.
 
KP:이성 판정 1d20/1d30
 
주원:
SAN Roll
기준치: 45/22/9
굴림: 43
판정결과: 보통 성공
 
KP:이성치 3 감소.
 
큰 충격으로 인해 눈앞에 환각이 어른거립니다.
 
유리 안에 박제된 당신은
 
영원히 죽지 못한 채 멍하니 우주 아래를 굽어보고 있습니다.
 
귀부터 들어온 신들의 목소리가
 
뇌를 지나 흘러들어옵니다.
 
음성은 애달픈 신도들의 구걸로 바뀝니다.
 
뒤에서부터 나타난 수많은 손들이 당신의 팔을,
 
몸을,
 
다리를 잡아당깁니다.
 
하늘거리는 소매가 드러나면서 보이는
 
이리저리 비틀린 관절들이 기괴합니다.
 
붉게 거품이 올라오거나 썩은 흔적이 역력한 팔들이 대부분입니다.
 
크리쳐를 동경한 나머지
 
스스로 팔에 크리쳐 세포를 억지로 주입한 후유증입니다.
 
교주:여기까지 왔는데 설마 반항할 생각은 아니겠죠?
당신을 소환하느라 일으킨 화재 때문에 몇 명이 죽었는데, 그걸 의미 없게 만들 생각인가요?
 
주원:당신들의 손으로 앞당긴 재앙이야. 내가 그걸 두고만 볼 것 같나?
 
교주:아, 물론… 이미 늦었어요.
아무것도 바뀌는 건 없습니다.
정해진 각본대로 여긴 멸망하고, 당신은 가장 먼저 도달하는 신의 선택을 받는 겁니다.
 
-
 
이곳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검은 장소.
 
눈을 떠도 감아도 오로지 검은 어둠만이 당신을 반깁니다.
 
누군가는 이 장소를 무의식의 결정체라고 부를 것이고,
 
누군가는 이 세계의 진정한 정체라고 부를 것입니다.
 
주원은 누웠습니다.
 
천장에는 어째서인지 당신의 모습이 비칩니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털 하나 없는 살덩이 위로는 진물이 흐르고,
 
드러난 눈알은 번들거립니다.
 
내장덩어리 같은 것들이 호흡할 때마다 위 아래로 들썩입니다.
 
이것이 당신의 진정한 모습입니다.
 
말을 하고 싶어도 입을 열면
 
죽어가는 크리쳐의 앓는 소리만 흘러나올 뿐입니다.
 
전신이 피투성이로,
 
꼼짝도 할 수 없습니다.
 
죽고, 죽고,
 
또 죽어간 끝에 남은 것은
 
결국 이런 결말입니다.
 
그때, 천장의 화면 위로 글씨가 드러납니다.
 
이미지
 
0/5
 
물론 재개하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이런 모습으로는 기어가는 게 고작일 뿐입니다.
 
지불할만한 재화도 없습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곁을 지켜주는 사람도 없이 그저 호흡합니다.
 
그렇게 십 년이 흐릅니다.
 
아니,
 
백 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천 년,
 
만 년,
 
일억 년,
 
어쩌면 몇 초였을지도 모르는 순간이 지납니다.
 
...
 
발걸음 소리가 들려옵니다.
 
처음 보는 얼굴의 인영이 가까이 다가와 당신의 곁에 앉습니다.
 
괴물:(...)
 
그는 혐오스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차분한 표정으로 당신에게 물을 주고 담요를 덮어줍니다.
 
아크로:누가 그러는데, 내가 세계를 구했대요.
난 그냥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인데...
어쩌면 그 행동도 그저 프로그래밍된 성격과 행동 양상에 따라 한 일이었을지도 모르죠.
 
아크로:그래도,
누군가를 위해 행동하는 순간엔 여태까지 중에서 제일 살아있다고 느꼈어요.
어쩌면 나는 줄곧 영웅 같은 게 되고 싶었을지도 몰라요.
영웅의 삶은 많이 힘든가요?
 
아크로는 딱히 대답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 사람은 그렇게 열흘 동안 당신의 곁을 지킵니다.
 
어쩌면 10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흐르자,
 
아크로는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아크로:이만 가봐야 할 것 같죠.
함께 있어서 즐거웠어요. ... 그리고, 이거 드릴게요.
 
