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눈만 내린 지 벌써 5년이 다 되어가는 시간입니다.
눈이 오니 신나하는 반응과, 이러다 지구가 정말로 멸망해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의 반응.
지구는 걱정의 반응에만 응답하듯 5년 내내 눈을 내렸습니다.
사람들은 이 계절에 어느 정도 적응했고, 평소처럼 살아가고 있었죠.
모든 대중매체에서는 한 달 뒤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정말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그리 이상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마지막을 준비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빛나는 가로등 아래로 눈이 끝도 없이 쌓여가는 게 보입니다.
한서, 당신이 방 밖을 나가지 않게 된 것도 벌써 한 달이 되어갑니다.
김한서:... 멸망을 맞이할 마음의 준비라고 해야 하나. 오지 않으면 좋을 텐데.
오늘이 끝나기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그동안 얼굴을 볼 수 있긴 한 걸까요?
김한서:
듣기
| 기준치: |
40/20/8 |
| 굴림: |
63 |
| 판정결과: |
실패 |
김한서:아, 응. (문 열고 나가서 얼굴 마주한다.) 안에 있었어.
이주원:하하, 보고 싶었어. 못 본 지 얼마나 됐다고. (한 번 꼬옥 안아주고는!)
있지, 밖에 벚꽃이 폈어. 봄이 온 것 같은데...
같이 보러 갈래?
김한서:나도 보고 싶었지. (가만히 당신 품에 얼굴 파묻었을까. 그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 하다가.)
벚꽃이 폈다고... 이 날씨에? (고개 슬 기울였다.)
이주원:못 믿겠지만... 장난치는 거 아니야. 나가보면 알게 될 걸?
김한서:뭐... 속는 셈 치고 가볼까. 네가 그렇다면.
어차피 멸망을 앞두고 할 것도 없으니까... 같이 있고 싶어. (슬 미소지었다.)
이주원:그래, 우리 둘이... ...마지막 데이트나 하는 거지. (웃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꼬리 올린다.)
내일 죽더라도 함께 꽃놀이를 간다는 뮤지컬 같은 전개 방법은 어디서 배워오기라도 한 것인지...
따뜻하게 입고 나가자.
김한서:그래, 알았어. (뭐든 걸치면 될 테니까...)
아. 간만에... 맞춰 입을까. (옷장 열고는 그 안에 걸린 제 후드 청자켓 빤히.)
저거... 맞춰서 샀던 기억이 있어서. 으음, 낯간지럽긴 하지만? (어깨 으쓱.)
이주원:좋지! 꽃놀이에 딱 어울리는 옷이잖아.
예전 생각도 새록새록 나고.
김한서:
관찰력
| 기준치: |
45/22/9 |
| 굴림: |
99 |
| 판정결과: |
대실패 |
...? (이럴 리가 없는데... 눈 비벼봄.)
이주원:(걸려 있는 후드 청자켓 네게 내밀고!) 그럼, 어서 입고 갈까.
김한서:아, 좋아...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자켓 툭툭 털어서 걸쳤다.)
밖에 나가는 것도 오랜만이네.
주원은 고개를 끄덕이곤, 이내 자신의 청자켓을 가져옵니다.
김한서:
SAN Roll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6 |
| 판정결과: |
실패 |
김한서:정말이네... 예쁘다. (주원 따라 웃었다.)
물론 겨울이 싫은 건 아니지만, 봄이 주는 기분 좋음이 있긴 하니까.
멸망을 앞두고 보는 벚꽃은... 예쁘다.
여전히 예뻐.
이주원:안 따라나왔으면 손해볼 뻔했다. 그치? (.....칭찬해 달라는 듯?)
요즘, 힘 없어 보여서 걱정했는데.
이런 거라도 보여주고 싶었어.
김한서:그러게, 손해볼 뻔했네. (그리 말하며 까치발 들어 주원 머리 툭툭, 가볍게 쓰다듬었다.) 다 주원이 네 덕분이야.
이주원:5년 전 봄에도 벚꽃 보러 나왔었는데. 그때로 돌아간 것 같다. (바보같은 웃음이나...)
(어깨에 메고 있는 가방 끈 잠깐 만지작거리더니,) 그럼, 가 보실까요, 한서 씨?
김한서:응, 그러게... (가볍게 웃고는 주원 손 잡았다.) 어딜 가려고?
주원은 당신을 이끌고 벚꽃나무 아래로 향합니다.