아크로가 천장에 뚫린 틈새에
 
은색 동전을 밀어넣습니다.
 
띠링,
 
경쾌한 소리와 함께 화면에 적힌 글자가 바뀝니다.
 
1/5
 
당신은 도로 눈을 감습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날들이 다시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다녀갑니다.
 
미고:이런, 주무시고 계셨군요.
안 좋은 타이밍에 찾아뵈었네요. 그래도 다시 뵈어서 정말 기쁩니다.
정말 멋진 활약상이었어요.
특히, 한서님에게 맞서 싸워 활약할 때에는 아무리 저라도 손에 땀을 쥐고 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보잘것 없지만,
상영료입니다.
 
달그락,
 
동전이 떨어지는 소리.
 
2/5
 
에보니 그린:쉿, 방해하지 말자. 나타샤, 이쪽으로 와.
 
나타샤 폴 블레인:간만에 얼굴 보고 대화하고 싶었는데 아쉽네.
 
에보니 그린:그래도 너는 많이 얘기한 축에 속하지 않아?
난 그때 헬기에서 만나뵌 게 마지막이었다고.
 
나타샤 폴 블레인:그거랑 이게 같아?
따지고 보면 애초에 네가 죽……. 에보니, 넌 늘 이런 식이지.
 
에보니 그린:화내지 말고, 자.
여기에 넣어.
 
3/5
 
4/5
 
얇은 담요 위로 두툼한 이불이,
 
또 베개가 생기고,
 
작은 그릇에 물과 빵,
 
통조림이 쌓입니다.
 
그로부터 하염없이 긴 시간이 또 흐르고…….
 
주원은 문득 잠에서 깨어납니다.
 
당신의 곁에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한서가 앉아 있습니다.
 
당신 몫의 통조림을 까서 먹고 있네요.
 
한서:일어났어?
언제부터 여기 있었냐는 표정이네. 나야 늘... 네 곁에 있었잖아.
범위에 따라 애매해지나. 어떤 나까지 진짜로 헤아려줄래?
 
문득, 주원의 목소리가 트입니다.
 
이전보다 비교적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습니다.
 
한서:우리한테 이런저런 일들이 좀 많았어야지.
우리 같이... 바다에 가기로 약속했던 건 잊지 않았지?
사실, 우리가 같이 언젠가 바다에 갔던 것 같기도 해. 서핑을 너한테 배웠던 것 같은데.
천문대에도 갔던 것 같고.
크리스마스 파티에 간 일도 왜인지 모르게 기억에 남아 있지.
같이 하기로 약속했던 건 기억나려나 몰라...
 
한서:어떤 세계에서는 내가 로봇의 몸을 빌려 너를 찾아갔었고.
 
괴물:... ..그랬나. 그랬던 것 같아.
언젠간, 내가 네게 반지를 끼워주지도 않았나.
같이 꽃을 보러 갔던 것도 같아.
 
한서:응, 있지. 주원아.
그건 전부 나였어.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
그리고, 지금 내 앞에 있는 너도….
그리워 마지않던 나의 파트너.
 
짤그랑,
 
금속음 소리와 함께 모든 동전들이 모입니다.
 
5/5
 
한서:결말까지 앞으로 한 걸음 남았으니까,
 
한서의 손끝이 닿는 순간,
 
흉측하던 신체의 말단부터 세포의 갈래가 나뉘며 교차되고,
 
또 얽히며 인간의 신체로 변합니다.
 
내장을 뒤덮고 수복하는 피부,
 
또렷한 눈동자,
 
원래대로 돌아온 모발,
 
겹쳐 잡은 손끝이 천장을 향합니다.
 
한서:너무 걱정하지 마.
 
PRESS ANY KEY.
 
닿은 자리부터 주원은 빨려들어가듯이 천장 안으로,
 
아니,
 
밖으로 향합니다.
 
한서는 함께 가지 않습니다.
 
대신 당신에게 속삭입니다.
 
한서:네가 나를 구했으니, 너는 내가 구할 거야.
 
RESTART
 
단순하고,
 
명료하지만,
 
너무나도 잊기 쉬운 사실.
 
당신을 망치는 건
 
당신을 알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이지만,
 
당신을 구하는 건
 
소수의 깊은 인연입니다.
 
세계를 구하고 싶다고 생각한
 
작은 계기가 떠오릅니다.
 
아, 그래…….
 
수백 명의 안드로이드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습니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옵니다.
 
누군가가,
 
아니,
 
무언가가 당신에게 말을 걸고 있습니다.
 
목소리의 출처는 주원이 쓰러져있던 연구소 뒷편,
 
실험관들이 나란히 선 자리입니다.
 
가까이 걸어간 주원은
 
데로록 굴러가던 눈동자와 눈이 마주칩니다.
 
-
 
허공을 빙글빙글 돌며 반짝이는 중앙 관리 체제가 보입니다.
 
상자가 절반으로 나뉘어 갈리며 푸른 빛을 내뿜자,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행성이 더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종말,
 
멸망,
 
세계의 끝이 다가온다는 절망,
 
패닉,
 
압도적인 공포,
 
가늠할 수 없는 긴장감이
 
안전지대에 내려앉습니다.
 
KP:사격으로 쉴드를 파괴하기엔 지금 소지하고 있는 쌍수 무기는 사거리가 부족합니다.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 않으면 탄환이 목표까지 닿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변에 높은 건물이라곤 보이지 않고, X 제약 회사는 반쯤 부서져 있습니다.
여기서 주원, 세션 시작 이후 사용하지 않았던 기능치 용기를 판정합니다.
 
주원:
용기 Roll
기준치: 60/30/12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당신은 스스로를 직면합니다.
 
스스로의 정체를,
 
그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당신이라는 생명체를 받아들입니다.
 
그 존재를 긍정해준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끔찍한 괴물도,
 
선망의 대상이 된 용사도,
 
평범했던 누군가의 파트너도
 
전부 당신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데까진 아주 많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주원이 자신의 존재를 직면한 순간,
 
체내의 크리쳐 세포가 박동합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되고자 하는 건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척추 시작부터 끝까지 날카로운 금빛 가시가 튀어나와 땅을 세차게 딛고 밀어냅니다.
 
당신의 몸은 단숨에 허공으로 떠오릅니다.
 
표적이 손에 잡힐 듯 가까워집니다.
 
AOC 건물의 옥상을 보면 당신과 같은 타이밍에,
 
허공을 향해 총을 겨누는 한서가 보입니다.
 
주원:...역시, 내 파트너. (그런 한서의 모습 확인하고는- 손에 쥔 검 표적을 향해 깊게 박아넣는다.)
 
검이 쉴드에 때려 박히고,
 
주원은 가볍게 땅바닥을 딛고 앉습니다.
 
여태까지 알지 못 했던 경지가 보입니다.
 
당신은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때마침 한서에게서 무전이 옵니다.
 
한서:쉴드 파괴 완료. 방해가 좀 있었지만 어떻게든 됐어. 그쪽은?
 
주원:이쪽도, 완료.
 
한서:믿고 있었어, 너는 네 파트너니까. 그럼 이제...
 
탕,
 
짧게 연락을 주고 받던 중,
 
휴대용 기기가 탄환에 맞아 박살납니다.
 
총을 내려둔 나타샤가 이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옵니다.
 
부서진 잔해 위로 코트자락이 흩날리고,
 
저 너머에 뒤따라 오는 교주의 모습이 작게 보입니다.
 
쉴드가 부서졌음에도 중앙 관리 체제는 흉흉하게 빛나며
 
더욱 더 빠르게 행성을 이쪽으로 끌어옵니다.
 
주원:... ...당신...
그만하라 해도 말 안 들을 거지?
 
나타샤 폴 블레인:... 당연히.
 
중앙 관리 체제는 일반 탄환으로 부술 수 없습니다.
 
예전 그 때는 특수 탄환으로 어떻게든 파괴했지만,
 
지금은 그게 없으니까요.
 
따라서, 이 모든 일을 막고 싶다면...
 
중앙 관리 체제와 연동된 나타샤를 살해해야 합니다.
 
KP:주원, 나타샤 민첩 대항.
 
나타샤 폴 블레인:
민첩
기준치: 99/49/19
굴림: 3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주원:
민첩
기준치: 99/49/19
굴림: 75
판정결과: 보통 성공
 
KP:전투는 나타샤-주원의 순으로 진행됩니다.
 