종말이 예정된 세계의 색도 비슷하게 밝은색이긴 했지만, 확실히 느낌이 다릅니다.
눈이 잔뜩 쌓인 세계의 감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두웠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잊혀졌던 우리의 봄을 찾은 것만 같네요.
지구가 멸망하고 우리가 끝나더라도 이 순간만큼은 아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피크닉 가방과 보드게임, 노래를 틀기라도 할 것인지 작은 스피커까지 준비되어 있네요.
애초에 이곳으로 당신을 데려올 생각이었나 봅니다.
이주원:...너무 오랜만이라 조금 어색하지만?
피크닉 분위기 좀 내보고 싶어서.
김한서:... (잠깐 눈 크게 떴다가... 느릿하게 미소 지었다.) ... 분위기 하나는 확실하네.
이주원:마지막...(잠깐 뜸 들였다가.) 일지도 모르니까, 이왕이면 최고의 기억을 만들어주고 싶었어.
도시락도 있다?
(주섬주섬 예쁜 도시락 꺼내서 보여준다...)
김한서:하하... 도시락까지 있으니까 정말 피크닉 같아.
(잠깐 고민하더니.) 뭐, 멸망을 앞두고 하는 피크닉도 피크닉이긴 하니까... 틀린 말은 아닐지도.
귀엽다, 직접 요리도 한 거야? (주원 볼 콕 찔렀다.)
이주원:디저트 같은 몇 개는 사왔지만... 메인은 다 내가 만들었지?
너한테 안 들키려고 몰래 준비했어.
이런 건 미리 알려주면 재미 없잖아.
(슬 웃더니...) 하나 먹어 볼래? 아니면 먹여 줄까. (농담 반, 진담 반.)
김한서:잘 했네, 먹어 볼까... 기껏 열심히 만들었는데 안 먹으면 아쉽잖아. (으음~ 잠깐 고민하는 듯 하더니...)
그러고 싶으면 먹여 줘도 되고...? (말끝 길게 늘였다.)
이주원:(생글생글 웃더니 젓가락으로 김밥 하나 쏙! 입에 넣어 주고.)
완전 신혼부부 같았다. 나 정도면 최고의 남편감 맞지?
김한서:(주원이 입에 넣어 준 김밥 오물오물... 잘 먹는다.) 맛있다.
최고의 남편감... 맞지. 으음, 최고의 남편감하고 아직 결혼도 못 했는데 세상이 멸망하는 건 손해 같은데. (이런 발언...)
이주원:그냥 일찍 결혼해버릴 걸 그랬나? (이런다.) 나한텐 어차피 너밖에 없었을 거거든.
벚꽃이 잔뜩 핀 야외 식장에서의 결혼이라든가~.
그랬다면 나 울어버렸을지도 몰라. 네가 너무 예뻐서.
김한서:누구 찔리라고 하는 말인지... 이젠 나한테도 이주원 씨밖에 없네요~ (주원이 싸 온 도시락 먹으면서 말 이었다.)
야외 식장이 좋아? 하긴... 주원이 네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으면 그림 같을 테니까. 나중에 기회가 되면 참고할까... (멸망이 다가오고 있는 지금 하기에는 퍽 소설 같은 이야기지만.)
이주원:야외 식장... 낭만 있으니까? 자칫 잘못하면 비 맞으면서 결혼식 해야 할 수도 있는 게 함정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랑 함께하는 거니까, 뭐든 좋을 것 같아.
뭘 하든... ...영화같지 않을까! (말하곤 웃었다.)
김한서:으음, 비 맞으면서 하는 결혼식도 나름대로 재미있을 것 같지만... 감기 걸릴까 봐 걱정이지.
나도, 주원이 너랑 함께라면 뭐든 좋아. 뭘 하든.
이주원:이런, 감기 걸린 신혼부부는 조금 웃길지도.
그러고 보니 아직 바람이 꽤 찬 것 같네.
담요 가져올게, 금방이니까 잠깐만 여기 있어.
김한서:응? 알겠어, 다녀와~ (가볍게 손 흔들어준다.)
옷과 머리 위에 쌓인 꽃잎들이 한 번에 떨어지면…
김한서:
정신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4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아니, 그렇다기에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당신이 보고 있는 풍경은 빛이 조금 바랜 색입니다.
마치 과거 회상을 하는 등장인물이라도 된 것 같은 순간입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어두운 거실에 있는 테이블에 놓인 주원의 휴대폰이 빛을 내고 있습니다.