ROUND 1
 
나타샤 폴 블레인:(말 없이 단도 꺼내 달려든다.)
단도
기준치: 95/47/19
굴림: 4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4
 
KP:‘직면' 판정에 성공한 주원은 크리쳐로서의 자신을 받아들였습니다.
더 이상 능력을 사용할 때 거부감은 없으며, 당신 안의 크리쳐 역시 기꺼이 당신에게 힘을 빌려줄 것입니다.
얼음 방패와 눈의 검이 각각 +1d8로 상향됩니다.
반격 혹은 회피, 스킬 사용이 가능합니다.
 
주원:
4
 
주원은 팔을 단단하게 만들어 단도를 막아냅니다.
 
주원:당신이 이런 길을 걷지 않길 바랐는데. (나타샤 끈질기게 응시하더니 빈틈 보이자 그대로 검 박아 넣는다.)
6
대 크리쳐 살상 무기
기준치: 75/37/15
굴림: 39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3
 
주원은 도검을 뽑아들어 휘두릅니다.
 
나타샤 폴 블레인:
단도
기준치: 95/47/19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4
 
나타샤는 마주 검을 휘두릅니다.
 
스킬 대미지만 계산되어 들어갑니다.
 
나타샤, HP -6.
 
나타샤 반격으로 주원, HP -4.
 
나타샤 폴 블레인:압니다, 이런다고 에보니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죠?
어차피 에보니는 이런 저를 용서하지 못할 거고, 죽음 뒤에는 지옥의 끝자락만이 반겨줄 텐데.
그럴 거라면 한 사람이라도 더 길동무로 삼을 뿐이에요. 그러면, 적어도….
그 인파 속에 묻혀 얼굴이라도 한 번 볼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적 없는 당신이 과연 내 생각에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겠습니까?
 
교주가 품에서 마도서를 꺼내 영창합니다.
 
나타샤가 검은 형체가 되어 크게 부풀어 오르더니,
 
이내 인간의 모습을 잃고 괴로운 듯 울부짖습니다.
 
……
 
어쩌면 당신이 될 수도 있었던,
 
혹은 한서가 될 수도 있었던 이야기.
 
KP:주원, 이성 판정 1/1d2.
 
주원: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91
판정결과: 실패
 
KP:이성치 2 감소.
전투가 재개됩니다.
 
주원:... ...그 사람이 반기지 않을 일만 골라서 하면 어쩌나.
 
나타샤 폴 블레인:... (눈 질끈 감고 단도 휘두른다.)
단도
기준치: 95/47/19
굴림: 93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15
 
주원:완전히 공감할 수는 없지. 당연히. 다만... ... 이게 정말 마지막인 것 같아서. 당신을 도울 수 있는 마지막 방법.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선다.)
회피
기준치: 49/24/9
굴림: 64
판정결과: 실패
2
 
단도가 주원의 가슴께에 박힙니다.
 
뒤늦게 강화시켜 막아보려 하지만,
 
안타깝게도 늦었습니다.
 
주원, 소생합니다.
 
주원:당신 같은 사람을 알아. 당신과 같은 길을 걸었고, 용서받지 못 할 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다만, 끝내 용서받았어. 그러니 스스로를 포기하지 말았음 하는데.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피해: 16
6
 
살상탄은 빗나가지만, 날카로운 주먹이 나타샤를 스쳐갑니다.
 
나타샤 HP -6.
 
ROUND 3
 
나타샤 폴 블레인:난... 이미 늦었어. 그러니까 봐주는 건 그만하시죠. (단도 휘두른다.)
단도
기준치: 95/47/19
굴림: 4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피해: 12
 
주원:...(피하지 않고 나타샤의 목 부근 향해 칼 긋는다.)
대 크리쳐 살상 무기
기준치: 75/37/15
굴림: 97
판정결과: 실패
피해: 6
4
 
단도가 주원을 날카롭게 베어냅니다.
 
어깨를 강화해 보지만 이미 상처가 난 후입니다.
 
주원, HP -8.
 
주원:전력을 다한다 하더라도 당신이 강한 건 변하지 않는데도? (웃음 터뜨린다.) 좋은 동료로 남을 수 있을 줄 알았어.
대 크리쳐 살상탄
기준치: 75/37/15
굴림: 2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피해: 13
대 크리쳐 살상 무기
기준치: 75/37/15
굴림: 72
판정결과: 보통 성공
피해: 4
3
 
나타샤 폴 블레인:
회피
기준치: 49/24/9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나타샤가 회피해보려 하지만,
 
총과 검을 양손에 든 주원을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검을 막아내도 탄에 맞아버립니다.
 
나타샤 HP -16.
 
나타샤였던 생명체는 바닥에 쓰러져 천천히 흩어집니다.
 
KP:듣기 판정이 가능합니다.
 
주원:
듣기
기준치: 50/25/10
굴림: 77
판정결과: 실패
 
미약한 흐느낌 속에서 군데군데 사람의 언어가 들립니다.
 
나타샤 폴 블레인:에보니……. 나도, 데려가…….
 
곁에, 있게… 파트너…… 잖아….
 
고통스러워하던 형체는 마침내 흩어져 사라집니다.
 
주원:...이젠 그만 쉬어. 사과할 말 생각해보면서.
 
사로잡혀 괴로워하던 동료는 당신의 손으로 끝냈습니다.
 
나타샤도, 에보니도 분명 당신에게 고마워할 거예요.
 
뒤를 돌아보면,
 
교주였던 존재는 나타샤의 폭주에 휘말려 사망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 그토록 심한 짓을 저지른 존재이지만,
 
그 기반에 무한한 동경과 열망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냥 미워하기 힘듭니다.
 
 
나타샤가 소멸해도 중앙 관리 체제는 멈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제 하늘은 거대한 행성으로 가득 찬 상태입니다.
 
KP:정신력 판정.
 
주원: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85
판정결과: 실패
...어째서?
 
당신은 한서가 중앙 관리 체제와 연동되었던 건,
 
1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라는 과거의 사실을 일부 기억해냅니다.
 
그렇다면,
 
미고의 도움이 없는 지금
 
저걸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오데트를 업은 콘라드가 이쪽으로 다가옵니다.
 
콘라드 신:상황은 어떻습니까? 막을 수 있겠어요?
 
주원:예상치 못했다만... 그래도, ...해봐야죠.
 
오데트가 콘라드에게 내려달라는 제스쳐를 취한 뒤 천천히 내려옵니다.
 
그는 그것조차 숨이 찬 듯 한참을 헐떡거립니다.
 
바닥이 난 생명력과 변해버린 외형은
 
분명 주원을 원래 있던 차원에서 이쪽 세상으로 끌고 오느라
 
오데트의 능력을 추출, 변형 및 확대하면서 일어난 비극이었습니다.
 
오데트:상황은 조사 보고랑 드론 촬영으로 대충 들었어.
크리쳐가 존재하는 세계라면 어디서도 멸망의 법칙은 깨지지 않았고, 당신은 여기 사람이 아니라는 것까지.
어쩌면 해결 방안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멸망의 법칙은 깨지지 않았다는 말, 크리쳐가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세계는 다르다는 거잖아.
그곳에는 모든 답이 있겠지. 그리고…….
 
무언가 설명하려는 듯 입을 열던 오데트는,
 
문득 다시 입을 닫고 침묵을 지킵니다.
 
오데트:기억 나? 원래 있던 세계에서 마지막으로 있었던 일.
 
주원:... ...(기억 되짚는다.)
 
오데트는 주원의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합니다.
 
오데트:그쪽이 멸망하지 않았다면,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미 멸망했다는 말 들었으니.)
 
그 말에 주원은 무의식적으로 한서의 얼굴을 떠올립니다.
 
말은 이어집니다.
 
오데트:요지는 그거지.
이곳 사람도 아닌 당신이 여길 구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할 필요는 없어.
누군가를 구하고, 돕고, 살리는 것은 의무가 아니고, 그 누구도 강요할 수 없지.
세계 멸망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걸려 있다고 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당신 그 자체.
 
그리고 오데트는 당신에게 묻습니다.
 
오데트:당신을 불러온 건 나의 능력이니, 돌려보내는 것도 내가 해야 마땅해.
그러니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당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선택을 해 봐.
 
콘라드 신:오데트, 더 이상 능력을 쓰면…….

 

 
그 말을 들은 콘라드가 사색이 되어 말리지만,
 
오데트:이건 내 권리, 그리고 내가 정하는 마지막이야.
 
오데트는 강경합니다.
 
오데트의 능력도 한계에 다다르고,
 
주원도 단 한 곳밖에 고를 수 없습니다.
 