김한서:... 뭐지. (주원 휴대폰 들어서 확인해 본다.)
무언가... ... 알 수 없는 말이 잔뜩이에요.
김한서:
지능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10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러니까, 당신이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갑니다.
지금 이 상황은 [기억을 불러오는 주문]이 실행되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봄을 불러오는 주문]은, 주원이 당신에게 사용한 것이겠죠?
주문을 유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피곤해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이 이 기억에 도착했다는 것은, 주원이 최근 한 달 내에 당신을 가장 많이 생각했던 순간이 당신이 서 있는 이때라는 뜻입니다.
우리의 마지막이 오더라도 당신이 보는 종말은 아름답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김한서:... 주원아... (한숨 느릿하게 내쉰다.) 바보 같긴.
하지만 그래서 널 좋아해...
주문으로 당신에게 벚꽃도 보여줄 수 있는 이 상황에 못 믿을 것은 없습니다.
내일의 날씨가 종말이 아닌 맑음이라면, 우리는 더 이상 눈이 오는 날씨를 바라보지 않아도 될 겁니다.
이어지는 날 또한 일상으로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에는 벚꽃나무 아래가 아닌 눈이 내리는 풍경입니다.
주원에게 방금 본 것들이 사실인지 물어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김한서:뭐, 눈 내리는 겨울의 피크닉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주원:...그래도 이왕이면 꽃이 좋을 것 같아서.
눈은 질리도록 봤잖아.
김한서:그렇긴 하지. 아까 비틀거린 건 그것 때문이야?
이주원:음... 그렇지? 이 정도로 기운이 빨릴 줄은 몰랐지만. (이런 소리나 한다...)
...별로였나?
김한서:... 아니, 예뻤어. 좋았고... 네가 나 생각하느라 그랬다는 것도 알고. (그리 말하며 손 들어 삐져나온 주원 옆머리 귀 뒤로 넘겨준다.)
이주원:(네 손 제 볼에 대더니,) 응, 그럼 다행이다. 마음에 안 들었다면... 세상이 망하는 것보다 더 슬펐을지도.
이건 진심.
김한서:응, 난 네가 멸망을 앞두고도 달라지지 않는 너라서 좋아... (당신 볼에 손 댄 채로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확실하지는 않지만... 멸망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 같기도 해서? (그리 말하며 습관처럼 고개 슬 기울인다.)
이주원:(눈 지그시 감고 있다가, 마지막 말에 눈 동그랗게 뜬다.) 정말로?
그게 어떻게 가능한데?
김한서:그러니까... 네가 봄을 불러오면서 기억을 불러오는 주문을 같이 사용한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그 기억 속에서 실마리를 찾았어. 아마...
(✷ ??? ✷ 주문 외운다.) 이렇게?
물론, 잠시 휴식을 취하면 언제든 회복될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마치, 모든 연극이 끝나고 막을 내린 무대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커튼을 다시 한번 더 걷어내는…
종말이라는 무대는 정말로 끝이 났다는 것이 직감적으로 느껴집니다.
김한서:응, 아마... 성공한 것 같지? (슬 웃고는... 주원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이건 칭찬, 다 네 덕분이니까.
이주원:(잠깐 얼빠진 표정으로 볼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자신도 고개 숙여 한서 볼에 짧은 입맞춤.)
마법은... 내가 아닌 네가 만들어낸 거네.
김한서:으음, 아니? 우리가...
같이 만든 거지. (주원 손 꼭 잡았다.)
그러니, 푹 자고 일어나서 우리의 기분을 확인해 보도록 합시다.
이제, 휴식을 취하기 전에 마지막 인사를 해 볼까요?
이주원:내일도, 내일 모레도 같이 있을 수 있겠다. (맞잡은 손에 힘 들어간다.)
김한서:그러게. 내일도, 내일 모레도... 계속 같이 있자. (결혼은 언제쯤 하는 게 좋으려나... 장난스레 덧붙여 중얼거리곤.)
이주원:(결혼, 하는 말에 잠깐 멈칫한다.) ...하하, 그렇게 되면 호칭은 뭐가 좋을까.
있지, 한서야.
사랑해, 정말로.
앞으로의 모든 계절을 너와 함께 하고 싶을 만큼.
김한서:내가 할 말인데... 뭐, 앞으로 계속 할 말이니까 상관없으려나.
나도... 사랑해. 진짜로!