주원, 선택의 시간입니다.
 
이 순간에도 행성은 다가오고,
 
도움을 구하는 목소리가 당신의 발목을 잡습니다.
 
하지만 결국 어디에서,
 
누굴 위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는 온전히 당신의 몫입니다.
 
이 세계보다 시간이 아득하게 많이 흐른 곳, 멸망했다는 증언까지 들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떻게 그곳에서 끌려오게 되었는지, 정확한 정황은 기억나지 않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곳에 아직 당신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살아 있을 확률은 낮지만. 그뿐입니다.
 
...
 
주원은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여행을 떠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크리쳐라는 매개를 접한 모든 문명이 스러지고 멸망하는 이유를 찾아내고,
 
그 모든 차원을 구해낼 수 있는 사람이 당신 외에 또 있을까요.
 
운명은 끊임없이 박동합니다.
 
돌아가봤자 멸망하는 세계라면,
 
모든 차원의...
 
한서를 구해야 합니다.
 
오데트:선택해.
 
주원:원래의 세계로 돌아가 한서 옆에 남는 방법도 있겠지만, ... ... 그건 회피밖에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나라고 불확실한 미래에 모든 걸 거는 게 기꺼울 리가.
그래도, ... ... 일말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면 외면할 수 없어.
 
당신은 선택합니다.
 
오데트:새로운 좌표를 찾아, 셀 수 없이 많은 경우의 수를 뚫고 나아가야 해.
나는 한없이 약해져 있으니까……. 안타깝지만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어.
 
창백한 안색으로 잠자코 있던 콘라드가 자신의 손을 내밉니다.
 
콘라드 신:나를 써. 오데트, 그게 네가 고른 정답이라면 전적으로 너를 믿을게.
 
오데트가 적막을 지키다 대꾸합니다.
 
오데트:둘로도 부족할 거야. 차라리 뭔가 다른 대책을…….
 
그때, 구석에 숨어있던 어떤 사람이 손을 듭니다.
 
시민:저기, 여태까지 지켜봤는데요, 저라도 괜찮으면 써주지 않으실래요?
 
아주 평범한,
 
처음 보는 얼굴입니다.
 
시민:당신이 싸우는 거 계속 숨어서 지켜봤어요.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그 사람의 말을 끝으로,
 
우물쭈물대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대피소에서 빠져나옵니다.
 
시민 1:지켜야 할 가족이 있으니까, 내 목숨 하나로 끝난다면…….
 
시민 2:정말로 구해주시는 거죠? 정말이죠……?
 
시민 3:어차피 멸망 때문에 죽을 거라면 걸어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주변으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오데트는 주변을 둘러보곤 고개를 작게 젓습니다.
 
오데트:아직 부족해. 너는 안전 지대의 테러로 소환됐으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지는 알고 있겠지?
 
그때, 안드로이드들이 걸어옵니다.
 
진압용 인력인가 싶어,
 
경계해 총을 들어도 그들은 빈손입니다.
 
그들은 전부 생전의 기억이 있는 고인의 안드로이드들입니다.
 
안드로이드 1:이야기는 다 들었습니다. 부디 저희의 전력도 써주세요.
 
안드로이드 2:어차피 나타샤 씨의 명령에 의해 원치 않게 많은 사람들을 해친 몸입니다.
 
반대편에서는 종교에 속했던 사람들 일부가 아주 조금씩 나옵니다.
 
사람들:저희는 그저 당신을 존경한다는 이유만으로 종교에 들어갔으나,
뜻이 맞지 않아 테러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미력하게나마 저희 단체가 속죄하게 해주세요.
 
좋게 말하자면 헌신적인 희생양,
 
나쁘게 말하자면 자살 희망자들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그들은 당신을 믿고 뒤를 잇습니다.
 
후세가 존재한다면,
 
그들 역시 영웅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오데트가 문을 천천히 엽니다.
 
하나 둘씩 바닥으로 쓰러져,
 
곧 A시의 거리는 평온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시체들로 가득 찹니다.
 
허공에 반짝이는 선이 긴 직사각형을 이루고,
 
짙은 나무색의 문짝이 달립니다.
 
손잡이는 정교하고 아름답게 조각되어 있습니다.
 
문이 완성되었을 때,
 
거리에 남은 사람은 오데트와 주원 둘 뿐이었습니다.
 
오데트:크리쳐라는 매개가 곧 멸망으로 이어지는 이유를 찾아. 당신이라면... 할 수 있어.
 
입가에서 피가 흐릅니다.
 
오데트는 당신을 향해 한 번 웃고는,
 
콘라드의 옆으로 천천히 눕듯 쓰러집니다.
 
이제 당신은 홀로 남았습니다.
 
문을 열까요?
 
주원:(영웅, 누가 영웅의 삶이 멋지기만 하다는 헛소리를 지껄였을까! 사람들로써 세계를 구하는 아이러니라니.) ...하하!
그래, 그렇다면...
지켜내지 않을 수가 없잖아.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순간,
 
주원은 깨닫습니다.
 
이 문,
 
힘이 부족합니다.
 
아무리 잡아당겨도 열리지 않는 데다가
 
곧 사라질 것입니다.
 
KP:정신력 판정입니다.
 
주원: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89
판정결과: 실패
 
당신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닫습니다.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강력한,
 
무생물의 에너지원을.
 
허공에서 빛나며 행성을 끌어당기는 중앙관리체제.
 
비록 저걸 이용한 사람은 반드시 파멸을 맞이했지만,
 
이 상황에 이것보다 더 적합한 것은 없을 것입니다.
 
문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 이제 없는 지금,
 
주원에게 선택권은 없습니다.
 
자, 중앙 관리 체제를 받아들이고 문을 열겠습니까?
 
아니면 마지막 남은 존엄성을 선택하겠습니까?
 
주원:아, ...하하.
이렇게 되면 바보같은 선택이라 말했던 내가 뭐가 되나.
아무래도 난 그보다 더한 바보였나 보네.
(운명이라면 운명인가. 방도가 있음에 차라리 감사하며, ... ...중앙 관리 체제 받아들인다. 돌이킬 수는 없겠지만, 한 가지 바라본다면...)
네게만, 영웅으로서 기억될 수 있으면 소원이 없을 거야.
 
계약
 
주원:기꺼이.
 
손바닥 위를 구르던 눈알이 푸른 빛과 함께 허공으로 떠오릅니다.
 
그 빛은 중앙 관리 체제와 이어지고,
 
복잡한 형태의 사각형 기계는 모습을 재조합해 빛나는
 
작은 구체를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주원의 정신과 중앙 관리 체제가 연동됩니다.
 
아자토스의 정신 침식이 시작됩니다.
 
머릿속으로 중앙 관리 체제의 연산이 밀려 들어옵니다.
 
KP:이성 판정 1d100/2d200.
 
주원: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KP:이성치 59 감소.
 
새하얗게 빛나는 빛의 기둥 속,
 
입고 있던 제복의 바람막이가 겉부분부터 녹아내려 길게 늘어집니다.
 
그 기장과 모습은 마치 새하얀 코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흐릿해진 정신 너머로,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의 시체가 보입니다.
 
그들은 분명히 당신의 곁에 있습니다.
 
...
 
그리고,
 
한서가 당신의 앞에 있습니다.
 
먼 거리를 달려 온 듯 땀에 젖은 채로,
 
이 상황을 황망하게 지켜봅니다.
 
상처 주지 않을 수 있다면,
 
그리운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시야의 절반이 노이즈 낀 것처럼 혼탁하고 역겹습니다.
 
바닥에 나타샤가 착용했던 안대가 떨어져 있습니다.
 
이걸 쓰면 시야에 익숙해지는 데 한결 편해질 것 같아요.
 
주원:(이전 봐왔던 한서의 모습 떠올리곤 픽 웃는다. 말없이 안대로 자신의 반쪽 시야 덮어버리고.) ...네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한서:주원아,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왜 그런,
말 좀 해봐. 설명 좀 해줘, 어서…
전부 네가 이런 거야?
아니지…?
 
문이 열립니다.
 
이제는 정말 시간 없습니다.
 
당신은 이제 헤어져야 함을 직감합니다.
 
또한, 광기: 악인이 발동되어,
 
이곳의 한서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할 이유를 잃습니다.
 
한서:... 어디 가, 주원아!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주원은 문 너머로 걸어 들어갑니다.
 
이 아득한 순례의 처음과 끝을 당신에게 바칩니다.
 
이것은 틀림없는 괴물예찬론.
 
에필로그로 이어집니다.
 
주원은 차원의 틈바구니에서 당신에게 속삭이는 목소리를 듣습니다.
 
주원:... ... (무의식적으로 고개 끄덕인다.)
 
가장 강력한 크리쳐,
 
그리고 인간인 당신은
 
아자토스의 능력을 고스란히 받아냅니다.
 
그 어떤 중앙관리체제의 주인들 중에서도 가장 완벽하게 융합을 해낸 끝에,
 
새로운 신화생물이 탄생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당신입니다.
 
아자토스로 완전히 변하고 생각까지 물드는 데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서둘러야 합니다.
 
당신에겐 사명이 있습니다.
 
하지만,
 
잠깐의 여유는 괜찮겠죠.
 
허공에 있는 수백 개의 문들 중에서
 
익숙한 모양의 문이 보입니다.
 
두 사람의 집,
 
크리스마스 리스가 달린 현관문입니다.
 
따스한 온기가 당신을 맞이합니다.
 
입고 있던 옷은 어느덧 크리스마스 니트로 바뀌어 있습니다.
 
거실에서는 TV 소리가 들리고,
 
탁자 위에는 따뜻한 컵이 있습니다.
 
당신은 그래야 한다고 정해진 것처럼
 
컵을 들고 문 밖으로 나옵니다.
 
시시한 클리셰 영화의 일부가 흘러나오고,
 
한서는 소파에서 자고 있습니다.
 
홀린 듯이 자다 깬 그가 이쪽을 쳐다봅니다.
 
놀란 듯, 겁먹은 듯한 표정이 잠시 주변을 둘러보다
 
창문 밖을 봅니다.
 
창문 밖에는 주원의 것과 같은 색의 눈이 빛나고 있습니다.
 
수십, 수백 개의 세계선,
 
그리고 어쩌면 우리는 같은 운명을 주고 받으며 빙글빙글 돌고 있었을지도 몰라.
 
그러니 이건 당신이 두고 온 사람에게 보내는 선물입니다.
 
당신은 한서가 이 문 밖을 나가면 어김없이 괴로워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날의 당신도 그랬을까요?
 
주원:안녕, 깼구나.
조금 더 자도 괜찮은데.
 
한서:... 그러게, 갑자기 눈이 떠져서.
 
주원:왜 그런 표정일까. 나쁜 꿈이라도 꿨어?
 
한서:응, 조금 나쁜 꿈을 꾼 것 같아.
 
주원:(옆머리 살짝 귀 뒤로 넘겨 준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갈 거지?
내가 기억하고 있는 한서는 그런 사람이거든.
 
한서:... 응, 나아가야지.
얼마 만에 느껴 보는 평화로움인데.
... 아쉬워.
깨어나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게.
 
주원:...그런가.
아주 많이 아플 거고, 아주 많이 괴로워질 거야.
모두가 행복해지는 엔딩은, ... ...멀어졌을 거잖아.
넌, 뭘 위해서 싸우는 거야?
 
한서:나한테 소중한 건 주원이 너니까. 네 행복을 빌어 주고 싶어서.
(너와 다시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원동력으로 삼아.)
돌아가서 바로잡아야 해.
 
주원:...그래,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거야.
하나만 기억할까.
네가 만났던 이주원이 어떤 모습이었어도, 너와 무엇을 했건... ...
그건 전부 나였다고.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 ... ...그리고 그 모든 나는, 분명히 너를 아주 소중하게 여기고 있을 거라는 것 또한.
(한서의 이마에 잠시 입 붙였다 뗀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데 이 정도 욕심은 괜찮지 않나? 하하.)
 
주원:기다리고 있을게.
잘 다녀와, 내 평생 한 명뿐일 나의 파트너.
 
한서:... 나한테도 너보다 소중한 건 없어.
그래서... 나가봐야 할 것 같지.
 
한서가 문 앞에 섭니다.
 
한서:... 응, 다녀올게.
 
센서등이 밝아지고,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다시 꺼집니다.
 
크리스마스 조명이 반짝이는 방에 당신은 혼자 남겨졌습니다.
 
그저, 혼자.
 
새하얀 코트를 입은 사람이 돌아봅니다.
 
그 사람은 당신입니다.
 
자, 이제 남은 시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